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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 -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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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14쪽 | 128*188*30mm
ISBN13 9791128851889
ISBN10 112885188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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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오늘은 정월 새해 첫날로 천지만물이 긴 휴식을 취하는 중에 여기에도 봄바람이 불어온다. 배 속에서도 신년을 축하하는 위(胃)의 이키치(胃吉)와 장(腸)의 조조(腸?). (중략) 균을 죽여서 보내라고”. 이키치 ”짬이 있으면 죽여서 보내겠지만 그 뒤에도 점점 계속 들어오는걸요. 아이고, 왔다, 이번에는 익힌 우엉이네. 익혔다고는 하지만 이름뿐이고 사실 날거나 다름없네요. 아이고, 당근도 왔네요. 영차, 이번엔 두부 지짐인가? 이 두부도 좀 수상하네요. 두부 가게에서 팔다 남은 두부를 지져서 만든 것 같은데 역시 균이 잔뜩 섞여 있어요. 이런 어묵이 들어왔네. 어묵이라는 건 생선 살로 만든 것이지만 이 어묵은 생선 살은 3할뿐이고 감자 전분이 7할, 그나마도 작년에 선물로 받은 것이네요. 조조 씨,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오늘도 쉴 수가 없겠는데요. 어정쩡하게 계속 음식물이 들어오니 언제 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조조 “음식만으로 멈추면 좋겠는데 지금부터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술이라도 들어온다면 100년 후에나 함께 쉴 수 있겠지”. 이키치 “술이 들어오면 일이고 뭐고 할까 보냐”라고 하는 둘의 잡담을 끝낼 수밖에 없게, 슬슬 배 속이 흔들리며 위에서부터 술의 홍수가 밀려온다. “아이고, 왔다! 도망치자, 도망쳐!” “쓰나미다! 쓰나미!”라고 외치면서 이키치도 조조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다.

“정말 좋은 풍미네요. 이다음에는 무엇을 할까요?” 오토와 “데친 고구마에 이번에야말로 소금과 설탕 간을 해 주세요. 그리고 고운체에 비벼 갈아서 우유와 섞어 모양을 만들면 매시드라고 하는 긴톤의 겉 부분 같은 요리가 돼요. 차킨시보리는 경단 크기 정도로 만들어서 면포로 감싸서 손으로 누르는 거예요. 튀김을 만들 때는 평평하게 눌러서 계란과 밀가루로 튀김옷을 입히고 샐러드유로 튀기면 돼요. 사과튀김도 사과를 얇게 썰어서 같은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고구마묵은 한천을 삶아서 그 안에 체에 비벼 갈아 낸 고구마를 넣고 그대로 굳히는 거예요. 찜은 좀 만들기 힘든데 체에 비빈 고구마에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 섞어서 그걸 카스텔라 냄비에 넣고 한 시간 정도 찌는 건데, 그냥 끓는 물로 바로 쪄도 괜찮아요”라고 하니 평소에는 값싼 재료라고 무시받던 고구마가 오토와 씨 덕분에 오늘은 고급 요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데 오토와 씨, 그런 요리의 비법을 우리 같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면 누군가한테 싫은 소리를 듣는 게 아닌가요?” 오토와 “싫은 소리를 하신다 해도 상관없어요. 비법이다 비밀이다 해서 감추는 것은 속 좁은 짓이죠. 저는 별것도 아닌 비법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돈을 낸 적도 몇 번이나 있어요. 그렇지만 이런 건 서로 배우면서 전체적으로 우리 나라의 요리법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른길이 아니겠어요?” 부인 “그럼요” 하고 대찬성. 야만의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비밀하게 내려오는 비법이 많은 법이다. 그러나 문명사회에서 비법은 큰 금기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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