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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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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시인선-21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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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00쪽 | 153*224*15mm
ISBN13 9791189205676
ISBN10 118920567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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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된 플라스틱이다.
개장했을 때부터 줄곧 온탕과 냉탕 사이
댓돌 위 오롯이 앉아 물을 지키는 문지기
늘 이리저리 옮겨가며 내 안 담긴 것을 쏟아냈다
빙하기를 끌고 온 듯 차디찬 물, 소리 지를 때마다
수증기 닮은 수다를 끌고 찜통을 지키는 그들
70도의 사막을 뒤집어쓰고 앉아
세상의 푸념들을 질겅질겅 물어뜯던 붉은 입
냉탕으로 잠행할 즈음
여기저기 분탕질 되던 부피를 잴 수 없는 타인의 삶이
사우나의 배를 부풀렸다.
입들은 비누 냄새와 열기를 섞어 투레질해댔고
나는 편편한 심장에 이름표를 새긴
이곳 사우나에서 가장 우대받는 바가지.
저들의 뾰족한 투정까지 후련하게 버려주는
둥글게 자라는 푸른 바람이다
--- 「냉탕 바가지」 중에서

후미진 곳까지 벚꽃 가득하다
그 틈을 비집고 군데군데
봄소식을 풀어놓는 민들레
반쯤 입을 벌린 화분 안에서
깨어나는 잡풀들까지
한껏 숨을 고르는 긴장 풀린 시간
창가로 쏟아지는 오후를
베고 누운 골목이
느릿느릿 봄을 챙기고 있다

수선집에선 여전히 누군가의
허름한 삶을 박음질하는 4월
꽃이 지고 나면
또 어떤 삶이 피어날까
불경기 속에서도
희망을 깁고 있는 봄
--- 「동인천」 중에서

독거노인 현황조사 차 찾아간 B01호
문틈으로 갯벌이 밀려왔다
조사용지를 내밀자 지느러미를 세운 물고기
굽은 등이 지난 흔적을 대신했다

가족과의 왕래는 있나요
하루 끼니는, 경제활동은, 복용하는 약은 있나요
용지에 적혀있는 질문 사항을 묻자
쿨룩 한 번으로 모든 대답을 대신했다
적개심 가득하여 세상을 향한 외침을
아무렇게나 퍼붓고 마는 그
영화 속 전갈처럼 분노를 뿜어냈다

한 때는 마주 앉던 따뜻한 밥상이 있었을 텐데
지금은 관절마다 삐걱대는 알람을 등진 독거
저녁이면 젖은 어깨를 이끌고
행여 들킬세라 노 저어 가는 망망한 바닷가
망둥이도 살지 않는 검은 갯벌에
두 발이 빠져도 어쩔 수 없는 남자

실업의 고통을 피해 찾아든 도시 한켠에서
LED 속으로 사라지는 새떼를 보며
남자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허기질수록 움켜쥔 손 놓지 못하는 간절함에 어떤 꿈을 묻었을까
화려한 도시 속에 갇힌 남자의 시간이 저물어 가는
어디에도 초록 그림 한 점 없는 아트빌 B01호
--- 「아트빌 B01호」 중에서

오랜 시간 손때 묻은 터전이 사라진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어
햇살에도 휘청거리던 콘크리트
그곳에 벽화로 새기던 지난 시간 허물어지며
문신처럼 낙관을 새기던 거래명세표
골목마다 숨죽이던 희망 곁가지마저도
검은 봉지 속으로 쓸어 담는다
터전 곳곳마다 걸린 흔적들 떼어내며
서로가 등을 보이는 엄동
아무렇게나 돌다 정착하는 바람조차
몹시 부러운 지금
천천히 일생을 묻었던 터전을 닫는다
철문에 못질을 하며 문패마저 울고 있는 겨울
12월이라 적으며 폐업이라 신고하는 우리
어떤 형벌을 견뎌야 하는 걸까
그러나 다시 일어서야 하는 13월
희망이라 적으며 먼데 하늘을 본다
--- 「폐업중」 중에서

가로수마저 헐떡이는 삼복
횡단보도 앞 폐지를 끌고 가는 노인
잠시 내린 소나기 탓일까
젖은 손수레 위
비 그친 후 시간의 무게까지 더해지고
내 마음도 무거워지는 날
노인의 리어카를 거들고
한참을 생각한다
일용할 양식을 위해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가, 우린
불안한 노후를 안고 흐르는 자유공원
결코 자유롭지 않은 여름의 그곳
--- 「자유공원」 중에서

바람을 가득 짊어진 모래밭이
파도를 걸러냈다
또, 소금기 가득한 시간을 걷어내고
바다의 뼈를 발라내면 우뚝 살아있는 섬
거기 덩그러니 우물이 생겼다
우물 곁에서 바다 한편 붙잡고 서서
우린 그 바다가 건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껏 오만한 표정으로 모래밭을 떠나지 않았다
새들은 파도의 푸념을 삼키며
바다의 배설물이 퇴적층을 이룰 때까지
우물 속 하늘을 들여 다 보는 섬
다시 갯벌 쪽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거기 풀등

* 풀등: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이작도 섬에 나타나는 모래톱.
--- 「풀등」 중에서

지붕 위를 걷던 굴뚝새 표정이 전봇대에 걸린 오후
장대 끝 고흐의 신발 한 짝 걸쳐놓은 저녁이 휘청휘청 온다
하루를 달리던 말. 그 짐승의 걸음이 사뭇 바쁘다
아직 바닥이 팽팽한 맨발의 껍데기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정없이 벗어던진 한 켤레를 둘러메고 방향을 묻는 도돌이표
배고픈 바람은 건너편 시골밥상 간판을 기웃거린다.
우리는 어깨마다 매달린 피곤을 저울질하며
양재기에 쏟아부은 희망과 함께 휘청대는 밤
세상에 나가 동동거리던 비둘기 떼 돌아가는 유리창 너머로
지느러미를 한껏 세우고 도심을 헤엄치는 전동차의 날숨 날아든다.
살아가는 일이란 늘 목전에 둔 숫자놀음과 같아서
머무는 동안 세상에게 세를 지불해야 하는 식상한 불빛들
오늘도 시간 맞추어 제 몸을 사르고
마부, 세탁소에 걸린 외투처럼 다림질을 기다리며 집으로 간다
--- 「집으로 간다」 중에서

신문지를 구겨 쥔 손, 허공에 획을 긋자
도화선이 되는 불쏘시개 같은 아침
하루의 시작을 주눅 들게 하는 타블로이드판 속
냄새만 맡아도 불길한 활자들과 합체한다
아무렇게나 전해지는 소식들이
뒤통수를 뜨끔거리게 하여도 먹어야 사는 법
밥을 짓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댕기면
거기 어제의 사건들이 활활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삶이 무거워 세상을 버렸다는 어느 변명이 웅얼웅얼 끓는다
건물 꼭대기서 뛰어내린 아픈 청춘의 분노가 겉도는데
아궁이 속 불꽃은 오지마을 사건에 분개한다.
이해되지 못하고 명치끝에 걸린 활자를 다시 집어 들고
조간朝刊 귀퉁이마저 불길 속으로 던지는데
세상의 소식들과 다르게 광고 속 배우의 싱그러운 미소가
아궁이 앞에서 멈추었다
무엇이 유연하고 어느 쪽이 더 단단한지를 가늠하기 힘든
신문지 안의 활자들
정치와 교육, 금융과 범죄가 서로 버무려져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 올려지고
겉절이 무침이 끝난 양푼 속 나머지 양념처럼 겉도는
나라 밖의 소식이 사라진다
새로울 것 없는 새로운 소식이 눈치 없이 밥을 짓는다
--- 「신문으로 밥을 짓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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