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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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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55쪽 | 532g | 152*225*20mm
ISBN13 9788932036366
ISBN10 893203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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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말[馬]처럼 생겼잖아……’
말이 벌떡 일어서서 이쪽을 향해 걸어왔을 때, 이것이 도모에의 목구멍으로 울컥하면서 올라왔던 말이었다.
그리하여―
어두운 선창의 둥근 창에서 흘러들어 오는 흰색의 광선을 등으로 받으며, 온몸 가득히 기쁨을 드러내면서 다카모리에게 손을 내민 이 남자의 얼굴은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모를 정도로 햇빛에 그을렸고, 더육이 정말 말처럼 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굴만 긴 것이 아니라 코도 길었다. 그리고 잇몸을 슬쩍 드러내면서 씩 웃을 때 벌리는 큰 입까지…… 정말 말상도 보통 말상이 아니었다.
도모에도 젊은 아가씨인지라 자기 집으로 맞아들이는 프랑스 청년에 대해서 공상이랄까 꿈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것저것 남몰래 그려보곤 했다. 하물며 나폴레옹 황제의 후예라면 샤를 부아예만큼은 아니라고 해도 우아하게 잘생긴 얼굴에, 그러면서도 어딘가 늠름한 매력을 사정없이 발산하는 남자라면 좋겠다고 내심으로 바랐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랬던 것이 정말 모든 점에서 꽝, 제로, 제로, 제로였다.
--- p.54

그 밝은 햇빛이 내리꽂히는 개 사육장 안에서 거적때기 위에 내버려진 나폴레옹의 시체를 보았을 때―
가스통은 갑자기 엔도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이다.개의 죽음과 살인 청부업자의 영상이 왜 겹쳐졌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 개의 시체를 살인 청부업자가 이제 죽이려 하는 남자로 생각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움직일 줄 모르는 나폴레옹의 눈을 보면서 산야의 비 내리는 길에서 쿨룩거리던 그 불쌍한 청년을 떠올렸던 것일까?
사육장 안에 있던 개들의 울음소리. 머지않아 살해당할 이 동물들의 운명을 엔도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그도 나폴레옹처럼 빳빳한 시체가 되어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될지 모른다.
가스통은 이러한 기분을 도모에에게 전하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서투른 그의 일본어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 p.240~41

‘바보가 아니야! ……바보가 아니라고. 저 사람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야.’
처음으로 도모에는 우리 인생에서 바보와 위대한 바보라는 두 가지 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꾸밈없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꾸밈없이 모든 사람을 믿으며, 비록 자기가 속고 배반을 당해도 그 신뢰와 애정의 등불을 계속해서 지켜나가는 사람, 그 사람은 요즘 세상에서 바보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위대한 바보인 것이다.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발산하는 작은 빛을 사람들의 인생에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비추는 위대한 바보이다. 도모에는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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