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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43쪽 | 214g | 124*205*11mm
ISBN13 9791190487252
ISBN10 11904872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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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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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좋아하진 않았다 떡을 좋아하는 내가 어느 날 빵 냄새에 환장하게 된 건, 다 도스또예프스끼 때문이다 죽음의 집 시베리아에서 보낸 5년 동안, 그가 먹었던 아니 먹을 수 없었던 빵, 냄새가 사시사철 폴폴 솟아나고 있는 우리 동네 빵가게에 가서 빵 서너 개를 사다가 식탁 위에 올리던 날, 그 빵이 얼마나 감격이었는지 모른다 배 고픈 날, 한 조각의 빵을 아끼기 위해 외투 주머니 속에 꿰매어 넣고 그 빵을 사모하며 옥살이를 했던,
어떤 국가든 인간을 굶주리게 한다 인간의 굶주림은 바로 국가로부터다 법도 제도도 인간의 타락과 죄와 굶주림의 원천적 구제책을 모른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다 빵은 위대하다 저 고소한 냄새 때문에 죄를 지어야 한다는 생각, 유형의 시간들이 빵을 위대하게 한다 그 빵의 힘으로 자유를 바라보며 견딘 시베리아 형무소의 문을 열고, 마침내 태양 아래로 걸어 나오고 있다
--- 「빵」 중에서

아무나에게 양파를 나눠주는 엄마의 웃음보다 더 고혹적인 입 매무새를 본 적 없다 그 곁, 석류 터지는 새빨간 소리가 가을을 끌어당기면 대문 밖 들판엔 노란 벼타래가 참새를 유혹하다 석류는 유혹적이다

아버지는 나무 키우기를 좋아하고 엄마는 양파 감자 심기를 유난히 좋아하다 석류나무는 해마다 홍보석을 터트리다 새큼달콤한 여름이 익어가는 고즈넉한 마당엔 햇살도 다정히 양파 뿌리를 쓰다듬곤 하다

아름다운 건 유혹적이다 그대 내 손 잡고 가만히 귓볼에 입맞추던 시절, 유혹만이 대세라는 듯, 가을바람은 아침부터 고구마 뿌리를 유혹하다 엄마는 호미와 엉덩이를 흔들며 밭으로 가고, 아빠는 애기 낳을 듯 펑퍼짐한 엉덩이로 노랗게 언덕을 뒹구는 호박을 몇 덩이나 꺼내오다

쓸쓸한 건 유혹적이다 바야흐로 딸은 연애에 빠져 엄마가 살큼 섭섭하든 말든 동구밖 꼬리나 보여주며 사라져가다 하마 삶의 희로애락이 부질없다고 하는 부처의 연필과 빈칸으로 낡아갈 실연의 편지, 사랑은 갯벌에서나 과거에서도 오리무중

비극은 유혹적이다 삶이 희극으로 가려고 발버둥 칠수록 상당히 비밀스럽고 미안하다 눈물 같은 건 흘리지 못 했던 일찍 자식 잃은 젊은 부부처럼 끝내 엄청난 통곡 같은 것도 공유되는 건 아니다 홀로 골방에서 유혹을 견뎌야 하다
--- 「석류가 열리는 마당엔」 중에서

꽃이 꽃인 것은
저 대지의 용암에 꽂혀있는 탓이다
가장 뜨거운 곳에 뿌리내려 뜨거운 눈빛으로 건네주는
시간의 불

꽃이 꽃인 것은
그 불의 맞바람을 꽂고 있는 그대의 가슴 때문이다
온 허공을 불 지르며 날아오는 숨죽인 바람이
바다의 갈기에서 태어나고 있는
오월 흰 찔레 한 송이를 꺾어 훅!
날려 보내고 있다

금남로, 자유라는 용암의 새
팽목, 침묵이라는 노란 깃발의 새
체르노빌, 죽음의 강을 어둠의 바다를
끝없이 파도쳐도 소멸될 수 없는 아우성의 새

꽃이 꽂혀있는 대지가 펑펑 터지고 있다
오월, 이팝의 흰 배고픔을 벗어던지고
또다시 오월, 쪽동백 향기로 날아가고 있다

꽃이 꽃인 것은 핏방울로나 그렁그렁 맺혀있는
댓잎이나, 녹두꽃이나 죽창의 기억*
한 시인이 그곳에 꽂아둔 한 평 감옥의 족쇄 때문이다

그러나 꽃!
피어라 꽃! 오월의 놀라운 평화
그대 가슴에 꽂혀있는 환생의 빛과 날개
명멸하는 시간에 결코 무릎 꿇지 않는 별꽃

오월의 오리온좌는
오열하면서 오열하면서 무위無爲의 배를 젓는 그대
빛 사라진 그날부터 빛의 씨앗 품은 쇠별꽃으로 반짝이는
우리 사랑 신새벽!
* 김남주의 시 ‘죽창가’에서.
--- 「오월의 꽃 1」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민숙의 시가 각박하게 사회적 현실의식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넓고 깊은 사려에 열정의 불을 지피는 동작도 보인다. 동작이라고 하는 것은 감각적으로 발산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근원적인 본능의 활력이다. 이 활력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시인은 살아있는 언어를 통해 세상 모든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언어는 바다의 음향을 전하는 소라껍질의 구실을 한다. 이민숙 시의 세상 순례는 자연과도 같은 고향의 정원으로부터 시작한다.
- 구중서 (문학평론가)
이민숙 시인의 시어는 물의 품안에 깃든 물질과 정신의 구성물이다. 어느 갈피에서도 물기 없는 것들은 자리를 얻지 못한다. 물의 순환에서 생명의 생로병사를 읽어내고 있다. 세상 모든 생명체는 씨에서 나와 씨로 돌아간다. 물의 가장 고농축 물질이 씨다. 씨의 영원회귀의 진행방향 선상에서 그의 시는 항진하고 있다. 삶의 진정성의 씨는 눈물이고, 눈물의 진정성이 지향하는 것이 생명의 응축 결정체인 씨다. 눈물과 씨의 순환과정에 그의 시가 자리한다. 그 씨는 세상의 어떤 경계들에서 생성하고 소멸하기를 반복한다. 시인의 총화된 주체는 바로 그런 곳들에 서있다. 아침저녁으로 바다와 하늘이 입맞춤 하는 현장에 풀어 놓는 노을과, 대지와 바다가 몸을 섞는 자리에서 생성된 뻘 따위에서 “사랑이라고 황홀이라고 죽음이라고 비극이라고 노래”(「사랑의 스펙트럼」)한다. 요컨대 이런 대립자들이 끊임없이 입 맞추고 연애하는 곳에서 그는 슬픔과 눈물을 발견하고 “생의 씨앗”(「황홀」)을 잉태하는 시를 쓴다. 지금 바로 그곳들의 끊임없는 오늘이 그의 시원, 원천이다.
- 안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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