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퍼슨 마법사는 코로 깊게 숨을 들이켜고 앞에 있는 책상 위에서 손가락을 깍지 꼈다.
“방금 말했다시피 자네가 마법 분야에서 플라스틱 마법을 첫 번째로 선택한 걸 보고 조금 놀랐네. 플라스틱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이유라도 있나?”
앨비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모험이니까요.”
실제로 플라스틱은 아주 새로운 분야이자 마법의 재료로 사용되는 인공 물질 일곱 가지 가운데 합법적인 여섯 가지 중에서도 가장 새로웠다. 플라스틱이라는 마법 분야, 즉 폴리메이킹은 겨우 30년 전에 발견되었다. 그것이 앨비가 지난 2년 동안 제퍼슨 재료공학 학교에서 치열하게 공부한 이유였다. 그녀는 마법사 밑에 견습생으로 들어가 2년에서 6년이 지난 후에는 자신도 마법사가, 그것도 플라스틱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 p.8
그는 그녀의 말을 자르더니 신문을 접어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놓고 말을 이었다.
“나도 마법사거든.”
그녀가 반색했다.
“정말로요? 어떤 분야인가요?”
“플라스틱 마법사야. 사실 파리에서 꽤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이지.”
“플라스틱 마법사라고요!”
그녀가 따라 말했고 그는 그녀의 열정적인 반응에 기뻐하는 기색이었다. 앨비가 계속해서 말했다.
“와, 저도 그 분야인데요! 아니, 그렇게 될 예정이에요.”
그가 그녀를 위아래로 쳐다보았다. 그의 검은 눈은 빤히 관찰하는 듯한 눈길이었다.
“아, 그래? 굉장히 작업하기 어려운 물질인데. 특히나 여자한테는 말이야.”
앨비의 흥분이 식었다.
“‘특히나 여자한테는’이라니, 무슨 뜻이죠?”
맙소사, 제퍼슨에 입학한 이래로 그녀는 이런 식의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p.30
“프래프 마법사님.”
앨비가 그의 양쪽 팔꿈치를 잡고서 그를 열렬하게 쳐다보았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유연하고 마법을 걸 수 있어요. 모르시겠어요? 우리가 에델에게 의수를 만들어줄 수 있어요! 에델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요. 그녀가 팔이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도와줄 만한 거요. 부품이 제대로 움직이고, 저희가 제대로 된 주문을 찾아낸다면 그건 진짜 손처럼 움직일 수도 있어요. 잡지에 나온 그 종이 해골처럼요!”
프래프 마법사의 얼굴이 멍해졌다. 앨비가 그를 흔들었다.
“어떠세요? 저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요. 전 그만큼의 지식이 없어요! 대강의 구상이랑 아이디어랑 거기다-”
“앨비.”
앨비는 입을 딱 다물었다. 자신이 여전히 그의 팔을 손톱으로 찌르고 있음을 깨닫고는 황급히 손을 옆구리로 내렸다.
프래프 마법사는 뻣뻣한 동작으로 그녀에게서 실험실로, 현관으로, 다시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앨비, 자네는 천재야.”
--- pp.125-126
그녀가 가방에서 정사각형 종이 뭉치를 꺼냈다. 절반은 하얀색이고 나머지는 오렌지색,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 등 다양했다.
“네 종류의 새를 만들 수 있고, 나비도 만들 수 있어요. 그게 최소한 표준이에요.”
“가능하면 전부 다요. 제 생각엔…… 스무 개쯤?”
세인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방 안에 손을 넣었다.
“돈은 낼게요-”
“아, 돈은 됐어요. 로맨스를 위한 일이라면 대찬성이거든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앨비에게 대략 스무 장 정도의 종이를 건넸다.
“편지를 쓰면 내가 종이 마법을 걸게요.”
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녀는 연필을 꺼내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말을 적었다. 베넷, 어제 당신을 만나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요. 정말로 저녁을 기대했었어요. 플라스틱 연구실에서 일에 완전히 몰두하다가 그만 시간을 놓쳤어요. 부디 용서해줘요.
그녀는 다음 종이를 집었다.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다음 종이. 당신이 날 용서해준다면 크리스마스 때까지 마법을 안 쓰겠다고 맹세할게요. 아 참, 나 앨비예요.
앨비는 세인 마법사를 보았다. 그녀는 능숙하게 손을 움직여 종이의 테두리를 신중히 맞추고 모서리를 접어서 날개와 꼬리를 만들었다. 앨비는 그녀가 새를 만들고 그다음에 학을, 그리고 나비를 만드는 것을 감탄하며 바라봤다. 이 마법은 자신의 마법과 얼마나 다르던지!
종이 마법은 가장 오래된 형태의 마법이었다. 종이 마법에는 얼마나 많은 주문이 존재할까? 플라스틱 마법은 여전히 아주 새롭고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 많다.
--- pp.185-186
그의 등이 책장에 닿았다. 시어니는 에머리의 머리카락을 새끼손가락으로 감아쥐고 그를 더욱 강하게 유혹했다. 잠시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키스의 속도는 점차 느려졌고 에머리는 언제나처럼 스스로에게 고삐를 당겼다. 종이 개 말고는 방해할 리가 없는 집에서, 이런 식으로 키스를 하다 보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법도 한데, 고결한 에머리는 아직 결혼한 사이도 아닌 시어니와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 시어니가 ‘견습생’ 신분인 한 그는 그녀와 결혼할 수도 없었다. 에머리가 두 번이나 직접 한 말이었다.
그러니 시어니는 되도록 빨리 마법사 자격시험을 치르려는 것이다. 그들은 입술을 뗐지만, 바짝 가까이 선 채 여전히 숨결을 주고받았다. 시어니가 눈을 뜨며 속삭였다.
“소설 속 한 장면 같아요.”
에머리는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자네는…… 책 취향이 참 독특해, 트윌 양.”
시어니는 고동색 외투의 옷깃을 바로 했다.
“전 읽고 싶은 걸 읽을 뿐이에요, 세인 씨.”
--- pp.40-41
그가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의 안경다리를 손가락으로 잡아 코에서 들어서는 머리의 헤어밴드 위로 올렸다. 그의 모습과 피크닉의 색깔이 흐릿하게 뭉쳤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그녀가 눈을 감고 턱을 들어 올렸다. 베넷의 손이 그녀의 머리 양옆을 감쌌고, 그의 입술이 따스하고 달콤하게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
오.
키스는 앨비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했다. 어쩌면 그와 키스할 때에만 그런 걸지도 모른다. 베넷이 그녀의 키와 비슷했기 때문에 몸을 힘들게 뻗을 필요가 없었다. 그에게서 차(tea)와 아니스(anise)와 앨비가 굉장히 좋아하는 애프터셰이브 향이 났다. 그녀는 그 향을 들이켜고 그의 입술에 대고 미소를 지었다. 그의 한 손이 그녀의 뒤통수로 돌아갔고, 그녀의 손은 그의 허리를 감쌌다.
첫 키스치고 꽤 오래 한 것 같았으나 앨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기울여 그에게 더욱 깊이 키스했고, 그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감쌌다. 그녀는 행복감에 젖었다. 손길과 향기만이 아니라 그가 그녀를 원하고 사랑하는 것에, 그리고 그녀가 원하고 사랑하는 것에 대한 확신 덕분이었다.
--- pp.356-357
몸을 반대편 옆으로 굴려 다른 손에 압박이 가게 한 다음 잡아당겼다. 그것마저 효과가 없자 어깨로 책상을 밀었다.
어깨가 아팠다. 상상 이상으로 훨씬 아팠다. 앨비는 차 사고가 났을 때 부딪힌 어깨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해냈다.
“넌 할 수 있어.”
그녀는 눈물을 삼키려고 눈을 깜박이며 혼자 중얼거렸다.
“넌 브레켄마커야, 제기랄.”
그녀는 다시 책상을 밀었다. 어깨의 멍이 더 깊어지는 느낌에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미색의 카펫이 깔린 바닥에 발을 꽉 딛고서 힘껏 밀었다. 발이 미끄러졌다. 마지막 힘까지 내어 앨비는 몸을 돌려 욱신거리는 손가락 가까이 무릎을 끌어당겨 스타킹에 손가락을 걸었다. 그리고 다리를 차고 문지르며 간신히 스타킹을 벗었다. 맨발이 되자 좀 더 미는 데 힘이 들어갔다.
--- pp.385-386
“누나는 오른손으로 차를 마시잖아.”
에델은 어깨를 으쓱였다.
“선택지를 갖고 싶단 말이야.”
앨비가 웃었다. 에델이 의수를 이렇게 잘 다룬다는 것, 그리고 의수 덕분에 집에서 더 자주 나오게 되었다는 게 그녀에게 끝없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플라스틱 손은 피아노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거나 무겁지 못했지만 두 번째 모델, 세 번째, 네 번째라는 기회가 여전히 존재했다. 어쩌면 그게 플라스틱 마법사가 된 후에 앨비의 전문 분야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뭔가 새로운 것,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것을 만들 것이다. 전 세계 대회들에 내놓을 만한 것. 그녀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
어쨌든 이건 마법에 관한 게 아니니까. 이건 발견에 관한 거니까.
--- p.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