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이 얼마이며, 돈은 얼마나 거두었는가?”
“회원은 2천만 명이고, 돈은 1,300만 원을 거둔 다음에 보상하려 한다.”
일본 형사는 비웃으며 말했다.
“미개한 한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빚 진 사람은 빚을 갚으면 되고, 빚을 준 사람은 빚을 받으면 그만인데 무슨 악감정으로 질투하고 욕하는 것인가?”
그랬더니 일본 형사는 화를 내면서 나를 치려고 달려들었다.
“까닭 없이 모욕을 준다면 대한 2천만 민족이 장차 큰 압제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찌 나라의 수치를 앉아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화가 치밀어 서로 치고받자 곁에 있던 사람들이 말려 그만 끝내고 헤어졌다.
--- p.128
현재 이토 히로부미가 그 힘을 믿고 교만하고 극악해져서, 위로 임금을 속이고 백성들을 함부로 죽이며, 이웃 나라와 의를 끊고, 세계의 신의를 저버렸으니, 그야말로 하늘을 반역한 것이라, 어찌 오래 갈 수가 있겠습니까. 속담에 이르기를 해가 뜨면 이슬이 사라지고, 해가 차면 반드시 저무는 것 또한 이치에 맞는다고 했습니다. 이제 귀하께서 임금님의 거룩한 은혜를 받고도 나라가 위급한 때 팔짱 끼고 구경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만일 하늘이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도리어 그 벌을 받는 것이니 어찌 각성하지 않을 것입니까. 원컨대 귀하께서는 속히 큰일을 일으켜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 p.134
깨어라, 연해주의 동포들아! 본국의 이 소식을 듣지 못했는가? 당신들의 일가친척은 모두 대한 땅에 있고, 당신들의 조상 분묘도 모국 산하에 있지 않은가. 뿌리가 마르면 가지 잎도 마르는 법이니, 같은 조상의 피를 이어받은 동포들이 이미 굴욕을 당했으니 내 몸은 장차 어떻게 하리오. 우리 동포들아! 저마다 불화 두 자를 깨뜨리고 결합 두 자를 굳게 지켜 자녀들을 교육하며, 청년자제들은 죽기를 결심하고 속히 우리 국권을 회복한 뒤에, 태극기를 높이 들고 가족과 독립관에 서로 모여 한 마음 한 뜻으로 육대주가 울리도록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를 것을 기약하자.
--- p.240
이제 동양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정상이 아닌 일들이 일어나 이를 기록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이토 히로부미는 천하의 이치를 깊이 헤아리거나 알지 못하고, 함부로 잔혹한 정책을 써서 동양 전체가 어려움을 처하고 말았다. 슬프다. 천하대세를 걱정하는 청년들이 어찌 팔짱만 끼고 아무런 방책도 없이,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겠느냐. 이에 나는 생각다 못해 하얼빈의 만인이 보는 앞에서 총 한 방으로 늙은 도적 이토 히로부미의 죄악을 벌해, 뜻있는 동양 청년들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
--- p.244
내가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것은 대한 독립 전쟁의 한 부분이며, 내가 일본 법정에 선 것은 전쟁에 패해 포로가 된 때문이다. 나는 개인 자격으로 이 일을 행한 것이 아니라 대한의군 참모중장 자격으로 조국의 독립과 동양 평화를 위해 행한 것이니, 만국 공법으로 처리하도록 하라.
--- p.245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으로 옮겨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자 나라를 위해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해,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모아 공을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 p.247
슬프다. 용과 호랑이의 위세로 어찌 뱀이나 고양이처럼 행동한단 말인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아깝고 통탄할 일이다. ‘동양 평화’와 ‘한국 독립’ 문제는 이미 전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며 당연한 일로 굳게 믿었고 한국과 청 두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이와 같은 사상은 비록 하늘도 소멸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하물며 한두 사람의 꾀로 어찌 말살할 수 있겠는가. 지금 서양 세력이 동양으로 침략의 손길을 뻗쳐 오고 있는데, 이 환란을 동양 인종이 일치단결해서 힘껏 방어함이 최상의 방법임은 어린아이라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일본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형세를 돌아보지 않고 같은 인종인 이웃 나라를 강제로 빼앗고 친구의 정을 끊어, 스스로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물고 물리는 형국이 되어 어부를 기다리듯 하는가. 한국과 청 두 나라 사람들의 소망이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만약 일본이 정략을 고치지 않고 이웃나라들을 날로 심하게 핍박한다면 차라리 다른 인종에게 망할지언정 같은 인종에게 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론이 한국과 청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용솟음쳐 모두가 스스로 백인의 앞잡이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동양의 수 억 황인종 가운데 수많은 이들과 울분에 넘친 사람들이 수수방관하며 앉아 동양 전체가 까맣게 타 죽는 참상을 기다릴 것이니 그것이 옳겠는가. 그래서 동양 평화를 위한 의로운 싸움을 하얼빈에서 시작하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자리는 뤼순구에 정했다. 그리고 동양 평화에 관한 의견을 제출하니 여러분은 깊이 살필지어다.
--- p.256~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