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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만 보기로 했다

나는 발만 보기로 했다

: 정형외과 족부전문의 박의현의 메디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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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46g | 128*200*12mm
ISBN13 9788998120658
ISBN10 899812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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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재미있다. 사람의 발은 재미있다. 두 발로 서서 걷는 다는 인류의 숙명을 함께 해내면서 묵묵히 사람의 체중을 견디며 자유롭게 이동하기 위해 손만큼 정밀한 구조를 가졌던 발이 어느 것보다 튼튼한 기관으로 발전했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발의 안쪽에서는 무게를 분산시키면서 균형을 잡기 위해서 끊임없이 정밀한 장치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발은 대단하고 대견하다.
---「발은 재미있다」중에서

개인도 그렇고 가정도 그렇고 아프지 않은 것이야 말로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아픈 곳이 있다면 행복할 수 없다.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을 때 아프기까지 한다면 다시 일어설 힘조차 내기 어렵다. 아파본 사람은 알 것이다. 통증이라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말이다. 몸의 통증이 자라 사람의 정신까지 갉아먹고 무너트리는지 말이다.
---「발, 아프지 말자」중에서

환자로서 병원을 찾을 때는 어떤 마음일까? 대부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게 된다. 큰 병은 아닐까 걱정도 되고, 병원에서 풍기는 소독약 냄새에 긴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그런 환자들은 아주 작은 것들도 민감할 수 있다. 하다못해 대기실의 의자 개수나 대기 순서를 알려주는 안내 멘트 같은 것 때문에 환자들은 불안해할 수도 있고 용기를 얻을 수도 있다.
---「의사가 환자가 될 때」중에서

발 하나만 보고 걸어온 의사에게 발자국이 남는다는 것이 어딘가 뭉클하게 다가왔다. 할리우드나 충무로에 가면 스타들의 손도장을 찍는 거리가 있다. 손도장이 현재의 빛나는 재능을 상징한다면, 발자국은 평생을 바쳐 걸어가는 길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본다면 수많은 발자국이 남아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자기 힘으로 걷기 시작했을까? 어디서 달렸고 어디서 쓰러졌고 또 어디에서 다시 일어섰을까? 지나온 발자국들이 우리 인생을 기억하고 있다.
---「발자국이 남는다」중에서

발이 아파본 사람은 알 것이다. 발을 땅에 딛을 때마다 통증이 오는 것이 얼마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지 말이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깟 발’이라 하겠지만, 한번 아파본다면 발이 편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절절하게 알게 될 것이다. 처음 진료실에 들어설 때 한 발 딛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던 환자들이, 수술을 받고 퇴원을 할 때 환한 얼굴로 병원을 나서는 것을 볼 때야말로 발을 고치는 의사 박의현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마음을 보듬는 의사가 되고 싶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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