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측하고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기 위해 나는 늘 필연을 믿었다. 일을 하면서 최대한 불안해지지 않는 방법이었다. 필연을 믿는다는 건 결과를 담보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행동하는 동안은 적어도 미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떨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력으로 이뤄진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 스스로 정당성을 갖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잘되어도, 안되어도 대부분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면 오히려 쓸데없는 우울감이나 패배감에 빠질 일도 적었다.
--- 「우연은 없다고 되뇐다」 중에서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살긴 한다. 하지만 일터에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란 정말 어렵다. 동료들 중에는 나와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도 많고, 항상 이타심을 발휘할 정도로 내가 ‘천사표’인 것도 아니며, 오히려 때때로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좀 더 현실적인 중간 목표를 세웠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쉽지 않다면, 최소한 ‘합리적인 사람’이 되자고. 설령 다른 이를 더 도와주진 못해도, 맡은 제 일엔 책임을 다하는 것, 그래서 결코 다른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진 않겠다는 다짐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이 나온다. 특히 나의 진심이 항상 고울 수만은 없어, 일하는 데 쏟는 정성이 부족할 때도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다만 마음이 못 미쳐도 일하는 태도만큼은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지키자고도 다짐했다. 여전히 번번이 서툴지만, 일터에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이성으로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연습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조직에선 진심이 없다거나 부족하다고 추궁받진 않는다. 보이는 태도가 합당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태도 자체가 나쁘거나 경솔하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일터에선 일하는 자세가 평가 대상이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일의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
---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중에서
며칠 전에 라면에 밥까지 말아 먹고 꾸역꾸역 필라테스 수업에 갔다. 라면에 밥을 말아 먹은 건 나의 길티 플레저였고, 필라테스 수업을 거르지 않은 건 나의 루틴이었다. 길티 플레저가 루틴의 효과를 상쇄했을 게 뻔하지만 그날 내겐 두 가지 의미가 모두 필요했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었고, 그러면서도 곧바로 본래 궤도에 오르고 싶었다.
--- 「가끔씩은 길티 플레저」 중에서
지금까지 일하며 만난 무수한 동료와 선후배, 취재원 중에서 내가 언제나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은 모두 ‘노력하는 사람’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하던 일을 끝까지 충실히 매듭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매번 나의 자세를 점검하고 겸허해졌다. 땀과 노력 없이 감동을 주는 성취를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세상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아서, 아주 평범한 것들을 지키는 데도 평범하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 「극복한다는 것」 중에서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게 될 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진다.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부러움이란 것도 안다. 실제로 ‘부러워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남이 잘되는 것이나 좋은 것을 보고 자기도 그렇게 되고 싶어 하다”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란 말이 있지만, 나는 부러워할 줄 아는 마음은 귀한 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것을 별것 아닌 것으로 낮춰 보지 않고 인정할 줄 알아야 가질 수 있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 「부러워할 줄 아는 마음」 중에서
떠나고, 도착하기 위해선 언제나 가슴 뛰는 간절함이 필요하다. 떨림도 설렘도 없이 평온한 기다림만으로 채워진 인생을 사는 건 어쩐지 아깝다. 나는 내게 주어진 생을 역동적으로 누리고 싶다. 간절하게 떠나고 간절하게 도착하면서 이곳저곳을 구석구석 누비고 싶다. 고난이 찾아와도 끄떡없이 헤쳐 나가고 싶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원하고 열망하고 싶다. 삶에 필요한 에너지는 간절한 바람에서 나온다. 드넓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가 결국엔 티끌만 한 피사체에 불과하더라도, 꼭 한 번쯤은 직접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 보겠다는 소망을 품었으면 한다. 나도, 그리고 이 책을 읽어 내려온 당신도 자신만의 삶이 요구하는 용기와 노력을 외면하지 않기를, 그리하여 끝내 반짝반짝 빛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 「삶이 요구하는 용기를 외면하지 않기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