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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그네

겨울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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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74g | 152*223*30mm
ISBN13 9791155820032
ISBN10 115582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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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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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운 성찬경 선생과의 인연
다섯 남매들 보아라

내가 예산여고 다닐 때 너희들 아버지가 사시던 예산 읍내 신흥동 집에 친구 몇 명과 함께 몇 번 드나든 일이 있었다. 역사를 가르치던 우리 담임 김광회 선생님이 시인이셨는데 어느 날, “장차 한국 시단을 이끌 대단한 시인이 예산농고 영어 선생님이다. 그는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서울 문리대 영문과 출신이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엄마 친구 홍경희가 자기 친척이라 그 집을 안다는 바람에 몇 명이 가게 된 것이다. 날 잡아 경희의 안내로 단짝 친구 네 사람이 장래가 촉망된다는 젊은 시인의 집을 방문했다. 그날, 2000년 늦가을 95세로 천수를 다 누리고 떠나신 40대의 어머님(너희 할머니)이 마당에 있는 우물가에서 무얼 하시다가 웃는 낯으로 일어서시면서, “찬경아! 학생 손님들 왔다.”고 하시자 다소 안색이 창백한 20대 청년이 방에서 나와 우리를 맞아들였어. 당시에 성 선생은 건강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더라만 눈빛이 강렬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날도 엄마 친구 강봉순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문학을 지망하는 청년에게』를 들고 갔었지. 내 하숙집 주인 딸이기도 했던 멋쟁이 봉순이는 늘 그런 책을 옆에 끼고 다니기를 즐기는 문학소녀였다.

이것저것 시나 소설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에 내가 피아노 친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는 아버지가 상당히 반색하는 눈치더라고. 화제가 음악 쪽으로 옮겨지던 중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부스럭부스럭 슈베르트 가곡집을 찾아가지고 오시더구나. 악보를 넘겨 가며 원어로 흥얼흥얼 노래하다 말고, 언제 내 반주를 곁들여 제대로 불러 보고 싶다면서 몇 개를 뽑아 연습하라고 그 책을 빌려주셨다. ‘물방앗간의 아가씨’, ‘겨울 나그네’, ‘백조의 노래’ 순으로 독일어 가사 밑에 일본어 번역이 들어가 있는 자그마한 연가곡집이었어. 나는 슈베르트의 노래에 연가곡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니까. 며칠 후 예산농고 교장 선생님 댁에 피아노가 있다면서 나더러 그 책 가지고 그리로 오라는 전갈이 왔어.

그날 아버지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바람에 나는 어쩐지 조마조마했다. 피아노가 있는 방에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고 그 집은 아주 조용했거든. 백조의 노래 끝부분에 있던 ‘그림자Doppelganger’라는 노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부르시던 일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런데 며칠 후 훈육 주임이 나를 부르더니 남자 학교 선생하고 저녁 때 피아노 치고 노래한 일이 있느냐며 농고 교장이 교감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더라네. 그분이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과 친구 사이였대나 봐. 별로 꾸중을 들은 것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조심하라는 투여서 상당히 기분 나쁘더라고.

여학교 졸업한 지 얼마 후 4·19 혁명이 나던 해에 대학의 같은 과 선배인 너희 당고모한테 무슨 책(학교 교재)을 빌리러, 그가 근무하던 『사상계』 잡지사(종로 2가)에 갔다가 거기서 오랜만에 성 선생을 만났어요. 그날 『사상계』에 실린 4·19 혁명에 관한 시 ‘영령은 말한다’ 원고료를 받았다며 찻값도 내고 그러던 일이 생각난다. 사상계사 내에서, 총탄에 쓰러진 젊은이를 ‘소복한 사슴’으로 비유한 부분이 좋다고들 한다면서, 아버지 시를 사랑하는 너희 당고모가 사촌 오라버니인 성 선생을 자랑스레 바라보던 일까지 생각나는데 그 시는 그 후 사라져 버렸어. 아무튼 반갑게 만나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예산에서 슈베르트 노래 반주를 하던 그날 일이 생각난 거야. 그래 내가 훈육 주임에게 불려갔던 후일담을 말했더니, 교장이 자기한테는 한마디도 안하고 왜 여학교에 전화했는지 괘씸하다나 뭐라나 하면서 대단히 화를 내더라고. 박똥팔 선생(훈육 주임 별명)한테 크게 혼이 난 것은 아니었다는 말로 진정시켜 드리며 우리는 유쾌하게 웃었다만. 당고모와 나는 여고 동문이기도 해서 걸핏하면 꽥꽥 소리치고 무릎 꿇리기를 잘하던 악명 높은 박똥팔 선생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아, 지금 생각이 났어. 당고모 혼인 식장에서 아버지가 슈베르트 ‘아베 마리아’를 이 절인지 삼 절까지 기도하듯 정성 들여 부르셨다. 축가 반주 청을 받고는 몇 날며칠을 수도 없이 연습은 했지만 그 식장에서 처음으로 한 번 맞춰 본 자리였는데, 성 시인이 자칭 박치답게 감정에 취해 더러 박자를 무시하고 열창하는 바람에 노랫말 따라가느라고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나는구나. 아마 당고모가 나한테 웨딩마치를 부탁했었던 것 같아. 까맣게 잊고 있던 오십 년도 훨씬 넘은 옛날 옛적 얘기다.

어느 날 성 시인이 장시長詩를 탈고했다면서 A4용지 몇 장을 끈으로 묶은 것을 우리 넷에게 보여 주셨어. 아버지의 첫 시집 제목이기도 한 그 유명한 「화형둔주곡」을 필사한 것이었지. 14연이나 되는 7행시를 굵은 만년필로 썼으니 부피가 상당했다. 문학소녀인 우리들이 「화형둔주곡」을 읽은 첫 독자가 아니었을까 싶어. 우선 길이를 보고 놀라는 우리들에게 한 연씩 자상하게 해설해 주시더구나. 다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지 아프게 청춘을 장사葬事지내고 새롭게 비상하려는 한 성숙한 영혼의 미래에 대한 다짐이랄까. 깊은 고독이 전해져 우리도 덩달아 비장해지던 기억이 난다.

그해 겨울방학 때 뜻밖에 성 선생이 보낸 우편물이 당진 송산 고향집으로 배달되었다. ‘용 항아리와 사각 제기’ 이렇게 큰 글씨로 쓰고 실제로 용 항아리와 사각 제기를 색깔이 있는 선만으로 단순하게 그리고는 “May you have the celestial music in your happiest season!” 1957. Chan.이라는 영문을 곁들인 수제 크리스마스카드와 짤막한 편지였어. 처음 보는 ‘celestial’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가며 “행복한 계절에 하늘의 음악을 누리소서!” 이렇게 뜻을 새기노라 애쓰던 일이 생각난다. 왜 하필 ‘celestial music(천상의 음악)’이라 했을까. 아버지가 천상으로 떠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무슨 예언적인 말 같기도하다. Chan.이라는 영문 수결手決로 내가 받은 몇백 통(혼인 후 미국 영국등지에서 보낸 것 포함)의 편지 중 최초의 것이었을 텐데 어쩐 일로 이 빛바랜 성탄카드가 묵은 편지들 속에서 요새 나왔어. 헤아려 보니 지금으로부터 57년 전 얘기구나. 어린 시절 피아노로 해서 받은 상처와 고생에 비하면 내 인생에서 피아노는 아무런 쓸모나 도움이 안 됐던, 그야말로 허망한 도로徒勞였다는 생각으로 착잡했었다. 헌데 근래, 보잘것없는 나의 피아노 솜씨나마 아버지와 나를 잇는 끈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고통의 제물을 많이 바치는 삶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까닭은 역시 신비이리라.

이렇게 읊은 아버지의 시구를 대하면서였을까. 피아노는 그 당시의 내게 정말 ‘고통의 제물’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만난 피아노라는 괴물에 매료되어 왕복 40리가 넘는 시골길을 도보 통학하는 와중에 피아노를 배우노라니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이 들었겠어. 그때는 버스도 없었고 하숙은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었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꼬박 두 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방과 후에 악보가 잘 안 보일 때까지 연습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오밤중에 집에 와 한숨 자고는, 날이 밝기도 전에 새벽밥 먹고 또 학교로 달려가는 생활의 반복이었으니 이만하면 피아노가 ‘고통의 제물’이 아니겠느냐. 요즘 나는 틈틈이 아버지의 시를 외운다. 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 많아 보속補贖하는 심정이기도 하다. 매월 공간시 낭독회 때 가서 한 편 씩 아버지의 시를 읊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방금 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공간시 낭독회’는 아버지 생전에 초창기부터 40여 년간이나 이어 온 역사 깊은 시 낭송회가 아니냐.

이번 달 첫째 목요일(4월 3일)에, 얼마 전 아버지 일주기 때 회원들이 참석해 준 답례로 1986년 작 「삶」을 암송해 보니 그냥 보고 읽는 것과는 그 맛이 아주 다르더구나. 19행으로 된 송운의 「삶」을 간추려 본다.

번뇌 많은 삶이다.
겪을 만큼 겪지 않고 번뇌를 넘는 방법은 없다. ……
즐거움은 날아가 버리고 슬픔은 남아 가라앉는다. ……
슬프고도 황홀한 삶이다.

길을 걸을 때나 아버지가 늘 텔레비전을 보시던 마루의 그 자리에 앉아서나 혹은 내 컴퓨터 앞 창 너머로 보이는 앞 동 아파트 꼭대기에, 가끔 새가 날아와 하늘을 배경으로 앉아 있던 곳을 바라보면서 시구로서가 아니라 그냥 내 말로 ‘슬프고도 황홀한 삶이다.’ 이렇게 중얼거리곤 한다.

5월 첫째 목요일에도 공간시 낭독회에 참석하여 기왕에 외워둔 짧은 시 「눈물」을 또 암송해 볼까. “눈물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이렇게 시작되는 아버지의 오십대 중반의 시다. 이 시를 외우다가 나는 「눈물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는 제목의 시 같은 수필을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아버지가 떠나신 후 처음으로 해 본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슈베르트 연가곡 풍으로, 아니 나의 사랑 청금루주인淸襟樓主人 송운松韻 성찬경 사도 요한의 밀핵시론密核詩論적 가락으로. “눈물이 마음 안에 고운 노을로 퍼진다.”는 마지막 구절을 떠올리며 전철 안에서 눈 감고 앉아 있노라면 정말로 내 온 몸에 따뜻한 눈물이 고운 노을로 퍼지는 것 같아서 아릿해지고 그런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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