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약은 산업재산권 보호에 관한 기본 조약이다. 19세기 후반 체결된 이래 여섯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여전히 기본 조약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 2000년 이후 각종 FTA에서도 파리협약상의 실체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거나 파리협약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 p.171
파리협약은 산업재산권 전반을 아우르는 다자조약으로서, 당시 협상 참가국들이 산업재산권 법제가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산업재산권 제도의 국제적 조화를 도모하고 유도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하겠다.
--- p.288
파리협약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나타낸 바 있다. 첫째, 보호수준과 관련하여 보호대상을 열거하고 있지만 보호대상을 정의하지 않고 있고, 또한 개별 산업재산권의 내용에 대해서도 거의 침묵하고 있다. …… 둘째, 파리협약은 집행 규정이 매우 미흡하다. 부분적인 집행 규정(압류 등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만 산업재산권의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셋째, 각국의 국내법이 파리협약에 위반되는 경우 이를 판단하고, 위반을 치유할 수 있는 국제적인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을 국제사법법원(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에 회부하여 판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해당 동맹국이 이 법원의 관할을 수락해야만 가능하다(제28조). 아직까지는 국제사법법원을 활용한 사례가 없다. --- p.289~209쪽
베른협약은 파리협약과 더불어 지적재산권 조약의 근간이 되는 조약이다. 파리협약은 산업재산권 분야의 최초 다자조약이고, 베른협약은 저작권 분야의 최초 다자조약이다. 베른협약은 파리협약에 비한다면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호대상, 권리의 종류 및 내용, 권리의 제한, 보호기간 등에서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베른협약은 한편으로는 저작권의 국제적 ‘조화와 통일’의 목표를 충실히 다져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100여 년간 각국 저작권법 체계를 잡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 pp.293
베른협약은 저작권에 관한 다자조약으로서 130년가량 저작권의 국제적 보호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문필가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프랑스와 스위스 등 일부 국가들이 협상 장소뿐만 아니라 협상 자료를 제공하면서 독려했다. 비정부 간 기구로서 국제문학예술협회(ALAI)의 공헌도 협약 탄생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다. --- p.384쪽
베른협약이 높은 수준의 저작권 보호를 담보하고는 있지만, 각국 간의 법체계와 법제도상의 차이마저 극복한 것은 아니다. …… 무엇보다도, 파리협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집행 규정이 미흡하다는 점, 그리고 협약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분쟁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결정적인 약점이라 하겠다.1) 더 나아가, 디지털 환경에서는 저작물의 창작과 이용 형태가 종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졌음에도 협약은 이에 대해 응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p.385쪽
TRIPS협정도 WTO 설립협정과 동시에 1995년 1월 1일 발효했다. 이 협정은 조문의 수로 보나 그 규율하는 내용으로 보나 WTO 체제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모두 7부로 구성된 이 협정은 …… 73개조로 되어 있다. 방대한 조문을 가지고 있으나 협정 전체를 일별해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협정 체결 과정에 참여한 국가들이, 기존에 파리협약과 베른협약 등 지적재산권에 관한 다자간 국제 조약이 존재하고 이들 국가 대부분이 이들 협약 당사국으로 되어 있어서 별도로 그 내용을 반복하여 나열한다거나 달리 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적재산권 분야 협상은 파리 플러스 및 베른 플러스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기 때문이다.1) 다시 말해서, TRIPS협정은 기존의 지적재산권 관련 조약을 존중하면서 그에 바탕을 두고 추가적인 의무를 각국에 부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 p.411~412쪽
TRIPS협정은 지적재산권이 국제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조약 당사국이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1) 지적재산권의 보호대상과 보호의 내용과 한계 등 기준(standards)을 정하는 것,2) 보호가 국내에서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구제와 제재의 수단(enforcement)을 정하는 것, 조약의 효력발생과 소멸 및 조약의 변경 등을 위한 각종 장치를 마련하는 것, 당사국 간에 조약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해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와 장치를 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TRIPS협정은 파리협약 플러스 측면에서 더욱 괄목할 만하다. 보호대상을 확대하고, 보호대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보호기간을 정한 것이 그런 예이다. 또한 파리협약과 베른협약에서 담지 못했던 집행 규정을 두고, 국제 분쟁을 WTO의 강제 관할에 둠으로써 각국의 조약 이행을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등 놀라울 정도로 완비된 조약이다. 이제까지 체결된 지적재산권 조약은 그 어떤 것도 이렇게 망라적이면서 실효적인 법적 장치를 갖춘 적이 없었다.
--- pp.412~413
TRIPS협정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다른 조약에 비해 법규범으로서 훨씬 정돈된 조약이다. 그렇다고 완비된 것은 아니었다. 협상 당시 해결할 수 없어서 추후로 논의를 미룬 과제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협정 발효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논의 대상으로 떠오른 주제도 생겼다. 각 회원국이 협정을 이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협정상의 문제를 국제적으로 지적하면서 부각된 것들이다. 대부분이 특허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 p.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