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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달이 계속 자란다고 생각 안 하지

아무도 달이 계속 자란다고 생각 안 하지

삶창시선-5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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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00g | 120*188*12mm
ISBN13 9788966551200
ISBN10 89665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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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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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얼자 빙점은 바닥을 일으켜 세운다
수직으로 중심을 세우는 물줄기
이끼를 끼고 앉은 저녁이 건너오고
물방울은 제 안에 서슬을 가둔다

단단한 것들이 풀어지는 아침
지난 어둠은 물기둥의 무늬가 되었다
팔딱거리는 심장과 꼬리가 한기로 몸을 털 때
빙폭 앞에 성대를 녹이는 사람이 있다

고음에게 소리를 뺏긴 사람
침묵이 가장 큰 화음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당신은 목을 끊어버린 물소리를 빙폭이라고 했다

물의 뼈대가 되기 위해 빙폭은
마지막까지 내리 꽂히는 물줄기가 필요하다
성대 안쪽에서 우는 침묵
침묵을 관통하는 건 결로된 벼락이다
--- 「빙폭」중에서

저녁이 비를 긋는다

긴 옷을 끌고 서 있는 참나무 껍질은
흙냄새보다 더 짙은 어둠이 된다

뿌리는 빗소리로 걷고
길은 적막을 더듬는다

불필요한 수식을 지우며 살아가는 것은
목소리를 죽이고 시선을 내어주는 일이었다

너의 말을 들으려고 귀를 펼칠수록
침묵도 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기다렸다
돌멩이도 비에 젖으면 냄새를 갖는다
너에게 스며든다는 것은
소리보다 더 눅눅한 너의 냄새를 갖는다는 것이다
--- 「침묵, 비에 젖다」중에서

손바닥이 여자의 삶이었다
오늘은 손바닥 하늘이 조용하다
아이들이 제각각 떠난 뒤로도
새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세탁기 버튼을 누르고
거품 묻은 수세미가 움직이고
청소기의 열이 식어갈 무렵
손 안에서 새소리가 끓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길을 찾지 마세요
문은 열어두세요
어제 죽은 친구의 연락처는 지우세요
흩어지는 것들은 내버려두세요
도미노로 무너진 것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요

물고기 비늘을 유리병에 담으세요
여자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전신주에 어지럽게 엮인 줄은 잊으세요
손바닥 시간을 읽으세요
반짝이는 것들은 너무 짧아요
---「손바닥 새점을 치는 여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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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강민영의 시에는 자연이 많다. 자연주의자라고 해도 될까? 동양 시편들의 제재 주류가 자연인 것처럼 동양의 딸인 강민영의 시도 그렇다. 여러 시편에서 자연을 소재로 하는 자연감과 자연현상을 유려한 진술을 통해 드러내는 강 시인만의 특징을 볼 수 있다. 나아가 강민영은 가난하고 허허벌판에서 견디는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선과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 거리를 통한 객관적 묘사, 자연주의적 발상과 진술, 가족사를 통한 인생의 부조리와 비의 등 다양한 제재의 층위를 독자에게 내보이고 있다. 시 쓰기를 시작하기 전후 미술과 문학, 고전 읽기, 사회정치적 관심, 다양한 독서를 통해 형성된 인문학적 소양이 강민영 시인의 시행 속에 섬유질처럼 뻗어 있다.
-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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