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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역에 내리는 단 한 사람이 되어

톨스토이역에 내리는 단 한 사람이 되어

시작시인선-03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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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2g | 128*188*9mm
ISBN13 9788960214859
ISBN10 89602148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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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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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금 햇살 속에서 돌아왔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이 창문에서 저 창문으로 옮겨 가는
햇살만 따라다니다 돌아왔다

하늘이 녹아드는
세상의 가장자리로부터
푸르른 빙하와 외로운 섬을 지나
이름 없는 무덤가에 꽃을 피워 주고 온 햇살

아무 풍경이 없는 풍경에 대해서도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햇살처럼
멀리 있어서 영영 잃어버리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했다

햇살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갔을 때에는
나에게 오는 길을 끝까지 다 오지 못한 이들과
다정하게 헤어져 주었다

오늘도 나는
비둘기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보다도 멀리 가지 못하고
기억한 것보다 더 많이 잊어버리며

햇살 속에 가만히 잠겨 있다가
절반쯤만 돌아왔다
---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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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다한다. 이운진 시인의 시에는 편편마다 그 간절함이 마치 화선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둣빛처럼 숨 쉬고 있다. “수인囚人이었고/ 사랑이 던져버린 돌멩이” 하나로 시인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뎌온 것일까. 언제부턴가 낭만과 함께 절실함이 사라진 한국의 시단에 그가 혼잣몸으로 노래하는 간절함은 시적 청명과 순수를 소환하는 부활의 메시지로 그만의 소중한 자산이다. 나는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마치 베르트 모리조의 숨은 화폭을 마주하는 듯한 벅찬 숨결을 느낀다. 그의 시는 행간의 침묵, 생략된 부호 하나조차도 절실함으로 무장된 숨 가쁜 은유다.
- 이태관 (시인)
이운진의 시는 견딜 수 없는 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 모순된 인식은 시를 비통하게 만든다. 때문에 그의 시는 뼈저리게 아프고 내밀하며 자신을 투신할 것 같은 위험이 있다. 비통함이 폭발하여 맹점을 폭로하고, 폭발하여 이별을 간직하고, 폭발하여 노래와 숨결이 되는 시집. 시인이 가진 창의적인 인식은 표면에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이제 막 자유를 연습하기 시작”한 여행자, “여행하지 않는 여행자”의 여행기. 비통과 자유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간직한 시집. 모든 자유는 내부에서 먼저 온다.
- 강미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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