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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걷다

산티아고,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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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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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127*188*12mm
ISBN13 9791196959708
ISBN10 119695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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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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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나이도 많고 조건도 좋지 않은 남자의 사랑을 믿고 받아주었다. 늙고 병든 남편을 보살피고 있지만 절대 불행해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더 깊어졌기에 어려운 여건도 함께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 병든 배우자를 간호한다는 것. 그건 부부로 살아오는 동안 진실한 사랑을 주고받았던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2

"내가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렵다고 하자 아저씨는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사랑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큰 부분이라고....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이언 머피 감독)의 케투 아저씨가 생각났다. 주인공 리즈는 일과 사랑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여행에서 힘들게 인생의 밸런스를 찾게 되는데, 그 마지막 여정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겨우 찾은 인생의 밸런스가 깨질까봐 사랑을 하지 않으려는 리즈에게 케투 아저씨는, 가끔은 사랑에 빠져 인생의 균형이 깨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삶 전체 균형의 일부라고 충고한다. 버니 아저씨는 남은 인생이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늙어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며 젊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하라고 했다. 단, 남편을 선택할 때 두 가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물질주의자는 만나면 안 되고, 신앙을 가진 사람을 만나라고....물질적인 것은 아무리 가져도 만족을 못하니 정신적으로 교감이 되는 사람을 만나야 하고, 신앙을 가진 사람은 신에 대한 믿음으로 자기 자신도 믿고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도 있어 사랑도 잘할 수 있다고."
--- p.40

"마마와 버취는 내게 같이 걷자고, 보호막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걸을 수는 없었다. 마마, 버취와 함께 걸으면 그들을 많이 의지하고 그들의 방향에 맞춰 걷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 길을 걸으면서 내 방향을 찾고 싶었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영화 [와일드](장 마크 발레 감독)의 셰릴처럼 어려움도 스스로 극복하며 굳건히 걸어내고 싶었다."
--- p.50

"이네스가 아빠의 행동을 이해하게 될 즈음 나도 그를 이해했다. 아빠는 시종일관 몸으로 말한다. 인생은 그리 심각하게만 살아야 할 것이 아니라고. 죽어도 하기 싫은 일을 해가면서 무언가를 이루어낼 필요는 없다고. 유머를 잃지 말라고.... 그래서 불가리아 털북숭이 탈을 쓴 아빠와 이네스가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했다. 영화 후반부, 아빠가 그녀에게 왜 삶의 의미를 물어보았는지 직접 말해준다. 그녀는 뭘 이루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문제라고.... 이것이 나의 문제였다. 이네스처럼 나는 유머를 잃었고, 재미도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를 이루는 데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중략) [토니 에드만]에서 아빠의 말처럼 인생은 이것저것 하는 사이 그냥 지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 안에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지나고 나서 깨닫지 말고 순간순간을 아름답다고, 재미있다고 그리고 감사하다고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 무엇인가를 이루어내는 게 뭣이 그리 중요한가!"
--- p.78

"먹고 살기 위해 원치 않는 것들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꿈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어 보인다. 그래서 꿈꾸는 사람들은 가슴이 부서지고 삶이 망가진다. 그런데 신기하게 자꾸 다시 꿈꿀 힘이 생기는 것은, 때 맞게 찾아오는 위로 때문이다. 이 길에서처럼 너무 힘들어 주저앉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이렇게 딱 맞는 위로가 찾아온다. 그러니 조금 미쳐도 괜찮지 않을까. 그로 인해 마음이 아플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없던 색깔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안정적으로 순탄하게 산다면 마음은 평안하겠지만, 꿈꾸는 바보들이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은 절대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 p.97

"걷기의 힘은 대단하다. 말로니가 받는 갱생원에서의 교육은 몇 년에 걸쳐 행해지지만, 걷기를 통한 치유는 몇 개월이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나도 걷기의 힘을 믿게 되었다. 우선, 걷는 동안 머리가 비워진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말처럼 텅 빈 마음으로 아무 말 없이 걷다 보면 어느덧 새로운 세상이 가슴속에 담기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진다.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강해진다."
--- p.119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하비에르도 내게 충고했었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바삐 걷지 말고 이 길을 즐기면서 걸으라고. 그는 그렇게 길을 만끽하며 천천히 걸었다. 그래서 걸음이 느리고 많이 걷지 못하는 나와 그렇게 자주 마주친 거였다. 덕분에 나도 그 길이 더 풍요로웠다."
--- p.127

"이곳에서 홀로 걸으면서 나를 더 돌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사람들과 오래 함께하지 않았다. 이해인 수녀님도 혼자 걷는 게 좋다고 강조하셨다. 홀로 걸을 때 신체 균형을 되찾고 사고도 건전해지는 계기가 된다고. 이점을 그에게 설명했는데, 그는 내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좋으면 함께 걸으면 되지, 굳이 혼자 걸으려는 이유가 뭐냐고. 결국 합의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다시 헤어졌다. 이후 혼자 걷는 며칠 동안 그간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돌아보았을 때, 론에게 제일 미안했다. 받은 것만 많고 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미안하다고 편지를 썼는데, 바로 답장이 왔다. 그의 짧은 메일이 한 편의 시 같았다."
--- p.137

"채프먼 아저씨는 영원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나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랑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아내를 따라 노래를 즐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아내의 뜻을 받아들여 기꺼이 사람들 앞에서 함께 노래한다. 또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좋아하는 여행에 동참한다. (중략) 채프먼 부부는 오히려 다른 점을 인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대화하고 조율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생을 함께 걷는 그들이 내게는 낭만적 영화에서 본 다른 어떤 사랑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변치 않는 사랑은 없다. 그래도 괜찮다. 이들처
럼 인생을 함께 걸을 수 있다면."
--- p.144

"건강하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절뚝거리고 늘 머리칼이 땀으로 젖어있는 그가 그토록 건강하고 힘차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건 아마도 순간순간의 삶을 소중하게 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틸 앨리스](리처드 글랫저, 워시 웨스트모어랜드 감독)의 알츠하이머에 걸린 앨리스가 그랬듯 말이다. (중략) 베르나르도도 그렇게 하루하루 걸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서, 못하는 자신을 다그치지 않으면서.... 걸을 수 있을 때 걷고, 맥주 마실 수 있을 때 맥주도 마시고, 노래할 수 있을 때 노래하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그렇게 남들보다 더 걸어냈다. 그것이 그토록 건강해보였던 것이다."
--- p.161

"생각해보면 젊음의 특권이 있듯 나이듦의 좋은 점도 있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 마리아]의 발렌틴이 젊음의 특권에 집착하고 있는 마리아에게 이야기해주었듯, 나이 든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인간적이다. 또 일에서도 오랜 세월 경험에서 비롯된 내공이 있다. 마리아는 배우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일에 깊이 빠져든다. 잘한다고 자만하지 않고 연습에 연습을 반복한다. 그녀의 내공은 깊이가 있어서 배역이 매력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찬 젊은 배우 조앤보다 훨씬 빛이 난다. 게다가 중년의 성장은 훨씬 더 아름답다."
--- p.171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든 그렇지 않든, 모든 인생은 쉽지 않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그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산티아고 길을 걷는다. 간절히 기도하면서."
--- p.180

"이 길에서 사람들은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마음이 말랑말랑했고 활짝 열려 있었으며 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혼자 길을 걸으면서 자연을 보고 마음을 비웠고,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누구에게나 있는 가장 영롱하고 찬란한 시절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는 청춘이 아닌 이 길을 걷는 동안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p.186

“이 길을 걷고 나서 내가 특별히 무언가를 이뤄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언가 이루려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길에서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하기 부족한 눈부신 자연에 감탄했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으로 충분히 차고 넘쳤다. 영화 [앙 : 단팥 인생 이야기](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도쿠에 할머니의 대사를 빌어 나의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를 갈무리한다. '잊지 마. 우리는 이 세상을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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