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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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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78g | 128*188*30mm
ISBN13 9788956253961
ISBN10 89562539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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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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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야 할 때를 놓치고 살아남은 탓으로 마음이 일그러지는 걸까.
--- p.12

그런 사랑을 받아보았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영영 외로울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p.50

오랜만에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썼다. 시련을 견디는 동안 기억이 흐릿해지기 전에 좋았던 시간을 오롯이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p.126

선생님은 무조건 잘했다가 아니라, 내 문장에서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읽어주셨다. 그냥 썼다고 생각했던 문장이 내 안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게 되니 글 쓰는 일이 훨씬 어려워졌다. 쉽게 쓸 수 있는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그렇게 쌓아놓은 문장들을 읽고 있으면 개운하게 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을 몇 번 겪고 나니, 쓰는 게 너무 괴로운데 안 쓰는 건 더 괴로운 날이 많아졌다.
--- p.137

나는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지금 통과하는 시간이 긴 터널이 아니라 깊은 동굴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 p.173~174

만약에 십 대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무도 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나 되어도 괜찮다고.
--- p.186

이런 날에는 필연적으로 이만큼이나 아팠던 다른 날들이 떠오른다. 그럴 땐 곁에 언제나 다정한 누군가들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관심이 짐이 되었던 시간들이 유독 떠올랐다. 아마도 최근 노래를 만든다며 그때를 자주 떠올려서인 것 같다. 아직 무엇 하나 완성되지 않은 노래는 이젠 괜찮아진 날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정말 괜찮은데도 불구하고 가끔씩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게 되면 목이 메고 눈이 빨개진다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누군가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때의 내가 너무 딱해서.
--- p.205

낯설지만 조금 익숙해진 풍경을 그리다 보면, 결국은 모과나무를 떠올리게 된다. 어째서 그렇게 종일 나무만 바라본 걸까? 왜 그런 작은 움직임에 집착했던 걸까? 아마도 그때의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붙박여 있는 나무에게서 나의 어떤 모습을 본 것 같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몰라 걷다가, 걷다가, 결국에는 다시 빈방으로 돌아와 누워만 있던 시간들을 기억해냈겠지. 그때에는 자주, 거의 매일 그 시간들을 끄집어내고 되새김질했으니까. 그건 그래서 일종의 응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p.302

‘노력’이나 ‘열심히’라는 말이 좀처럼 간단하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힘들다는 건 아무한테나 물어도 알아봤을 것이다. 두 달 만에 몸무게가 10킬로그램 가까이 줄어 가만히 있어도 갈비뼈가 드러났으니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얼마나 시간이 더 흘러야 괜찮은 날이 올지, 그런 날이 오기는 할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 말이 꼭 좋은 말일 필요는 없었다.
--- p.3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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