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마음부터 움직여라
누구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고, 때로 우리 일을 대신 처리해 주며, 또 우리 대신 앞에 나서 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부분 상대방에게 강제적인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그보다는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우리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그리고 우리를 도움으로써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p.9~10
도와 달라고 말할 때 우리 뇌는 진짜 고통을 느낀다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인간의 두뇌가 연결돼 있는 내막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그가 내 가슴을 찢어 놨다”거나 “거절당하니까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같은 표현에 익숙하다. 또는 타인의 비난이 “명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아직 생소한 학문인 사회신경과학(Social Neuroscience)의 가장 흥미로운 주장은 우리 뇌가 사회적 고통, 즉 타인과의 상호 관계에서 비롯되는 불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근육통이나 경련 등의 육체적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앞서 언급했던 비유적 표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실제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p.24~25
거절당할 걱정부터 하게 되는 이유
간단히 말해 도와 달라는 요청을 승낙해야 한다는 심리적이고 상호 관계적인 압박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런 중압감은 도움을 청하는 쪽보다 도움을 줘야 하는 쪽에게 훨씬 더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 조망 수용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기꺼이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타인들’을 ‘도와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바네사 본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 자신의 감정 상태와 관심사에만 너무 매몰된 나머지, 우리가 부탁하고자 하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내지 못하는 겁니다.”
--- p.39~40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호감을 얻는다
사람들은 흔히, ‘도움을 주는 것’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인상을 심어 줄 것이라고 크게 잘못된 착각을 한다.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때 여러 가지로 복잡한 기분을 느끼며, 심지어 때로는 당혹감과 자괴감 속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원망하기까지 한다(‘내가 남의 도움 없이는 이 일을 해낼 수 없다는 게 너무 싫어. 당신은 이렇게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네, 참 잘났어! ’). 반면에 도움을 주는 사람의 심리는 한결같이 유지된다. 일단 도움을 베푼 이후에는 도움이 필요 없는 사람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 p.59
부탁은 어떻게 불편한 강요가 되는가
타인에게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강요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방을 ‘회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솔직히 말해 누구나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택했던 적이 있는 방법이다. 몹시 돈에 쪼들리던 대학원생 시절, 나는 구세군 자선냄비나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 사탕을 팔러 다니는 아이들을 애써 피해 다니곤 했다. 또한 뭔가 설문지 같은 것을 들고 뭐라도 부탁할 것 같은 사람을 피해 일부러 길을 건너 멀리 돌아가기도 했다. 요즘도 나는 상점에서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는 직원의 도움을 거절한다. 그러면 꼭 뭔가를 사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 p.102
필요한 도움을 얻기 위한 4단계
당신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의 후원자가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당신이 정말로 도움을 바라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도움을 요청하면 이 단계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 변죽을 울리며 요점을 피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당신을 도와줄 사람에게는 일종의 책임감도 필요한데, 그룹 내의 여러 사람에게 요청하기보다 특정 개인에게 직접 요청해야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도 자신만의 인생이 있다. 그러니 최대한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요청하되, 어떤 도움을 얻게 되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여라.
--- p.126
당신을 돕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게 만드는 짓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까다로운 이유는, ‘어떻게 말하거나 행동해야 할까’만이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야 할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앞서 5장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에 고유한 모순이 숨어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그 행위가 곧 잠재적인 후원자의 내적 동기를 없애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즉 부탁하는 과정에서 곧바로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정한 표현들이 존재한다. 이번 장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이와 관련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자신을 돕는 사람을 난감하게 만드는 경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 p.131
‘우리’는 ‘남’이 아니다: 내집단 의식
우리 뇌가 시간과 에너지를 타인과 관련된 일에 많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1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간이라는 존재는 소속 집단과 관련된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집단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중략) 결국 소속감이란 무엇이며, 타인을 언제 그리고 왜 일원으로 여겨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상대방이 나를 도와줄지 아닐지 여부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애초부터 같은 인간끼리 돕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의 DNA에 그렇게 각인되어 있지 않았다면, 두터운 털가죽과 날카로운 이도 없는 인류가 무기도, 병원도, 119도 없는 채로 수백만 년을 버티며 생존과 진화를 거듭할 수 없었을 것이다.
--- p.157~158
우리는 자신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자존감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가?’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직업적으로 내가 갖춘 자원을 가지고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물론, 물론 할 수 있고말고”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어렵고 힘든 시기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자신감과 회복력을 얻는다. 연구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부정적인 감정은 더 적게 경험한다. 이들은 상황이 어려워져도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짜내고 더 오래 버틴다. 또한 실직, 이별, 관계 단절 등 인생의 심각한 상처들로부터 스스로를 심리적으로 훨씬 더 강력하게 보호한다. 게다가 질병이나 수술로부터의 회복 속도를 포함한 전반적 건강 지표도 더 우수하다.
--- p.186~187
사람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길 원한다
기업가들은 사업에 매달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에 대해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올림픽 운동선수들은 오직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삶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재미’를 찾지 않는다. 갓난아기를 먹이고 돌보느라 밤새 잠을 설치는 데는 어떤 ‘쾌락’도 없다. 다만 여기에는 분명 어떤 ‘영향력’이 작용한다. 자신의 행동이 일정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믿음이 우리를 계속해서 움직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런 유효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기적으로는, 우리 안의 동기가 싹 사라져 버린다.
--- p.2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