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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할머니의 꿈

도서관 할머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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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80쪽 | 280g | 153*224*20mm
ISBN13 9791155551332
ISBN10 115555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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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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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은 된추위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예년보다 꽃 소식이 빠르다. 봄은 간절한 기다림, 그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 오는 것이라 했는데, 빨리 온 봄은 예제서 착각 소동을 벌인다. 개구리가 일찍 잠에서 깨고, 과수원에서는 꽃들의 냉해를 걱정한다. 겨울이 겨울다워야 봄도 봄답다는 걸 조숙한 봄이 일깨운다. 입춘이 지나면 우리 부부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등허리를 굽혀 마당을 살핀다. 양지쪽 튤립을 시작으로 발그레한 싹을 내미는 달래. 그 뒤를 이어 방풍나물, 참나물, 취나물도 어김없이 그 존재를 드러낸다. ‘봄’의 어원은 ‘보다’가 틀림없다. 눈이 침침하도록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봄을 맞는다. 과묵한 남편의 말수가 느는 것도 이맘때다. 호미만 들었다 하면 해가 지도록 흙투성이로 지내는 남편. 추위보다는 호미를 놓은 손이 헛헛해 어찌 겨울을 났을까.

남의 땅을 조금 빌려 짓는 농사지만 지하실 창고에는 각종 농기구가 가지런하다. 에멜무지로 짓는 농사여서 이름도 알 수 없는 그것들이 단 한 번이라도 쓰일까 궁금한데, 남편은 사 모은 농기구들을 보물처럼 여긴다. 이 보물 창고를 드나드는 남편의 발걸음에 신바람이 실리면 봄은 무르익는다.
“이다음 촌에 가면….”
새파랗게 데친 봄나물 한 좨기를 무쳐 놓고 막걸리를 마시며 우리 부부가 되뇌던 말이다.

결혼 초, 남편은 퇴직하는 즉시 촌으로 가 진정한 농부로 살겠다고 선언했다. 나 역시 산과 산 사이에 빨랫줄을 맬 만한 산골 태생이다. 하지만 행동이 굼뜨고 재바르지 못해 농사를 짓는 데 자신이 없었다. 더구나 산골에 살았어도 친정집은 농사를 짓지 않았다. 땅이 없어서다. 농사란 게으름이 즉각 들통나는 일이어서 제때 씨 뿌리고 김을 매지 않으면 영근 알곡을 거둘 수 없다. 그런데도 남편의 꿈에 어깃장을 놓지 않았던 것은 꾸밈없이 사는 산촌의 삶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퇴직 때까지는 먼 후일이어서 ‘이다음 촌에 가면…’을 시작으로 풀리는 남편의 사설에도 능청능청 맞장구를 칠 수 있었다.

사실 남편의 호미 사랑은 모전자전이다. 작은 체구에 바지런하기로 소문났던 시어머님은 아흔 연세에도 손에서 호미를 놓지 않으셨다. 논농사도 없는 농가에서 여섯 자식을 기르느라 잠시도 호미를 놓을 수 없었던 어머님. 남편은 그런 어머님이 무척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틈나는 대로 밭에 나가 어머니를 도왔다 한다. ‘애비가 밭일을 젤 많이 도왔지….’ 어머니도 그걸 인정하셨다.

운이 좋았다, 젊은 나이에 마당 있는 집을 마련한 것은. 토요일 오후, 남편은 퇴근길에 종로를 거쳐 오면서 갖가지 농기구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호미, 낫, 쇠스랑이며 곡괭이까지 사 가지고 버스를 타고 왔다. 다시 호미를 들게 된 남편은 마당에 코를 박고 잡초를 뽑았다. 가끔 그런 남편이 못마땅했다. 호미보다는 펜의 힘이 더 강하다고 믿을 때여서 남편 손에 호미가 아닌 책이 들려 있기를 바랐다. 호미는 퇴직 후에 들어도 늦지 않을 터. 직장 다니는 동안은 전공 분야에서 더 능력을 인정받고 제때 승진하는 것이 우선이라 여겼다. 성실히 근무해 가족의 생계를 어렵게 하지는 않았으나, 주말마다 그 뒷바라지가 만만치 않았다.

소년 시절부터 호미가 손에 익은 까닭이리라. 남편은 호미를 들 때 마음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이제는 나도 그 마음을 이해한다. 누구에게나 간절하게 품은 사물이 한 가지씩 있지 않은가. 옆집 수민이 엄마는 수놓는 바늘을, 전각가 최규일 선생은 조각칼을, 전제덕은 하모니카를 품고 살면서 잃어버린 빛을 되찾으려 하지 않을까. 남들에겐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게 특별하게 각인되어 사랑받을 때, 세상의 크고 작은 사물들은 제가끔 빛나게 될 것이다.

호미는 주로 잡초를 뽑고 김을 매는 데 쓰인다. 낫이나 삽 같은 농기구에 비하면 호미에 실리는 힘은 여리다. 여려서 생명을 해칠 염려가 적다. 싹둑, 줄기를 자르거나 깊숙이 파헤치지 않고 호미는 다독여 보듬는다. 쓰러지지 않도록 북을 돋아준다. 부드럽게, 더욱 부드럽게 흙을 고르고 바순다.

첫새벽, 남편은 창밖이 희붐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밭으로 나간다. 그 시간에 나는 기도를 올린다. 내가 경을 읽는 동안 남편은 호미를 들고 밭이랑을 살피리라. 가슴으로 올리는 나의 기도는 경전을 덮으면 실체가 없다. 기도란 참된 말씀을 받들어 실천하지 않으면 헛된 것일 뿐. 그러나 살뜰히 보살핀 어린 생명이 아침 이슬에 반짝이게 하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기도가 아닐까.
호미는 성스럽고 참된 말씀을 품은 뭇 경전의 다른 이름이리라 생각해 본다.
---「호미 경전」중에서

올봄 우리 마을에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삼백 명 남짓 살고 있는 마을에 사랑방 겸 마련한 도서관이다. 마침 내가 마을 이장을 맡고 있어서 개관 준비부터 준공까지 기쁘게 힘을 보탰다. 도서관은 새로 지은 마을회관에서 가장 전망 좋은 2층에 자리잡았다. 삼면이 유리로 된 그곳에서는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담장을 허물고 새뜻하게 단장한 도심 속 전원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고덕산 줄기가 마을을 감싸고, 남으로는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펼쳐졌다. 서편 창으로는 강 건너 멀리 아차산 능선이 바라보인다.

마을 도서관은 구청 지원을 받으며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 자원봉사자 평균 연령은 예순 중반, 거의 할머니들이다. 나처럼 젊어서 마을에 들어와 지금껏 눌러산 이웃들이다. 도서관 개관 후, 나는 많은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즐거운 마음으로 자원봉사자들과 차를 준비하고, 청소도 한다. 때로는 밥을 안쳐 놓고 슬리퍼를 신은 채 도서관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사람마냥, 도서관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보다 못한 남편이 뿔이 났다.

“당신, 도서관하고 결혼했나?”
맞는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도서관과 결혼한 것 같다. 살금살금 집에 있는 차와 다기, 예쁜 접시, 그뿐 아니라 행주와 도마, 쟁반 등 아예 한살림 차린 여자처럼 집을 나설 때는 무언가를 꿍쳐 도서관으로 향한다.

신방을 꾸미듯 모든 걸 새것으로 단장한 마을 도서관. 그곳엔 내가 맘껏 사랑해도 좋을 사람들로 가득하다. 지구별 곳곳에서 살고 있거나 살다 간 작가와 수많은 등장인물. 그들은 누구를 편애하거나 내 사랑이 옮아가도 쉽게 토라지지 않는다. 또 내 사랑의 대상은 사람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다. 나무와 꽃과 새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사물들이다.

어느새 내겐 기분 좋은 호칭도 생겼다. 우리 집 뒤편에 사는 연서네 삼 남매가 붙여 준 것이다. 녀석들은 우리 집이 어디인지 진즉 알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할머니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인사를 나눴으니까.
어느 날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데, 반가움에 들뜬 목소리로 다섯 살 연서가 소리쳤다.

“도서관 할머니! 할머니네 집이 여기예요?”
“어? 도서관 할머니? 그래, 도서관 할미 집이 여기다!”
그날 저녁 늦도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아버지는 저녁마다 나를 호롱불 아래 앉히고 책을 읽게 하셨다. 그 시절 산골에는 마땅히 읽을 책이 없었다. 국어책을 큰 소리로 읽고 또 읽다가 한 권을 달달 외울 정도였다. 그렇게 책과 친해진 꼬마가 마을 도서관에서 동화를 읽어 주는 할머니가 된 것이다.

“멋져요.”
“부러워요.”
이웃 마을 젊은 엄마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도서관 할머니’. 이만하면 내 삶도 멋지게 착지하지 않았나 싶다.

토요일 오후, 연서네 삼 남매와 마을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온다. 마을에는 어린이가 귀해 이웃 마을 아이들도 불러 모은다. 먼저 미리 골라 둔 동시 두어 편으로 ‘즐거운 동시 읽기’를 한다. 함께 읽고, 또 따로 읽는다. 우리말 어휘도 늘고, 발표력도 기를 수 있어서 ‘즐거운 동시 읽기’를 아예 토요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시 읽기가 끝나면 어느 틈엔가 동화책을 들고 와 내게 안기는 아이들. 마침 무릎 다툼을 하던 손자들이 다 자라서 허전하던 참에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더구나 손에 책을 든 아이들이 아닌가. 나는 기꺼이 동화 속 마귀할멈이 되었다가 아기 공룡 티사가 되기도 한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도서관에서 바라보는 마을 풍경은 아름답고 평화롭다. 마을 뒷산과 주변 나무들은 노랗고 붉은색으로 가을옷을 입었다. 2층 도서관을 기웃거리던 키 큰 느티나무도 뺨을 붉혔다. 내가 이렇게 아늑한 공간에서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꿈만 같다. 이제 나의 바람은 마을 도서관 책들이 하늘하늘 낡아졌으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새것이 좋다지만 책은 손때가 묻고 닳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책의 진정한 가치이기에.

세월이 흘러 도서관을 찾던 아이들도 심성 고운 젊은이로 자랄 것으로 믿는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쯤 시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러분 안녕!”
요즘도 나는 도서관 문을 여닫으며 사랑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
---「도서관 할머니의 꿈」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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