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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래요

필래요

채영신 | 청어 | 2020년 05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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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36g | 152*225*14mm
ISBN13 9791158608491
ISBN10 1158608497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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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 마을을 ‘잠자는 숲’이라고 불렀다. 행정명은 따로 있지만 언제부턴가 외지인들은 물론이고 마을사람들조차 오래된 그 이름을 낯설어하게 되었다. 마을은 자주 방송을 탔다. 처음엔 카메라만 비추면 황급히 고개부터 돌리던 사람들이 이젠 시사프로인지 예능프로인지 가늠하여 그에 맞춰 표정을 연출하는 여유까지 부릴 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김은수였다. 그녀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곳은 서른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밭을 매며 가축을 치는 평범한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배우 김은수가 이 마을에 집을 짓기 시작한 것이다.
수시로 공사 현장을 들락거리는 그녀를 보면서도 마을사람들은 선뜻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경치가 빼어난 것도 아니고 별다른 개발호재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몇 백 년 묵은 세월을 자랑하는 나무 한 그루도, 전설을 품은 바위 한 덩이도 없는 마을이었다. 귀농을 결심한 경우라면 또 모를까, 이런 곳에 아무 연고도 없는 이방인이 집을, 그것도 궁궐 같은 집을 짓다니. 더군다나 그 이방인이 김은수라니.
--- 「프롤로그」 중에서

여자는 잠들어 있었다. 2인용 소파의 팔걸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였다. 오후 두 시를 막 지난 카페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댔다. 수진은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좋은 꿈을 꾸는지 여자의 눈가에 옅은 웃음이 고여 있었다. 얼마나 신경이 밧줄 같으면 이런 곳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어젯밤에도 수진은 잠들지 못했다. 푹 자본 게 언제인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녀는 여자를 쏘아보았다. 자신의 잠을 여자가 가로채기라도 한 것처럼 적개심이 솟구쳤다. 신경질적으로 가방끈을 비틀며 그녀는 여자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았다. 깜짝 놀란 듯 여자가 눈을 떴다.
“저, 정호영…… 씨……”
정호영과 씨 사이에서 여자는 뜸을 들였다. 그 잠깐 동안 여자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대답 대신 고개를 까딱하며 수진은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왜 이 여자가 내 남편의 이름을 이런 식으로 부르는 거지? 그건 피붙이처럼 친숙한 이름을 내뱉어 놓고 그 이름이 뜻밖에도 너무 가볍게 발화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당혹감의 표현이라는 것을 수진은 알고 있었다. 그녀도 그랬으니까. 남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녀는 매번 두 번의 당혹감을 느꼈다. 남편의 이름이, 죽어서까지도 그녀를 쥐락펴락하는 그 이름이 아무렇지 않게 발음될 수 있다는 사실에 한 번. 상대방에겐 그 이름이 한낱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저…… 뭘…… 드시겠어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며 여자가 물었다. 커피요, 뜨거운 걸로요. 수진이 대답했다.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보며 수진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저 여자, 호영과 잠까지 잔 사이일까. 여자의 전화를 받은 어젯밤부터 수진은 그 물음에서 놓여날 수가 없었다. 여자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호영의 물건을 주고 싶으니 만나자고 했다. 그게 어떤 것일까 하는 것보다 두 사람이 잠을 잔 사이인지를 더 궁금해하는 자신을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호영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설령 여자와 몸을 섞었다고 해도 그 몸은 불에 태워져 가루가 된 지 오래였다.
--- 「3월 2일」 중에서

새벽 네 시. 명자는 알몸으로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가볍게 잠들어본 게 얼마만인지 몰랐다. 그녀는 누군가와 함께 잠드는 걸 싫어했다. 열 명 넘게 파트너를 갈아치우는 동안 그녀가 고수해온 철칙은 섹스만 끝나면 등짝을 걷어차서라도 가차 없이 남자들을 내보낸다는 거였다.
딸도 예외는 아니었다. 명자는 세 돌이 지난 뒤부턴 필래요가 아플 때만 제외하면 따로 재웠다. 필래요는 처음 며칠은 찡찡댔지만 익숙해진 뒤론 오히려 혼자 자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아플 때도 웬만하면 제 방에서 혼자 자겠다고 했다. 그런 아이가 친구들을 만난다고 서울에 다녀온 뒤로 1주일 내내 밤마다 베개를 끌어안고 엄마 방으로 건너왔다.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핸드폰만 들여다보다가 잠드는 게 전부면서 도대체 왜 같이 자려고 하는 건지, 왜 네다섯 살에도 하지 않던 짓을 하는 건지 명자로선 도무지 요령부득이었다. 아무튼 하루 이틀도 아니고 1주일이나 엄마의 숙면을 방해하더니 어젯밤 필래요는 혼자 자겠다는 반가운 문자를 보내왔다.
명자는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찬바람이 들이닥쳤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웠다. 모처럼 푹 자고 난 뒤라 그런지 담배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녀는 연거푸 두 대를 피우고서 샤워를 하고 공들여 화장을 했다. 그리고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잘 다림질 된 똑같은 검정색 블라우스와 하얀 주름치마가 일곱 벌씩 걸려 있었다. 그녀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하나씩 내려 몸에 걸쳤다. 마지막으로 머리를 하나로 모아 검정 고무줄로 묶고 귀 밑으로 흘러나온 머리카락을 핀으로 고정했다. 이로써 하루를 맞을 준비가 끝났다.
--- 「3월 11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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