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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첫 노래

아버지의 첫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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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23쪽 | 390g | 135*198*22mm
ISBN13 9791190910002
ISBN10 11909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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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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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가끔 ‘키타맨’ 집은 왜 그렇게 우중충한지 모르겠다고 푸념하던데 오늘만큼은 완전히 달랐다. 재색기와지붕과 살구꽃이 상충하면서 뿜어내는 기운은 독특했다. 기와지붕이 고독 속으로 몰두하느라 점점 침잠하고 수축하면서 어두워져 가고 있다면 살구꽃은 융기하고 확산하고 커져가느라 발랄하고 생기로 가득했다. 연분홍 살구꽃잎이 웅크린 기와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기와 속에 있을, 이미 단단하게 굳어버렸을지도 모를 소리들을 끄집어내려는 듯 섬세하게 알랑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금방이라도 소리들이 쏟아질 것 같았다.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어쩌면 태초에서나 비롯할 초롱초롱한 소리들이 들려올 것만 같아 그는 귀를 세웠다
--- pp.15~16 「선재의 비파」 중에서

아버지는 이 노래를 할아버지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누구한테서 배우셨어요?” 어린 그가 여쭈었다. “그야 증조할아버지에게서 배우셨겄제.” 아버지가 대답했다. “그럼 증조할아버지는요?” 그가 다시 여쭙자 “허허, 고조할아버지에게서 배우셨을 거고.” 했다. “그럼 맨 처음에는 누가 탔어요?” 그는 또 여쭈었다. “글쎄다. 누굴꼬? 애비 생각에는 요놈이 알 것 같구나. 요놈만이 제가 온 곳이 어딘지 알 테니.” 비파 소리를 앞서가듯 아버지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아빠, 비파에서 아빠 냄새가 나요. 할아버지 냄새도 나고 증조할아버지 냄새도 나는 것 같아요. 여기서요.” 그는 울림통으로 얼굴을 바짝 대고 흠흠, 냄새를 맡으며 재재거렸다. 아버지가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빙긋이 웃었다
--- pp.28~29 「뿌리 뽑힌 노래」 중에서

“은하야, 일곱 뼘 반이야. 넌 내 손으로 일곱 뼘 반이라고. 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생각했지…… 이 손은 잊지 않을 거야. 일곱 뼘 반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선사시대의 사내가 땅바닥에 돌덩이를 던질 때처럼 그는 무작정 거칠었다. 깨진 돌들 중에서 연장으로 쓸 만한 것을 골라 주울 때처럼 신중했다. 촉을 들고 사냥을 나갈 때처럼 경건하고, 사슴을 향해 그것을 던질 때처럼 날렵했다. 잡은 사슴을 집으로 가져와 아내에게 줄 때처럼 의기양양했다. 그의 손은 그의 눈이었다. 그의 손은 귀고 그의 손은 코였다. 그의 손은 입이고 그의 손은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는 자기 손이 닿을 때마다 그녀가 무엇인가로 새로 태어나는 것 같았다. 무엇인지도 모를 그것은 어딘가로 훌쩍 날아갈 듯 낯설었다. 자부룩 높았다. 까마득하고 어리어리했다. 그는 자기의 전생과 이생을 관통해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수천 년을 기다려온 듯 그녀도 마중했다. 아찔했다. 종잡을 수 없이 복잡하면서도 미묘한 물결이 전신을 휘감았다. 스물일곱 살의 남자는 비로소 고인돌 속에 감추어진 비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늪의 비밀까지도. 어쩌면 바다의 비밀까지도
--- p.67 「선사시대」 중에서

나무가 넘어지는 건 찰나였다. 찰나 속에는 억겁의 시간이 들어있었다. 찹찹하게 중첩된 시간은 호흡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무는 단번에 고꾸라지지 못했다. 돌았다. 한 바퀴 혹은 반 바퀴. 어지러운 듯, 실신하는 듯 제 시간들을 토해냈다. 토해내며 제 역사의 무게에 눌리듯 쓰러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푸,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옥죄어오던 불안과 긴장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자 속이 허랑해졌다
--- p.71 「은하」 중에서

自는 모든 일이 자기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自에는 얽매임이 없다. 自에는 저절로는 있어도 결코 방임은 없다. 自에는 억지스러움도 없고 自에는 흐트러짐도 없다. 自는 바람보다는 물의 성질이 강하다. 그저 한없이 흘러가는 물처럼 自에는 능동적인 생명력이 꿈틀거린다. 自는 살아있는 활동을 말한다. 自에는 파멸이 아니라 스스로 사라지는, 때가 되면 스스로 거두어가는 적멸이 있을 뿐이다. 自에는 그래서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함이 존재한다
--- p.97 「아버지의 노래」 중에서

통째로 ‘아버지의 노래’였다. 마을 사람들이 말했다던 바라지가락이었다. 아버지가 임종하실 때 자기 손으로 타던 악보였다. 구음을 적어둔, 그러니까 육보였다. 이것을 당신 앞에 펼쳐놓고 비파를 타보이던 아버지의 모습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그는 둔중한 무엇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가슴팍을 눌렀다. 뒤죽박죽 헝클어져버린 머릿속으로 아버지의 입소리가 하나씩 둘씩 날아와 박혔다. 글씨는 오른쪽 위에서부터 세로쓰기로 시작하고 있었다. 십육 절지쯤 되는 종이는 수십 장에 달했다. 어디가 먼저인지 어디가 끝인지 표시도 없었다. 세필로 씌어있는 글씨는 분명 아버지의 필체가 맞았다
--- p.148 「그리고 바라지 가락」 중에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결코 사라질 수 없다. 모두 연緣이라는 고리 속에 얽혀들어 있을 뿐. 그 연緣은 다른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내 스스로 짓는 것이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이 ‘나’라는 것이 이 세계와 관계하면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숨쉬기조차도 나의 밖에 존재하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 안의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일 아닌가. 결국 ‘나’라는 것은 이 세계와 관계하면서 만들어내는 오욕칠정, 이 들끓는 움직임일 뿐이다. 고로 ‘나’가 살아있다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욕칠정이라는 움직임이 밖으로 드러나 활개 칠 때뿐이다
--- p.176 「이제 십일월은」 중에서

이제껏 살아왔던 시간들이 빛을 띠기 시작했다. 분노와 울분, 사랑과 비탄, 환희와 절망, 상처와 고뇌와 고통과 두려움과 공포들이 한꺼번에 소용돌이쳤다. 그는 알았다. 이것들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것들 없이는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광대한 우주 속에서 단지 아주 희미한 점으로나 존재한다는 것을. 하지만 그 점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이어져 선을 만들고 선은 끝 모를 세상을 연결하는 끈이라는 사실을. 고로 나는 곧 세상이라는 것을, 그는 온몸으로 새롭게 인식했다
--- p.204 「설연화」 중에서

줄은 결코 머무르지 않는다. 줄은 줄 전체로 제 안의 소리를 드러낸다는 것을 그는 안다. 줄은 항상 제 몸을 닳려가면서 교감을 원한다. 제 한 가닥을 닳리고 또 한 가닥을 닳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비파의 울림통을 탓할 것 없이, 연주하는 사람의 손가락을 탓하지도 않고 오로지 제 몸을 닳려가면서 세상과 일체가 되는 순간을 기다린다
--- p.236 「삼만 구천이백사십 가닥의 소리와」 중에서

그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 앞쪽 멀리 소리의 끝 간 데를 어림잡아 바라다봤다. 경계도 없는 곳, 그 어디쯤으로 날아갈 듯싶은 울림. 산전수전 다 겪고 난 어머니, 푸르뎅뎅하게 흔들리는 스물네 박 한 장단의 떨림. 살아있음의 부질없음과 살아있음의 허허로움과 살아있음의 몸부림으로 헐떡이는, 푸르죽죽하고 푸르데데한 어머니의 숨소리, 그 계면의 여기와 저기. 푸르무레하게, 푸르스름하게, 푸르티티하게, 푸르퉁퉁하게 자지러지는, 푸르락하게, 푸르디푸르게 휘몰아치는 어머니의 숨결
--- p.253 「시원의 노래」 중에서

‘아버지의 노래’는 단순히 죽어가는 자를 배웅하는 소리가 아닌지 모른다. 죽어가는 자가, 이생의 기억을 지우려는 것을 도와주려는 소리인지 모른다. 어머니가 저토록 숨을 몰아쉬었다가 한꺼번에 뱉어내는 것도 모두 이승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숨 속에 이승의 기억이 저장되어 있다고 하지 못할 근거가 어디 있는가. 점점 깊게, 간헐적으로 이어지는 숨소리, 그 결을 따라 흐르는 어머니의 눈물은 정말이지 신산했던 이승의 기억을 여기 이곳에 묻고 가려는 몸부림의 물이다. 그러니 ‘아버지의 노래’는 지우는 자의 노래다. 새로 쓰려는 자의 노래다. 시원으로 향하는 자가 또 하나의 매듭을 홀치는 노래다
--- p.260 「시원의 노래」 중에서

‘아버지의 노래’는 여기가 아닌 저기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먼 과거, 아득한 시간 어디쯤에서부터 울려오는 소리, 시원에서 비롯한 소리. 비파는 제가 떠나온 곳을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처음으로 소리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자기 어머니가 가실 곳이라고 말하던 선재의 목소리가 ‘아버지의 노래’ 선율처럼 가슴속으로 굽이쳐왔다.
별안간 마을이 환해졌다. 웬일인가 싶어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선재네였다. 기와지붕을 뚫고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빛은 커다랗고 둥그렇게 뭉치면서 오색찬란한 자태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아버지의 노래’도 흘렀다. 바람처럼 가볍게 빛 덩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빛이 된 노래는 요강바우재로 날았다. 어긔야 어강됴리, 나난구리를 향해 솟아, 날았다
--- pp.306~307 「처음으로 소리가 시작되는 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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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이 텅 빈, 그 마을에서 무위의 상태에 이를 때 삶도 죽음도 온전함에 가까이 갈 수 있게 된다. 바라지 가락이 응시한 것, 아버지의 노래가 빚어낸 관음觀音의 풍경은 바로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경지였던 것이다. 만인 대 만인의 이리 상태를 방불케 하는 무한경쟁의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이 더 많은 땅을 제 영역으로 만들려고 행위 하는 세상의 현실, 게다가 죽음의 의례마저도 자본의 위력 앞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세속의 풍경을 떠올려 보면 작가 이강원이 바라지 가락을 통해 상상한 무하유지향의 서사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어디에도 없는 마을이지만, 많은 이들이 더불어 꿈꾸는 마을, 그 마을에서라면 노래가 따스한 위로가 되고,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오고, 든든한 평화의 양식이 될 터이다. 이강원의 첫 소설 『아버지의 첫 노래』는 시원의 노래를 상상하며 존재의 시원을 꿈꾼 가작佳作이다.
- 우찬제 (문학평론가, 서강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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