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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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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4쪽 | 385g | 153*224*20mm
ISBN13 9788956056449
ISBN10 895605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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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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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전혜린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31세로 요절한 독문학자이자 독일문학 번역가. 1934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의 경기여중고에서 공부했다. 서울대학교 법대 재학 중 독일로 유학, 뮌헨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한 후 귀국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를 맡는 한편, 번역 작업을 했다. 헤르만 헤세, 하인리히 뵐, 에리히 케스트너, 루이제 린저 등의 탁월한 독일문학 작품들이 전혜린의 번역으로 한국에 소개되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절대로 평범해져서는 안 된다”는 소녀 시절부터의 집념, 물질, 인간, 육체에 대한 경시와 정신, 관념, 지식에 대한 숭배, 그 뜨거운 열정과 치열함은 이후 ‘전혜린 신화’로 남게 된다. 저서로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가 있다. 역서로는 프랑소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 에른스트 슈나벨의 『한 소녀의 걸어온 길』,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에리히 케스트너의 『파비안』,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W. 막시모프의 『그래도 인간은 산다』, 하인리히 노바크의 『태양병病』등이 있다. 1965년 1월, 항상 인습과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녀는 너무 일찍 이 세상과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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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나의 인생 목표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처럼 그렇게 밝고 깨끗하고, 뛰어나고, 정돈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았으나, 거기까지 달하는 그 길은 멀었고, 거기까지 달하기에는 학교에 다니고, 공부하고,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리고 그 길은 항상 다른 어두운 세계의 옆을 지나, 그 어두운 세계를 통과하여 가야만 했기 때문에 사람은 흔히 그 세계에 머무르고 가라앉는 수도 있었다.

오늘날도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를 갑자기 다시 듣는다면 나는 놀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때부터 가끔 그것을 들었고, 항상 계속해서 연달아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떠한 장소에도, 놀 때도, 일할 때도, 사색할 때도 이 휘파람 소리가 따라다니지 않는 곳은 없었다. 그 소리에 나는 얽매였고, 그것이 지금 나의 운명이 되었다.

그는 ‘낙인의 표지’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사람들은 이것을 하고 싶은 대로 설명할 수가 있어. ‘인간’이란 항상 그에게 편안함과 정당성을 부여하는 존재야. 사람들은 카인의 후예를 두려워해. 그들도 그 ‘낙인’을 가졌지. 그러니까 그 낙인을 사실 자체로서 하나의 특성으로서가 아니라, 그 반대로 설명하는 것이지. 이 낙인을 가진 사람은 흉측한 놈들이라고 사람들은 말했지. 옳아. 용기와 특성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항상 겁나게 하거든.

이때 모든 것은 변했다. 소년 시절은 내 주위에서 폐허가 되었다. 양친들은 나를 어떠한 난처한 심정을 품고 바라다보았다. 누나들은 나에게 아주 낯설게 되었다. 하나의 꿈에서 깨어남은 익숙했던 감정과 기쁨을 변조시키고 빛을 바래게 했다. 정원은 향기가 없었고, 숲은 유혹하지 않았고, 세상은 내 주위에서 고물을 파는 것처럼 김빠졌고, 매력이 없었고, 책은 종잇조각이었고, 음악은 소음이었다. 가을 나무 주위에는 나뭇잎이 떨어져도 나무는 그것을 느끼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몇 년 동안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아무것도 되지 않고 아무 목적에도 도달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또는 어떤 목적에 도달하더라도 그것이 나쁘고 위험하고 끔찍한 목적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 내부로부터 스스로 쏟아져 나오려는 것만을 살아 보려고 한 것인데, 왜 그것은 그다지도 힘든 일이었을까?

“좋습니다.” 하고 나는 반문했다. “그렇다면 어디에 개개인의 가치는 있는 것일까요? 만약에 우리가 모든 것을 우리 속에 벌써 완성된 것으로 가지고 있다면 무엇 때문에 우리는 노력을 하는 것이지요?”

우리들, 표지를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서 이상하게 미쳐 있고, 위험한 사람들로 통하는 것은 지다하다. 우리는 깨어난 자, 또는 깨어나고 있는 자들로서 우리의 노력은 완전하고 지속적인 ‘깨어 있음’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행복의 추구는 그들의 의견과 이상과 의무와 생활과 행복을 점점 더 좁게 부뚜막에 묶어 놓고 있다. 그곳에도 노력은 있고 힘과 위대함이 있다. 그러나 우리들 표지 있는 자들이 자연의 의지를 새로운 것으로, 개별적인 것으로, 미래의 것으로 상상하는 데 반해서 다른 사람들은 보수(保守)의 의지 속에 살고 있다.

세계가 전쟁과 영웅주의와 명예와 기타 낡아빠진 이상을 향해 응결되어 있으면 있을수록, 또 가상적인 인류의 음성이 아무리 멀고 비현실적으로 들리면 들릴수록 그 모든 것은 전쟁의 외부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에 관한 질문과 마찬가지로 다만 피상적인 것에 불과했다. 깊은 곳에서 무엇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인류와도 같은 무엇이었다.

무한히 긴 시간 동안 그는 계속해서 내 눈 속을 들여다보았다. 천천히 그는 그의 얼굴을 나에게 가까이 가져와서 마침내 우리의 얼굴은 거의 부딪칠 만큼 가까워졌다. “싱클레어!” 그는 속삭였다. 나는 그에게 그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표시로 눈짓을 했다. “꼬마!”라고 그는 미소하면서 말했다.

새는 알을 까고 나온다. 시작과 종말은 같다. …데미안은 하나의 이름, 하나의 개념, 하나의 이데아다. 그러나 어떤 현실의 인간보다도 더 살고 있고 더 생생하게 가깝게 느껴지는 무엇이다. 우리 속에 있는 모든 요소를 남김없이, 그리고 완전한 방법으로 구현하고 있는 까닭에 우리는 때로 관념 속에서보다 진실하다. 데미안이 우리보다 진실한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젊음과 인식욕, 지식학의 심벌, 어린 시절의 성(性)에의 기피에 대한 섬세한 대변자, 관념 속에의 도피, 자아예찬, 그리고 죽음에 의한 승리-데미안은 확실히 우리 자신의 분신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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