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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는 내가 정할게요

내 자리는 내가 정할게요

: 여성 앵커의 고군분투 일터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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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316g | 128*188*20mm
ISBN13 9788960906181
ISBN10 896090618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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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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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한 가지, J가 남자 앵커이기 때문에 관행상 왼편에 서고, 인사를 먼저 하고, 뉴스도 먼저 전하는 거였다. 뉴스만 잘 전하면 됐지,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뉴스 프로그램을 대표해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그날의 가장 중요한 뉴스를 전하게 되는 자리를 늘 ‘남자’ 앵커가 해왔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면서 넘길 수는 없었다.
--- p.40

앵커를 맡으면서도 “내가 얼마나 앵커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40대 여기자의 앵커 진출을 막는 일은 없도록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던 터였다. 보통 남자 앵커보다 후배인 여자 앵커들은 문제제기를 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내가 선배인 이 경우에도 ‘관행’이라며 지나가버리면, 내내 마음이 괴롭고, 말하지 않은 걸 오래오래 후회할 것 같았다.
--- p.41

그래, 이 ‘현장’이 주는 매력 때문에 내가 그렇게 기자가 되고 싶었지. 기레기라 욕먹고, 내 생활도 없고, 일은 힘겹고 부담스러워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가장 중요한 일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궁금한 건 물어보고 또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건 아직도 가슴 뛰는 일이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내 일을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여전히 스튜디오의 앵커보다는 현장을 뛰어다니는 백발의 할머니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든다.
--- p.75

워킹맘은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하는데, 잘 내려놓지 못하고 매사 최선을 다하려다 보면 죽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가혹한 여건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환경에 처해보지도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비수를 찌른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 전투력이 약해진다는 둥, 그저 편하게 생활하려고 내근직을 택했다는 둥 하면서.
--- p.85~86

이런 가혹한 운동장에서도 예전엔 ‘일은 더 열심히 하고, 술도 더 맹렬히 마시면 되지!’라며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었지만, 임신과 출산은 나의 머리채를 출발선 100미터 뒤로 확 잡아끌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1인분의 노동력을 흡족하게 제공하는 이들과는 같은 선에 설 수 없다는 걸, 늘 ‘아기냐 일이냐’를 저울질하면서 그때그때 어떤 선택을 하든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매 순간 깨닫는다.
--- p.123

역시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니……. 대안적인 여성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고민을 해도 모자랄 판에 탈꼰대, 탈마초를 고민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떡하겠나. 나 자신을 정확히 알고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앞으로도 꼰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나의 노력은 계속될 거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진짜 꼰대 확정이다.
--- p.131~132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곳곳의 왕언니들이 그래도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나도 언젠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왕언니의 위치에 오르면 ‘젊음과 미모’라는 획일적인 기준 말고, 다양한 매력과 능력을 반영해 색색깔 아름다운 이들로 스튜디오를 채워보고 싶다.
--- p.217~218

결과는 우리 빼고는 해피엔딩이었다. 그녀도, 그녀의 후배도 잘살고 있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원하는 수위의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나도 ‘지금 기사는 안 쓰지만 계속 주시하겠으며, 제대로 징계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바로 다시 문제 삼겠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 p.229~230

조금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 광활한 자연에서, 우주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작은 존재이다. 내가 분초를 다투며 매달리는 이 일은 나중엔 기억도, 흔적도 남지 않을 것들이다. 내가 옳다고 믿고 있는 이 일도 기준과 상황에 따라선 얼마든지 달리 보일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좀 힘이 생긴다. 그리고 희망도 생긴다.
--- p.2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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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뉴스 속 여자 앵커가 안 예쁘면 얼마나 많은 곳에서 불평이 들려오는지 당신은 아는가. 그렇다고 꾸미면 티낸다고 얼마나 많은 수군거림을 듣는지도. 뉴스 중에 심각한 눈빛을 능숙하게 ‘연기’하는 일, 아니면 심각한 마음으로 기사 한 줄 더 확인하는 일, 과연 어느 쪽에 더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할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여성 앵커로 발탁되는 것, 또는 오래도록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서는 것 중에 더 목표로 삼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여성 앵커로 살며 나는 종종 헷갈렸고 때로는 무력한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 말하겠지. 잘생기고 훌륭한 남자 앵커도 있다고,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사람도 많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여성 앵커들이 이러한 문제에서 하루라도 빨리 자유로워질 때, 이 세상에 더 좋은 뉴스 프로그램이 많아질 거라고 나는 믿는다. 때로는 흔들리는 것조차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관심 없던 다이어트를 해보고, 그러다가 용기를 내 포기 선언도 하면서, 맞서고 때로는 타협하며, 고민하며,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 김소영 (방송인·책발전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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