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머트는 개로 살면 미래가 없다고 결정했던 것 같다. 그래서 모든 행동을 고집스레 하면서 개 아닌 다른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개로 믿지 않았지만, 멍청한 개들이 흔히 그러듯 자기를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머트는 개와 사람, 양쪽 모두에 가까워 보였지만 또한 그 어느 쪽도 아님을 보여주었다.
태도가 독특했다면 외모 또한 특이했다. 보통 세터 종과 전혀 다른 체격이었지만, 모든 면에서 알려진 어떤 종과도 달랐다. 뒷다리를 포함한 후반신이 전반신보다 몇 인치 높았고, 동시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 그 결과 걸을 때면 세 다리가 오른쪽으로 기운 채 떠가는 것 같으면서 급속 잠항하는 잠수함 같은 으스스한 인상을 주었다. 머트를 아주 잘 알지 않으면, 머트가 어디로 가는지, 당장의 목적이 뭔지 가늠되지 않았다. 머트의 눈이 한데 몰려서 시선을 봐도 알 수가 없었다. 사팔뜨기처럼 보였거나, 사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외형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됐다. 머트에게 쫓기는 땅다람쥐와 고양이는 머트가 어디를 겨냥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었고 그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어서 공격당하고 말았으니까.
--- 「살아 있는 탈곡기」 중에서
반시간 후 작은 섬에 도착한 우린 환상적인 상황을 목격했다. 거기에 머트가 있었고 청둥오리 다섯 마리가 있었지만 모두 움직이고 있었다. 한 번에 한 마리나 두 마리, 세 마리가 물가로 걸어가면 머트가 달려들어 새들을 다시 높은 지대로 몰아냈다. 그런 다음 한 마리의 날개를 낚아채고 다른 새 위에 (문자 그대로) 앉아서 나머지 두 발로 다른 두 마리를 짓누르고, 배로 마지막 새를 제압하려 애썼다. 하지만 다섯 번째 새가 가까스로 빠져나가 부지런히 걸어갔다. 머트는 나머지 포로들을 포기해야 했고, 모든 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머트가 한계에 도달한 즈음 우리가 나타나 구제했고,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 개가 진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애초에 버둥대는 다섯 마리를 어떻게 작은 섬에 가져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 「머트, 족적을 남기다」 중에서
머트의 독특한 두상 때문에 고글의 끈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제법 잘 맞았고 녀석도 만족했다. 고글을 쓰지 않을 때는 우리가 불룩한 눈썹 위로 올려주었는데, 며칠 지나자 머트는 고글 올리는 방법을 터득했고 필요할 때 다시 내릴 줄도 알았다. 고글은 본래 목적 외에도 상상력이 부족한 행인들을 속이는 데 아주 그만이었다. 하지만 코를 보호해주지는 않아서 어느 날 머트는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려드는 벌을 만났다. 안 그래도 불룩한 콧방울의 왼쪽이 크게 부풀었다. 이 일이 아주 심하게 괴롭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머트는 그저 차의 오른쪽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운이 따르지 않아 곧 다른 벌과 마주쳤고 이번에는 말벌이었다. 두 방 쏘인 결과는 기이했다. 이제 고글을 내리면 머트는 귀상어와 심해 다이버의 중간쯤으로 보였다.
--- 「여행의 단편들」 중에서
내가 집에서 세 블록 떨어진 구멍가게에 갈 때면 대부분 올이 동행했고 걸어서 갔다. 올을 모르는 사람들(새스커툰에 그런 사람은 별로 없었다)은 이런 마을 가는 길에서 마주치면 까무러치게 놀라곤 했다. 평생의 알코올중독자처럼 둔하게 흔들흔들 걷는 올의 걸음걸이 때문이었다. 더욱이 올은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 보행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다가 비키지 않으면 올과 충돌했다. 이 충돌의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여름 아침, 새로 온 집배원이 편지 뭉치를 들고 낯선 주소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올과 부딪힌 일이 기억난다. 그는 일에 몰두해서, 앞을 막아선 게 뭔지 내려다보지도 않고 한쪽으로 걷어차버렸다. 올은 이것을 고의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수리부엉이는 자신의 엄청난 위엄을 지키려고 찌를 듯이 쉬쉬 소리를 내면서, 강력한 날개로 집배원의 정강이를 가격했다(가벼운 형태의 보복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딱 소리가 났다. 집배원은 난데없는 통증에 비명을 지르면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더 크게 소리치면서(이번에는 고음의 애처로운 비명) 동네에서 달아났다. 나는 흩어진 편지를 모아 들고, 나름대로 사과하면서 그를 쫓아갔다.
--- 「발에 치이는 부엉이들」 중에서
이제 발자취는 늪지 뒤편, 넓은 들녘의 끄트머리로 나를 이끌었다. 여기서 근래 2년간 쓰지 않은 마멋의 굴 때문에 발길은 머뭇거렸다. 그래도 얼핏 냄새가 남아 머트는 관심을 갖고 불룩한 주둥이를 움찔대고 엉긴 풀밭을 뭉툭한 발로 긁어댔다.
머트는 오래 지체하지 않았다. 토끼가 지나가서 아침 바람에 토끼 냄새가 실려 왔다. 머트의 발길은 갑자기 옆으로 빠져, 10월에 경작한 푸석해서 잘 무너지는 이랑들 위를 조심성 없이 달리다가 서리 낀 고랑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더 침착하게 따라갔고, 갑자기 가시덤불에서 발자취가 끊겼다. 머트는 오래 멈추지 않았다. 가시에 머트의 자랑인 털이 아직 걸려 있었다.
--- 「4월의 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