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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92g | 128*210*30mm
ISBN13 9791190727006
ISBN10 119072700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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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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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다’는 ‘귀하지 않다’에서 온 말이다. ‘ㅏ’가 탈락한 ‘귀치 않다’가 ‘귀찮다’가 된 것이다. 여기서 특이한 점을 발견해 보자. 비슷한 환경의 다른 예를 보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다(打): 치- + -어 → 쳐” ‘치어’의 준말은 ‘쳐’다. 준말 표기는 본말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치+어’를 ‘쳐’로 적는 것은 본말을 반영해야 의미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치+어 → 쳐’로 적는다면 ‘치+아 → 챠’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귀챦다(×)’로는 적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귀치 않다’라는 말을 들어 본 일이 있는가? ‘귀찮다’가 ‘귀하지 않다’에서 왔다는 것조차 생소하다. 본말과 준말의 고리가 끊어져 결과만 남은 것을 ‘굳어진 말’이라 한다. 굳어진 말은 원말과는 독립적인 말이다. 그래서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귀찮다, 괜찮다, 편찮다’는 이미 굳어진 말들이니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것이 원칙이다.
--- p.17

‘울다 → 울음/욺’, ‘졸다 → 졸음/졺’, ‘얼다 → 얼음/얾’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울음, 졸음, 얼음’부터 보자. 이들은 ‘울다, 졸다, 얼다’에서 왔지만 그것들과는 다른 단어다. ‘울-, 졸-, 얼-’에 ‘-음’이 붙어서 새로운 명사가 된 것이다. 아예 품사까지 다른 각각의 단어이기에 각각 사전에 실린다. 물론 이 단어들이 ‘울-, 졸-, 얼-’과 의미적으로 관련됨은 확실하다. 이 때문에 ‘우름(×), 조름(×), 어름(×)’이라 쓰지 않고 원형을 밝혀 ‘울음, 졸음, 얼음’이라 표기하는 것이다. 의미적으로 연관된다고 같은 단어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욺, 졺, 얾’은 어떨까? 이 단어들은 사전에서 찾을 수 없다. 이들은 여전히 ‘동사’이기 때문이다. 주어나 목적어를 취하는 것은 동사의 특성이다. ‘울-, 졸-, 얼-’에 ‘-ㅁ’이 붙었지만, 앞에 ‘울음, 졸음, 얼음’과 같은 단어들을 주어나 목적어로 삼고 있다. 이 ‘-ㅁ’이 아예 품사를 바꾸지는 못함을 보여 준다. 명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이전 품사의 특성을 가지는 것, 그것이 명사형이다.
--- p.256

과거 우리말의 ‘주책’이라는 단어는 뒤에 ‘있다, 없다’가 모두 연결될 수 있었다. ‘주책이 있다’는 ‘주관이 있다’는 의미로, ‘주책이 없다’는 ‘주관을 갖지 못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런데 한국어를 사용하는 우리가 ‘주책이 없다’는 표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뒤의 ‘없다’가 가진 ‘부정적 의미’가 ‘주책’에도 옮겨 오게 된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변화를 ‘전염’이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 p.262

‘콧김, 머릿속, 등굣길, 하굣길’을 ‘코김, 머리속, 등교길, 하교길’로 쓰면 간결하고 의미도 분명해질 것이라는 불만이 많다 했다. 하지만 불만 너머에 먼저 경탄할 일이 있다. 우리는 사이시옷을 써야 할 이 단어들을 정확히 된소리로 발음한다. 배우지 않았는데도 자동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그 규칙들 덕분에 우리가 우리말답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규칙들을 훌륭하게 활용하는 능력자들이다. 맞춤법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 안의 규칙들을 확인하는 일이다. 표기가 우리의 발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발음이 표기를 만드는 것이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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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어나 맞춤법은 누구에게나 늘 어렵고 복잡하기만 하다. 이 책은 일상적으로 쓰는 자신의 말로부터 맞춤법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스스로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김남미 교수의 독특한 논리와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쓰인 것이다. 규범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그 실천은 먼저 내 말에 대한 깊은 성찰과 국어학 지식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저자의 생각에 크게 공감한다. 이 책이 많은 이들의 언어생활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 곽충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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