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182g \| 14020010mm
ISBN13	9791185831961
ISBN10	118583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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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나를 되찾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너무 멀리 돌아왔다. 이제는 나를 위로해주고 싶다. 더 많이 아껴주고 싶다. 누구보다 사랑해주고 싶다. 힘들었던 만큼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글을 썼다. 나는 먹고 마실 때 가장 행복하니까, 그 행복을 남겨두고 싶었다. 언제든 행복을 꺼내 먹을 수 있도록.
--- 「프롤로그」 중에서

음식에는 음식을 만든 사람의 생각, 성향, 의식, 가치관, 문화가 깃든다. 비빔밥은 한식(韓食)이다. 한 그릇 안에는 '존중, 조화, 수용, 융화'가 들어 있다. 부끄러워 고개 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esco Berardi)가 바라본 대한민국 현실이다. 숟가락을 들었다. 육수 먼저 삼켰다. '음… 싱거운데?' 성급해 하지 말자. 두 번 더 마셨다. 역시 삼세판이다. 평범하다고 느꼈는데 아니다. 끝 맛이 깊고 맑다. 삼삼하면서도 감는 맛이 있다. 고기 대신 황태, 해물, 버섯으로 육수를 낸다고. 이제 면발 차례. 굵다. 두껍다. 그런데 안 질기다. 탱탱하다. 탄력이 있다. 전에 먹던 냉면과는 확실히 달랐다. 풍성한 육전과 지단, 감칠맛 나는 육수, 탄력 좋은 면발. 꽉 찬 맛이다.
--- 「12. 냉면 중 접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놈을 고른다. 호호, 입술로 더운 정도를 확인한다. 첫입은 간장만 찍는다. 두 입부터가 다르다. 위로 솟은 꼬치로 간장 속 양파를 찍고, 오뎅을 비스듬히 눕혀 양념을 묻힌 뒤 양파와 오뎅을 같이 먹는다. 씹히는 양파가 별미다. 꼬치 두 개를 비웠을 때, 국물을 먹으면 된다. 70도 내외로 먹기 좋게 식었다.
시동을 걸었으니, 이제 달려볼까.
--- 「 26. 물오뎅 접기」 중에서

아빠와 나는 각별하다. 네 살부터 아빠가 과일 배달 갈 때마다 트럭 옆자리에 내가 탔다. 어디든지 동행했다. 다녀오는 길엔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지금도 아빠와 나는 데이트를 하는데, 아이스크림 가게가 필수코스다.
7년 정도 가족과 떨어져 산 적 있다. 당연히 데이트도 못 했다. 그 당시 아빠는 내가 집에 가는 날마다 아이스크림을 사 오셨다. 아이스크림 집에 함께 가고 싶은 아빠 마음을, 포장으로 대신하셨나 보다.
--- 「 36. 아이스크림 접기」 중에서

맛있을까. 인기를 의심했다. 한 번 먹어나 봤다. 맙소사. 맛있다. 새콤하고 상큼하고 달콤하다. 과육이 씹히는 짜릿함도 있다. 시고 쓰고 떫은 기억만 남긴 자몽이, 완벽한 주스가 되어 나타났다. 혼란스러웠다. 다시 먹어봤다. 또 맛있다. 그렇게 연거푸 석 잔을 마셨다.
만남은 세 번부터 진짜다. 음식도 세 번은 먹어봐야 안다. 인생은 삼세판이다.

--- 「 44. 자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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