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핸드폰을 갖고 싶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줄 사람이 나에게는 없다. 사실 내가 핸드폰을 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내게 전화를 걸어 줄 사람이 없으므로...... . 말하는 김에 이야기하자면 같이 노래방에 갈 사람도, 같이 스티커 사진을 찍을 사람도 없다. 교실 안에 앉은 채로 나만이 바깥에 있는 느낌. '나는 외톨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던 어느 겨울날, 밑도 끝도 없는 상상속에서 울리기 시작한 아름다운 멜로디가 나의 마음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것은 세상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외로움을 가슴에 안고 있는 소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본문 중에서
아름다운 소녀였다. 아니, 소녀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나이를 먹은 여성처럼 보였다. 아이를 가진 어머니처럼도 보였다. 막 태어난 아기 같기도 했다. 죽을 때를 알게 된 노부인의 표정과도 닮았다. 인생의 모든 시간이었다.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아닐지 모른다. 불가사의하리만큼 안정된 표정이었다. 눈은 감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것일까. 그래도 커다랗게 눈을 뜨고 있을 때의 소녀의 얼굴을 상상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눈일 것이다.
―「꽃의 노래」 중에서
누군가의 상처를 자신의 몸으로 이동시키는 것에 아사토는 저항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이라면, 자기 몸에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다른 사람이 아파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보다 더 고통스런 얼굴을 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사토는 웃옷을 벗었다. 그의 몸은 장렬했다. 무수한 상처와 멍, 그리고 꿰맨 상처와 변색된 피부 때문에 인간의 몸으로 보이지 않았다. 세상의 모든 고통이 응축된 덩어리처럼 보였다. 귀를 기울이니, 그의 온몸에서 무수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상처」 중에서
잠시 신야라는 인물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그는 실제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내가 머리 속에서 만들어 낸 허구의 인물이 아닐까. 틀림없이 마음 깊은 곳에서 대화 상대를 갖고 싶어하던 내가 무의식중에 또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새삼 내가 다른 사람의 존재에 얼마나 굶주려 있었는가를 깨달았다. 학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 어딘가에서는 ?외톨이는 싫어!?라고 미친 듯이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Calling You」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