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청와대에 들어와서 일해 볼 생각 없습니까?
--- p.22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도전해보겠다고 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농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기에, 그 자리가 비서관이든 행정관이든 아무 상관 없었다.
--- p.23
여중생이나 주부들이 거리로 나서는 모습을 보며 농사는 농민의 일이지만, 먹거리는 전 국민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p.32
나는 물면 놓지 않는다.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내 안에 답을 얻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산수는 싫어했는데 수학은 좋아했다.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를 몇 날 며칠을 머릿속에 넣고 사는 사람이다.
--- p.37
TV 뉴스에는 늘 청와대 본관처럼 멋들어진 건물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일하는 비서동 건물은 매우 낡고 비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이곳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곳이라는 자부심이랄까.
--- p.51
과거 모 대통령처럼 비서들이 다급히 찾아도 연락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비서동에서 대통령이 있는 본관까지 차를 타고 쫓아가던, 그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집무실을 아예 비서동으로 옮겨 비서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대통령과 같은 숲을 바라보며 일하는 호사를 누렸다.
--- p.52
빵이나 국수의 재료인 밀은 어떤가. 우리의 밀 소비량은 400만 톤이다. 쌀 소비량과 똑같다. 이걸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우리는 밀을 쌀만큼 먹고 있다. 그걸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옥수수는 무려 천만 톤을 수입한다. 쌀의 2.5배나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이런 것을 차근차근 국내산으로 바꿔 나가는 것이 농업의 역할이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국가의 백 년 계획이다.
--- p.63
놀랍지 않은가. 직불제는 소비자에게 지원의 절반이 가는 정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럽처럼 농산물 가격을 낮게 유지하면서도 농민들을 잘살게 하는, 농민 좋고 소비자 좋은 직불제 중심 정책으로 우리 농정의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 p.66
겨울에는 보리나 밀을 키우면 질소가 작물이 되고, 그 작물이 사료가 된다. 그러면 그것은 다시 소의 먹이로, 돼지의 먹이로 가는 ‘순환형’이 되게 한다. 그래야 깨끗한 물과 비옥한 토양을 후대에게 물려줄 수 있다.
--- p.70
우리 농업의 대안은 ‘공공급식’이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농업이라는 게 단 한 번도 농민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농산물 가격은 외부에서 경매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 p.72
‘어떻게 하면 우리도 유럽처럼 조직된 농민으로 생산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 p.77
정부 눈은 속여도 동네사람들과 농민들 눈은 웬만해선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결국 농민조직의 힘이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결국 우리 농업과 농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농민조직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 p.78
문 대통령의 밥상은 소박하기로 유명하다. 평상시 밥과 국, 반찬 서너 종류의 음식이 쟁반 위에 올려져 대통령이 일하는 집무실로 온다.
--- p.81
가슴 벅찬 성과가 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급식과 관련해 내가 꼭 바꾸고 싶었고 바꿔야 했지만 끝내 완수하지 못하고 나온 게 하나 있었는데 바로 학교급식에 국비를 지원하는 부분이었다.
--- p.93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아이들 학교급식에는 국비지원이 못 들어간다. 학교급식이 지방사무라서 그렇다. 보조금과 관련된 법률의 문제이다. 그 때문에 학교급식은 순전히 지방자치단체 역량으로 해결해가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학교급식을 계기로 우리 농산물 로컬푸드 시장을 재편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 p.93
스위스 농촌을 여행한 우리나라의 신성미 작가는 신동아 기고글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 ‘알프스의 하이디는 보조금을 먹고 산다! - 아름답고 풍요로운 농촌의 비밀!’
--- p.107
종류도 많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많은 직불제를 한 사람이 중복수령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12개를 다 타는 일도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다.
--- p.110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 가졌던 다섯 가지 계획 중 ‘순환농업’이 있다. 앞서 이미 언급하였지만, 이에 대한 구축은 우리의 미래가 달린 중대한 사안이기에 조금 더 깊게 다루어본다. 처리 곤란한 축산분뇨를 거름으로 만들어 농가에 싸게 공급하고 여기서 나오는 사료작물로 가축을 키우며 자급률도 높이고 환경문제에도 도움을 주는 작물-축산-환경 간의 동그라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 p.121
농민 여러분, 시민 여러분, 시민단체 여러분! 지금도 많은 축산분뇨가 한강으로 버려지고 있어요. 우리가 눈 감고 있는 것이죠. 만약에 우리가 순환농업을 하지 않으면 현재도 미래도 계속해서 축산분뇨가 한강으로 흘러들어 갈 겁니다. 그러니 더는 눈 감지 말고, 혐오시설이라고 외면하지 말고 적극 해결해 봅시다. 힘을 모아 한강을 깨끗하게 해봅시다.
--- p.124
많이들 공감할 거다. 썩지 않는 빵,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우선 ‘수입밀’ 자체에서 찾고 있다. 수입밀가루를 사용하면 방부제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밀가루 자체에 농약과 방부제가 있어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 p.128
유럽연합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이걸 우리 국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다.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었다. 그래서 난 청와대에 가있는 동안 열심히 대안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우리밀의 육성’이다.
--- p.130
그 와중에도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놈이 있고 노력조차 안 하고 쌩까는 놈이 있다면 그게 누군지 구분 지어 기억하고 투표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 쌀값에 관한 약속만 해도 그러하다.
--- p.136
‘대통령이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정치, 즉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닐까?’
--- p.146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내가 사는 여주와 양평 지역 같은 경우 그동안 선거에서 이기기 굉장히 어려운 지역으로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5선 의원도 야당 쪽에 있었고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이 센 곳이다. 반면 여당은 좀 약한 상태였다.
--- p.146
내가 이런 대통령과 1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일했다니…. 그래서 나의 마지막 근무일은 정말 특별했다.
--- p.153
처음에 나는 그런 생각을 못 했고 공무원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어. 바로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 사람이고 대통령을 도와서 그가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하려면 한 석이라도 뺏어갈 수 있는 일꾼이 돼야겠구나…. 그걸 나 스스로 자각했기에 여보, 힘들지만 나는 그 길을 가야 할 것 같아.
--- p.155
정치는 결국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고 주민을 대표하는 것이지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어떤 것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의 요구를 담아내고 또 많은 사람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내 역할을 다 해야 하는, 그런 책임이 주어지는 자리 아닐까?
--- p.161
누구나 먹지 않고는 살 수 없기에 식품산업은 지속가능하고 미래전망도 밝은 산업이다. 이러한 식품산업을 여주와 양평의 특성에 맞도록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 p.164
진짜 자전거 도로라면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갈 수 있어야 하고 주부들이 자전거를 타고 장도 보러 다닐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래서 생활공약으로 이런 구상을 말씀드리곤 한다.
--- p.167
잘 키운 나무 한 그루는 벤츠 한 대 값입니다.
--- p.174
독일 산림에서 110만 개의 일자리가 나오는 반면 우리나라는 독일식으로 계산하면 전국에 6만 개가 채 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뭘까? 바로 숲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였다.
--- p.177
그동안 우리나라는 나무를 수입해서 쓸 생각만 했지 관리하고 키워서 활용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단적으로 동해안에 인접한 강원도에서 나무를 베면 이 나무가 서해안인 인천항까지 가서 가공되고 있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상황이 아닌가.
--- p.177
이제는 우리 숲도 백 년 숲으로 가꿀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한다. 강원도에서 벤 나무를 인천항까지 가져갈 게 아니라 양평의 산림클러스터에서 가공해 전국에 뿌릴 채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지난 50년간 열심히 심은 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독일 같은 백 년 숲으로 가꿔내느냐 아니면 개도 들어갈 수 없는 원시림처럼 내버려두느냐는 앞으로의 50년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p.178
청와대에 있을 때 산업전반을 두루 살펴보니 참 신기한 것이 있었다. 요즘처럼 일자리가 계속 무너져내리는 4차산업 시대에도 그나마 일자리를 버티는 분야가 바로 농림어업 분야였다.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정책이 실패한 정책이 아니냐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농림어업이야말로 새롭게 떠오르는 일자리창출 분야다. 농촌과 산촌, 어촌에 작은 법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이나 작목반 같은 것들이다. 시골이 그나마 지금 경쟁력을 갖추기에 더 좋다고 판단한 거다.
--- p.182
사실 귀촌해서 사는 사람한테 정규직 8시간짜리 일은 하기 어렵다. 대체로 4시간짜리, 3시간짜리의 과하지 않은 일을 원하는데 그런 일자리가 산림에 많다. 노후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산림일자리들 말이다. 그리고 청년들을 백 년 숲을 가꿔나갈 전문인력으로 키워내야 한다.
--- p.193
‘정치란 권력자가 아닌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서, 중재자로서, 절충자로서의 역할들을 다 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은 사람들과 소통 잘하는 사람이 정치하는 시대가 열리지 않을까. 과거에는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이 많은 사람을 지휘하고 지도했다면,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사람들을 만나보면 나만큼 잘나지 않은 사람이 없다. 안 똑똑한 사람이 없다. 생각해보면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밥 먹고 월급 받아온 사람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래서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 p.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