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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은 오히려 안락한 휴식처

수술실은 오히려 안락한 휴식처

: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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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148*210*20mm
ISBN13 9791165450663
ISBN10 1165450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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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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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된 균이 피부를 타고 번지면서 급격하게 붉은 반점이 생기고 있었다. 담당 교수가 와서 피부가 썩고 있다면서 바로 수술실로 데리고 갔다. 몇 시간 전에 전신마취를 했기 때문에 다시 하면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다. 전신마취가 아닌 링거주사를 통해 통증만 완화시키면서 복부 두 곳, 옆구리 여섯 곳을 예리한 메스로 길게 잘라 나갔다. 그리고 진피와 표피 사이로 퍼지고 있는 오염 물질을 소금물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정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살을 찢고 닦는 생체 수술이었다. 고통이 묻어나는 고함을 한없이 뿜어냈다. 그 사람이 바로 필자였다. 수술을 마치고 병실에 누워 있는데 온몸에 열이 올라 에어컨에 선풍기를 쐬어도 견딜 수 없었다. 담당 교수가 오더니 “패혈증으로 번졌으니 가망이 없습니다.” 하고 떠났다. 사망선고였다. 필자는 죽었다. 전남대병원에서의 일이었다.

담당 교수 왈 “장이 모두 썩어 버린 것 같은데 빨리 수술실로 옮기세요.” “보호자님! 환자의 장이 모두 썩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장례 치를 준비하세요.” “수술실에서 개복을 했다가 내부가 썩어 있으면 봉합을 안 하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담당 교수의 사망선고였다. 병실에 모여 있는 모든 가족들과 통한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수술실에 가서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죽기는 정말로 싫었다. 그래서 수술을 거부했다. 죽더라도 내 의지에 따라 나를 정리하고 죽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죽음을 앞두고 가장 눈에 밟히는 아들, 딸 그리고 아내와 가족들이 생각났지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딸은 자기 엄마라도 있으니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겠지만, 아들은 누구의 도움을 받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나? 그리고 못다 한 가족과 조상에 대한 의무는 어떻게 하나?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현실이었다. 필자는 홀로 수술실에 죽으러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에서의 일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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