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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

명자꽃

: 운명에 맞선 당당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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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151*224*30mm
ISBN13 9791190822008
ISBN10 119082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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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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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 가끔 말씀하셨다. 그 시절에 딸을 낳고 으스댔다고…. 그렇게 양가 모두가 처음 맞는 손녀였다. 외할아버지는 갈수록 점점 더 흉포해지는 왜정 치하에서 싹싹 긁어가는 공출을 피해갈 수 없었고 더욱이 딸이 해산할 그때는 한참 보릿고개이다 보니 출산 후 쌀밥도 제대로 못 먹일 것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두 분만 아시는 비밀의 두꺼운 요를 만들어 놓으셨다고 한다. 특수제작품인 그 요 속엔 물론 푹신한 흰 솜 대신 하얀 쌀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러니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두꺼운 쌀 침대에서 태어난 것이다.
--- p.46

3살, 6살, 9살의 우리 삼 남매는 자고 나면 항상 다른 집에 있었다. 한번은 우리 집 머슴살이를 하던 한 서방네 다락에서 셋이 앉아서 자고 있었다. 벽장이 너무 좁아 셋을 누일 수도 없었는가 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쌀밥을 자주 먹을 수 있었던 건 엄마의 기막힌 기지와 배짱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어 알았지만, 그때 우리 집에 쌀 넣어 두는 광(안방 뒤에 윗목 측엔 뒷마루 아랫목 측엔 오시이레라고 하는 마루방이 있었는데 우리는 쌀 광으로 썼던 것 같다)은 물론 빨간 딱지가 붙어있었지만, 광의 마루 밑이 부엌 찬장 밑과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엄마는 그 부엌 찬장 밑을 파고 들어가 쌀 광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쌀가마마다 조금씩 표시 나지 않게 쥐가 파먹은 것 같이 쌀을 꺼내 오셨다. 정말 그 배짱이 대단하지 않은가? 우린 그렇게 엄마의 기지로 굶주리지 않고 쌀밥을 먹으며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 p.62

엄마! 울 엄마! 사십 년도 못 채운 짧은 생을 살다 홀연히 훌쩍 세상에서 떠나버리신 우리 엄마! 난 엄마 딸로 태어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엄만 나의 전부였고, 나를 위해선 뭐든 하셨던 엄마는 열아홉 살이나 먹은 딸에게 유산 사실도 숨기시며, 생리대까지 빨아주셨던 분, 우리 다섯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살다 가신 우리 엄마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고 마음씨까지 천사 같았다. 엄마는 그렇게 짧게 살다 떠나시려고 그리 모습도 아름답고 마음씨도 순결하고 곱고 선량하게 태어나시었나 보다.
--- p.94

밥은 굶어도 먼저 동생들을 학교에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건 또 엄마의 뜻일 거라고 생각하니 패기가 생겼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내가 좀 더 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혜정에게 양해를 구했다. 내년에 오빠를 먼저 고등학교에 보내고 너는 한해 뒤에 중학교에 들어가도록. 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희생해준 셋째. 지금도 셋째 혜정이는 내 가슴 한구석에 앙금이 되어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집안을 챙겨놓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 p.138

이사를 하기로 했다. 남편의 문패를 처음 달아 놓고 그이와 함께 드나들었던 대문. 집안 곳곳에 그이의 체취로 가득한 그 집에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복덕방에 집을 내어놓자 반듯하고 향이 좋아 금방 팔렸다. 새집을 구해 이사했다. 모든 것을 잊고 마음을 잡아 새롭게 시작하려 한 그 집도 남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그런 집이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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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자서전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랐기도 했지만, 할머니께서는 언제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셨기에 이 긴 여정을 잘 마무리 지으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머릿속 흐릿해지는 인생의 발자취를 활자로 남기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내일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필요할 때마다 이 책을 펴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나의 할머니.
- 이재연 (헬레나, 손녀딸)
이 책을 쓰는 동안 일생을 살아낸 삶의 흔적들을 찾아내고 곱씹으며 하나하나 기록하고 다듬는 기쁨이 얼마나 컸으리라 짐작이 갑니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커다란 무상의 선물일진대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삶 그 모든 국면들 하나하나가 다 놀라운 삶의 경의가 아닐까 합니다.
- 정일 가브리엘(Gabriel) 신부 (가톨릭상지대학교 총장)
책 명을 명자꽃으로 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름자가 들어있어 친숙하고 정겨울 뿐만 아니라 그 꽃의 빛깔로부터 밝고 선명함을 느끼게 되고 꽃말이 지니는 신뢰 겸손의 의미와 명자꽃의 산뜻함도 친구를 연상케 한다.
- 이현영 (전 평촌고등학교 교장)
친구의 사무실은 동창들의 사랑방이었고 사정이 어려워진 친구들, 외국에서 고국을 방문하는 친구들은 그의 집에서 유했고, 절친의 배신 후에도 이런 보살핌은 이어지고 이제 다사다난했던 일들은 잔잔한 복으로 바뀌어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친구여 늘 행복하여라.
- 박부자 (전 단국대 교수)
매사에 부지런하고, 진취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다해내는 능력있는 여성이고 앞서가는 탁월함을 지닌 멋을 아는 멋쟁이였고, 몸이 아파 병치렐 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총정리하는 생활수필을 남길 술 아는 자랑스러운 친구. 사랑한다.
- 손공자 (실버넷TV 편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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