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의 훈련생이자 범죄심리학자 사이의 쥐와 고양이의 교환(cat and mouseexchange)과도 같다. 조나단 드미 감독은 영화라는 상상력의 수술을 통하여 렉터의 비뚤어진 두개골 속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 제목에 나오는 양의 상징적 의미는 무엇일까? 의심의 여지도 없이 ‘양’은 종교적 상징이 크다. 『성경』에도 수없이 인용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도 예수(Jesus)를 ‘신의 희생(The sacrifice of God)’이자 ‘신의 양(The lamb of God)’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에 몇 가지 해석이 따른다. 첫째 양은 아름답지만 무고하며 무력한 대상으로 보살펴주는 사람이 필요한 존재로 해석되는 것이다. 영화에서 의미 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양들일 것이고 이들을 대신하여 개입하려고 했던 사람이 바로 스털링이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둘째는 스털링을 양으로 보는 것으로, 그녀 또한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신입 훈련생으로서 아름답고, 무력하며, 무고한 존재로서 한니발이나 버팔로 빌과 같은 악마로 가득한 세상에 놓여 있다.
---「양들의 침묵 ‘상처, 고통, 통증, 이것들을 사랑하라’」중에서
성전환증은 영화에서 범인을 찾는 실마리로 작용한다. 렉터 박사가 연쇄살인범을 분석하고 성전환증을 제시했을 때 범죄심리를 전공한 스털링은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은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렉터 박사는 그는 가정폭력으로 얼룩진 자신을 버리고 다른 자아를 찾고 싶은 것이라고 답한다. 이것을 통해 하나하나 연쇄살인범의 윤곽을 잡아가는데 이것이 프로파일링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제는 범죄학과 형사정책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된 프로파일러Profiler와 프로파일링Profiling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에서 주요 인물 중의 한 사람인 크래프트가 책임지고 있는 FBI의 부서가 바로 행동과학부Behavioral Science Unit인데 바로 이곳에서 개발하고 활용하기 시작한 중요한 수사 기법이 프로파일링이다.
---「양들의 침묵 ‘상처, 고통, 통증, 이것들을 사랑하라’」중에서
영화의 주된 주제는 가톨릭계에 팽배한 아동 성적 학대와 이를 은폐만 해온 교계 상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사회적 경고일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처음 아동성애자의 문제를 취재하기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게오간 신부 개인의 일탈로 시작됐으나 탐사가 계속되면서 교계 전체에 광범위하게 퍼진 것임을 알게 된다. 신부의 일탈은 그냥 ‘썩은 사과(Rotten apple)’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그것이 은폐되고 쉬쉬되면 전체를 도려내야 할 만큼 ‘썩은 상자(Rotten box)’의 문제로 밝혀진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보스턴이란 도시는 유난히 천주교 영향이 강한 곳이기에 이처럼 광범위한 일탈이 일어남에도 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교회에 대한 전적인 믿음과 교계의 영향력으로 인한 언론과 정계 다방면에 걸친 유착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일종의 음모론까지 수면에 오른 상황이었다.
---「스포트라이트 ‘어떻게 신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중에서
전문가들은 피해자 주장의 신빙성을 소위 말하는 ‘그루밍Grooming 성폭력’으로 뒷받침한다. 글자 그대로 그루밍이란 길들이기, 꾸미기 등의
의미이며, 따라서 ‘그루밍 성폭력’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길들여서 성폭력을 행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피해자는 성에 대한 인식도
낮고, 판단력이나 저항력이 비교적 취약한 아동이나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상담과 지원, 호의 등을 미끼로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신뢰를 얻어
서 피해자 스스로 성폭력을 허락하게 만드는 것이다. 주로 피해 대상이 경제적, 가정적, 사회적 문제에 취약한 청소년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그루밍 성폭력 범죄는 대체로 먼저 피해자 물색, 접근, 신뢰 쌓기, 피해자 욕구 충족시키기, 피해자 고립시키기, 성적 접촉, 회유와 협박을 통한 통제 등의 단계로 이어진다고 한다.
---「스포트라이트 ‘어떻게 신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