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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

시작시인선-033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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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8g | 128*188*10mm
ISBN13 9788960214996
ISBN10 89602149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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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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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난생이잖니, 당신이 말해 놓고 가자 난 알 속에 갇히고 말았어요

정점에, 나는 정교하게 달을 그려 넣지요 달이 자라기 시작하는 환절기에는 비가 자주 왔어요 우산을 잃어버리기 좋은 날들이었고 창문은 열리지 않아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무지개가 거꾸로 떴더구나, 당신은 자라는 달을 외면하며 말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꼭짓점에 손을 얹으면 먼 곳의 당신은 흐물거렸어요 여기의 아침과 거기의 아침은 서로 적막하고 한 생과 한 생에 이르는 거리가 같은 체온의 자취, 당신에게 배제된 달은 나의 노래, 그런데 나는 왜 이 노래가 두려워질까요?

머리칼을 자르러 가요 햇살은,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당신의 궤적을 따라서 다녀온 눈빛이에요 아직 난 미숙이에요 미약한 껍질조차 없는, 당신이 알 하나 품은 게 잘못이지요 깨지고 나서 울게 되는 건 매번 당신이잖아요
--- 「흘러내리는 포물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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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네잎 시인은 ‘낯설게 하기’ 능력이 뛰어난 시인이다. 의미나 정서는 뒤에 남고 이미지나 포즈가 앞장서게 만들어 행간에 서린 형상을 감각적으로 조율할 줄 아는 기질을 갖고 있다. 시적 대상이 품고 있는 존재성이나 관계성을 단순화시키지 않고 확장 가능한 지점까지 끌고 가서 예리하게 포착하는 예지력 또한 뛰어나다. 그런 특장이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전체를 통틀어 ‘함부로 쓰여진 시’는 하나도 없다. 장인匠人이 섬세하게, 깊이 있게 예술품을 빚어내듯 시 한 편 한 편에 담긴 언어의 ‘놓음’과 ‘부림’은 신중하고 명석하다. 특히 응집되는 수많은 ‘나’와 분열하는 수많은 ‘당신’을 껴안은 채 펼쳐지는 관계의 불모성은 김네잎 시인의 시 세계가 가진 ‘내밀함’을 감지할 수 있는 좌표가 된다.
독자들에게 이만큼 ‘몰입’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집은 흔치 않다. 심미안을 휘감고 펼쳐지는 매력적인 이미지와 직관을 내내 맛보길 바란다.
- 하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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