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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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26g | 148*210*20mm |
ISBN13 | 9791159255571 |
ISBN10 | 1159255571 |
발행일 | 2020년 06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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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56쪽 | 426g | 148*210*20mm |
ISBN13 | 9791159255571 |
ISBN10 | 1159255571 |
일반적으로 액체의 점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크게 다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액체 분자들 사이에 인력(引力), 즉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할 때입니다. 분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을 때 이 분자들은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 만큼은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따라서 유체의 형태는 아주 최소한의 수준으로 변화하여 좀처럼 흐르지 않게 됩니다. 바로 ‘점도가 높다’라고 말하는 그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탕을 끓인다고 할 때, 온도가 점점 올라갈수록 고체였던 사탕은 끈적거리는 설탕 용액이 되고, 온도가 더욱 올라가면 끈적거리는 설탕 용액은 찰랑거리는 상태로 변합니다. 사탕을 녹이는 모든 작업이 끝나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다고 생각해봅시다. 온도가 내려갈수록 찰랑거리던 설탕 용액은 끈적거리는 용액을 거쳐 다시금 고체로 변하게 되겠죠? 사탕을 이루고 있는 설탕 분자들이 서로의 인력을 이겨내고 찰랑거리게 되면 ‘점도가 낮다’, 서로의 인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머물러 끈적거리면 ‘점도가 높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둘째, 액체 안에 잘 녹는 물질이 포함되었을 때 점도가 높아집니다. ‘잘 녹는다’는 것은 액체 내에 추가로 집어넣은 물질의 분자들이 제각각 따로 놀고 있음을 뜻합니다. 분자들이 엉겨 붙은 채 단체로 돌아다닌다면 아무리 인간의 눈이 둔하다고 해도 액체 속에 들어간 그 어떤 것의 존재 유/무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 분자들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면서 충분히 독립생활을 즐기려면 액체 분자와의 친화력이 좋아야 합니다. 이 점이 항상 따라 붙는 전제 조건이에요. 앞, 뒤, 옆, 위, 아래를 둘러봐도 모두 액체 분자들뿐인 세상에서 그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 속마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일단 친하게 지내는 게 급선무입니다. 안 그러면 그날로 방출될 딱한 신세가 될 테니까요. 즉, 분자 간의 인력과 액체 분자와의 친화력. 이 두 가지 힘 중 어느 쪽이 큰지에 따라 녹아서 점도를 높이느냐, 녹지 않아서 원래의 점도를 유지하느냐가 결정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 실제로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필적하는 인공섬유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개발의 주역은 이번에도 역시 미국의 화학회사인 듀폰이었는데요. 그들이 공개한 신비의 고강력 합성섬유 이름은 ‘케블라(Kevlar)’입니다. 당시에는 시제품에 지나지 않았기에 수분에 취약하다는 큰 단점을 안고 있었지만, 강도만큼은 피터 파커의 거미줄과 비슷했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던가요? 이 섬유로 얼기설기 직조한 옷감은 상상 이상으로 질겼습니다. 날아오는 총알조차 막아낼 만큼 강인했어요. 혼자 있을 때도 튼튼한데, 이를 한데 엮어 모아놓았으니 그 위력이 어땠을까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총알들이 빗발치는 전쟁터는 바로 이 섬유, 케블라의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강의 방어력을 중시하는 헬멧과 군복에 속속들이 적용되었죠. 이른바 ‘아라미드(aramid) 섬유’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아마이드 분자들이 모여 중합된 고분자를 폴리아마이드(polyamide)라고 부르고, 수많은 폴리아마이드들 중에서 벤젠과 같은 분자 구조를 포함하고 있는 것들을 방향족 폴리아마이드(aromatic polyamide), 다른 말로 <아라미드(aramid) 섬유>라고 부릅니다. 튼튼하기로 소문난 방향족 고리를 왼손에 하나, 오른손에 하나씩 붙들고 있는 아마이드 그룹(amide group -COHN-), 일명 ‘방향족 폴리아마이드’라고 불리는 고분자들은 서로 정렬하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튼튼한 분자들이 서로 틈을 두지 않고 빽빽하게 정렬까지 하다니요? 이것이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우리 속담의 나노(nano) 버전 아닐까요 2013년, 미국의 한 대학 교수가 놀라운 연구결과를 하나 발표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분교의 생물학자인 오르테가-히메네스(Ortega-Jimenez) 박사입니다. 그는 자신의 논문에서 거미가 어떻게 거미줄에 정전기 능력을 부여했는지 밝혀냈는데요. 비법은 바로 ‘다리털로 문지르기’였습니다. 거미줄을 뽑아내는 동시에 자신의 다리털로 문지르는 거미는 쉽사리 대전 효과(어떤 물체가 전기를 띠게 하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머리카락에 풍선을 문지르면 머리카락이 붕붕 떠오르던 경험을 한두 번쯤 하셨을 텐데요.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거미들은 이런 식으로 거미줄에 마찰로 인한 대전 현상, 이름 하여 마찰 대전을 발생시킨 것입니다. 그러면 이때 전자를 빼앗긴 다리털은 (+)전하를, 그 전자를 고스란히 빼앗아온 거미줄은 (-)전하를 띠게 됩니다. 한편,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날갯짓을 일삼는 곤충들은 공기와의 또 다른 마찰로 인해 날개가 머금고 있던 전자의 상당수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로써 전자를 잃어버린 곤충의 피부는 고스란히 (+)전하를 띠게 되는 셈이죠. 오르테가-히메네스 박사는 자신의 연구에서 이 곤충들이 (-)극을 띠는 거미줄에 붙들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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