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김완하의 시속의 시 읽기 5

김완하의 시속의 시 읽기 5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2,000
판매가
12,000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3쪽 | 250g | 132*201*12mm
ISBN13 9791185923260
ISBN10 118592326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 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 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시를 쓰면서 시인은 세 가지 싸움을 감행하는 것. 그 가운데 하나가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는 세계와의 싸움과 언어와의 싸움. 그러니 시인은 세계와의 싸움 이전에 반드시 자신과 먼저 싸움으로써 삶의 객관성을 획득해야 한다. 철저히 자기 삶에 대한 비판으로 거듭날 때 그는 세계와의 싸움에서도 신뢰와 타당성으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 지난 시대의 시를 시인들과의 삶과 연결시키는 게 모두 다 옳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그 근거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셈이다.
하여 자기 검열과 반성, 철저한 부정에서 시를 출발했던 김수영. 오늘 그의 시를 읽으면 누구나 자신을 읽는다. 그만큼 그는 앞서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낱낱이 해부해 놓은 것. 시인은 낮에 시켰던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했다고. 속이 좁게 분노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도 욕을 퍼부었다고. 그리고 그는 또 묻는다.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고. 정말 얼마나 적은 것이냐고. 우리는 이 시대를 향해서 이 세계를 향해서 정정당당히 외쳐야 할 것들엔 모두 눈을 감고. 겨우 1원, 10원, 20원, 50원짜리 분노만 퍼붓고 있다니. 아, 이 시에 비친 우리의 생생한 민낯이여.
---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중에서

작은 상자는 젖니를 갖고 있다
그리고 짧은 길이와
좁은 넓이와 작은 공허
그 밖에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작은 상자는 계속 자란다
한때 상자가 들어 있던 벽장이
이제 상자 안에 들어와 있다

작은 상자는 커지고 커지고 더 커진다
이제 방이 상자 안에 들어와 있다
그리고 집과 도시와 대지도
그리고 이전에 상자가 들어가 있던 세계도

작은 상자는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는
애타게 고대한 끝에
다시 작은 상자가 된다

이제 그 작은 상자 안에
축소된 전 세계가 있다
당신은 그것을 쉽게 주머니 안에 넣을 수 있고
쉽게 훔칠 수도 쉽게 잃어버릴 수도 있다

작은 상자를 조심하라

현대 유고슬라비아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이다. 하여 그의 시는 독자들로 하여금 놀라움과 재미 그리고 다소의 불편함으로 가닿게 한다. 그것은 그의 상상력의 진폭이 매우 크고 무의식에 기반을 두고 있어 거북함과 함께 낯설음을 동반하기 때문. 그의 시가 제시하는 독특하고 색다른 세계는 사물의 의미나 가치가 고정된 게 아니다. 그의 상상력은 일상과 전혀 색다른 영역으로 가 닿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상징 중 몇 개는 ‘상자, 별, 늑대’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상징으로 그의 시적 사유를 객관화하고 있다.
이 시의 의미는 바로 이 시의 핵심이미지라 할 수 있는 ‘작은 상자’가 상징하는 의미를 여는데서 출발할 수 있다. 우선 작은 상자는 젖니, 짧은 길이, 좁은 넓이, 작은 공허 그 밖에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계속 자란다. 그리고 종국에 그것이 들어가 있던 벽장이나 그 밖의 것들을 다 품기도 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한계를 허물고 나아가 끝내 자신이 출현한 배경 전체를 자신의 영역 안으로 감싸고 안아버리는데. 나중에는 그것이 작은 상자로 변하여 그 안에 축소된 전 세계를 가두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쉽게 주머니 안에 넣을 수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니 작은 상자를 조심하라. 그러지 않기 위해 당신은 매순간 조심, 조심해야만 한다.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 「작은 상자」 중에서

그 집 마당에는 대추나무가 있다
엄마는 주인집 몰래 푸른 대추를 따주었다
엄마는 팔이 길어 골라 딸 줄 알았다
하루에 세 개 이상은 따주지 않았다
감쪽같았다

세수를 하다 말고 손톱으로 비누를 긁어 놓으면
밤에 엄마는 쥐가 갉아먹었다고 소리를 쳤다
내일은 쥐약을 뿌려야지, 불이 꺼졌다
쥐약은 파란색이다 반짝거린다
나는 어둠 속에서 쥐처럼 손톱을 물어뜯었다
노오란 비누맛 감쪽같았다

모든 것은 재빠르고 흔적도 없었다
이깟 쥐 사는 방, 주인 여자와 싸우고 이사하던 날
엄마는 남은 쥐약을 대추나무 아래에 파묻고는
발로 나무를 콱 쥐어박았다
푸른 대추 후두둑 떨어졌다

마당에 붙어 줍고 있는 내 손을 몹시 후려치자
몇 알 도로 굴러가 버렸다
손을 다치면 손가락을 쪽쪽 빠는 거지만
나는 차마 입에 가져가지 못해
손등을 바지에 문지르고 서 있었다
엄마 무릎 사이에 끼어 용달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나는 주먹 안에 남은 한 알 얼른 입에 넣었다
감쪽같았다
나는 아무리 약을 쳐도 죽지 않는, 쥐처럼
골목을 옮아갔다

시인의 성장체험이 깃든 시다. 새마을운동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때. 가난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살던 때. 시인의 가족사는 무엇보다 가난이 지배하고. 집이 없어 세를 내며 이곳저곳 옮겨 살아가는 서러움만 무성하다. 시인의 가족사에는 아버지와 남성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1970년대 우리 문학에 나타난 아비상실, 아비부재의 모티프가 짙게 깔려 있다. 아비는 부권의 상징으로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국가의 주권이며 권력인 셈.
주인집 마당에는 대추나무가 서 있다. 가난 위로 우뚝 솟은 대추나무. 그것을 두고 주인과 가족 사이엔 긴장이 팽팽하다. 그건 손만 뻗으면 닿는 대추와 그걸 지키려는 주인이 한 울타리 안에 살기 때문. 그때는 CC TV도 없었다. 엄마는 나에게 세 개씩 따주는 요령으로, 나는 비누를 갉아놓는 요령으로 그물망을 빠져나가는데. 그 사이 애꿎은 쥐만 욕을 먹는다. 모든 갈등은 쥐를 핑계로 풀려다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이사 가는 날. 엄마는 남은 쥐약을 대추나무 아래 묻고 나무에 발길질을 한다. 이내 푸른 대추알 후두둑 떨어져 뒹군다. 잠시 후 나는 주먹 속에 꽉 움켜쥐고 있던 대추 한 알을 감쪽같이 입에 쏙 넣었다. 그것은 내가 엄마 무릎 사이에 끼어 용달차를 타고 하염없이 그곳을 떠나오던 중의 일이었다.
--- 「쥐 」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