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스님과의 브런치

스님과의 브런치

: 반지현 에세이

리뷰 총점9.5 리뷰 12건 | 판매지수 54
베스트
음식 에세이 top20 17주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00g | 110*178*20mm
ISBN13 9791161571027
ISBN10 116157102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동안 내가 해온 요리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불안하지 않기 위해 요리했다. 세상으로 향해 있던 모든 감각을 다 닫고 눈앞의 요리책에 코를 박았다. 그런 내게 사찰요리는, 요리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내가 속한 세상을 넓혀가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만히 일러주었다. 사찰요리 덕분에 눈앞의 하루를, 다가오고 사라지는 계절을, 내 곁의 사람들을, 내게 주어진 삶을 좀 더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면 과장이려나.
--- p.17

처음 사찰요리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메뉴 이름을 봐도 도무지 뭔지 모르니 선뜻 수업을 신청하기 애매했다. 육근탕? 타락죽? 제피장떡? 지금은 저 이름만 봐도 입가에 침이 뚝뚝 흐르지만, 그때는 위험부담을 안기 싫어 맛을 가늠할 수 있는 요리 수업만 골라 들었다. 유부주머니탕, 고추잡채 같은 것들. 그런데 분명 그동안 숱하게 먹어본 음식인데도 지금껏 알던 맛과는 급이 달랐다.
--- p.38

그렇지만 해보니 알겠더라. 세상 모든 일이 반드시 끓어 넘쳐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기에 차가울 정도로 고요하고 묵묵한 기다림이어야 비로소 이룰 수 있는 일도 있다는 걸. 몸뿐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 오신채도 있다는 걸. 그동안 나는 마음으로 오신채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잘해야 해, 빨리 성공해야 해, 인정받아야 해……. 내가 끌어안고 있는 온갖 욕심에 들끓는 마음이 괴로워 날뛰는 걸 ‘열정’이라 애써 믿고 싶었다. 아닌 줄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나라는 사람의 실상을 인정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 p.53~54

봄이면 두릅을, 여름이면 깻잎과 고추와 감자를, 가을이면 연근과 우엉을 튀겼다. 모든 수업마다 기름 솥 앞에는 튀김용 젓가락을 든 내가 있었다. 젓가락을 솥 바닥에 수직으로 꽂아 기포가 젓가락 주위에 도로록 달라붙으면, 그때가 바로 튀김 재료를 기름에 넣을 운명적 순간이다. 어느 날 물이 통통하게 오른 두릅을 튀겨서 딱 건져냈는데, 평소에 여간해선 말이 없던 스님 한 분이 “튀김 잘했네”라는 다섯 자 평을 남기고 홀연히 지나가셨다. 다섯 자 평이 내겐 별 다섯 개 같았다. 끓는 기름에 물을 끼얹던 내가 마침내 튀김 마스터로 거듭난 영광스러운 날이었다.
--- p.75~76

엄마가 달걀 옷이 꽉 차도록 커다랗게 케첩 글씨를 써주는 순간이 좋았다. 식탁에 앉아서 케첩 통을 든 엄마의 손끝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글씨를 쓰는 엄마도, 지켜보는 우리도 모두 쉿.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에는 침묵해야 한다는 걸 우린 모두 배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글씨가 완성되면 그때야 우리는 참았던 숨을 내쉬며 샛노란 달걀 옷을 크게 한 숟갈 떴다. 엄마가 오직 나를 위해 준비한 음식, 내 이름이 새겨져 있는 음식. 한 숟갈 한 숟갈 내 이름을 떠먹으면 몸 안에 퍼지던 따뜻한 기운. 내 인생 최초의 고명, 나를 위한 누군가의 맨 처음 마음.
--- p.91~92

육근탕은 어느 때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짓는 음식, 목숨을 걸고 수행하는 이들에겐 생명 그 자체인 음식이다. 땅의 에너지를 가득 안은 뿌리란 뿌리는 다 넣고, 정성이란 정성도 죄다 넣어서 그렇게 오랜 시간 고아내는 음식이다. 한 그릇 훌훌 마시고, 세상에 너의 뿌리를 내리라고, 마침내 흔들림 없는 뿌리가 되라고. 소리 없는 응원을 담뿍 담아서.
--- p.108~109

뭐, 보이차 밥뿐인가. 어디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메뉴들이 수업마다 속속 등장했다. 봄향기만두, 오미자딸기국수, 묵은지잡채……. 이름만 들어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그대로 느껴지는 메뉴들. 이렇게 근사한 아이디어는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내 마음을 들켰는지 하루는 스님이 웃으며 이런 말을 하셨다. “스님들이 별걸 다 먹는다 싶죠? 사실 별게 아니에요. 이런저런 음식을 만들고 나면 재료가 남는데, 안 버리려고 궁리를 하다 보니 이런 메뉴도 만들어졌네요.”
--- p.150

사찰요리를 배우는 시간이 쌓일수록 몸이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홍고추와 청고추를 따로 썰어 넣었을 때와 함께 썰어 넣었을 때의 은근한 색 차이가 눈에 보였고, 따로 볶은 야채와 한꺼번에 볶은 야채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다. 손으로 떠낸 호박과 감자를 넣은 된장찌개는 훨씬 시원하고 구수했다. 분명 똑같은 레시피로 만들었는데도, 스님이 만든 것이 훨씬 맛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귀찮아서 무시한 작은 과정들이 요리의 결정적인 부분을 좌우했다.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따로 썰고, 따로 볶고, 칼 대신 숟가락을 사용하는 데는 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였다. 스님 말마따나 요리하는 사람이 바보라서 쉬운 일을 굳이 어렵게 하는 게 아니었다.
--- p.160~161

온갖 푸른 것들이 돋아나는 봄과 여름. 풀과 나뭇잎을 먹는 사람이, 푸른 것들을 실컷 먹다가 푸른 것들이 깡그리 사라지는 겨울이 오면, 그때 꺼내 먹으려고 나물을 말려두었을 것이다. 처음에 묵나물은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다시 푸른 것들이 실컷 돋아날 계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푸른 것들의 시간을 그리워하면서, 오래된 풀을 꺼내 삶는다. 솥 곁에 쭈그리고 앉아 풀 삶는 향기를 맡으면서, 봄의 온기를 느끼면서. 그렇다면 묵나물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 p.187

매주 수업시간마다 먹을 생각에 들떴다.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을 끔찍하게 싫어했는데, 겨울이 그토록 사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 시래기찜과 육근탕만 있다면 추운 계절을 든든히 날 수 있으니, 더는 겨울이 무섭지 않았다. 겨울이 끝날 즈음 정효 스님이 수업을 마치며 “좋은 날 다시 만나요” 하고 손을 흔들었을 땐 서운함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알고 있었다. 곧 봄과 함께 주호 스님이 돌아온다는 걸. 곰취며 두릅이며 푸릇푸릇한 이파리를 들고선 “이거 보세요” 하고 멋진 계절을 또 한 아름 안겨주실 거라는 걸.
--- p.202

죽은 참 정직하다. 시간과 노력의 집약체다.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태연히 삼키지 않는다. 약한 불에서 오래 젓다 보면 마침내 투명해진다. 투명하다는 것,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단 한 톨의 의심 없이 믿을 만하다는 사실은 몹시 부러운 것이다. 죽을 저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도 때가 되면 투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더 이상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고.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누가 좀 일러줬으면 좋겠다고.
--- p.208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찰음식은 간단하고 수수해 보이지만, 꽤나 까다로운 과정과 바른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지현 씨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합니다. 서투르지만 작은 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어요. 흘러간 시간을 글로 만나니 지나온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사찰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지시기를!
- 주호 스님 (김천 송학사 주지)

회원리뷰 (1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