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귀환』은 역사소설입니다. 카를 마르크스의 삶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묘사하고 현실에서 주고받은 서신을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사실과 어긋나는 부분도 꽤 등장합니다. 특히 3부 ‘미래로의 귀환’에서는 시간 흐름을 굉장히 압축적으로 그렸습니다. …개연성이 약한 사건에 관해서는, 독자분들께서 이야기의 맥락에 따라서 자유롭게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마르크스의 전기를 의도하지 않았고, 그 점에 대해 변명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 p.14
cnq고, 비 내리고, 스산한 날이었죠. 남편이 숙소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아이가 넷이라고 하는 순간 다들 난색을 드러냈답니다. 마침내 한 친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어요. 방값을 치르고도 가진 침대를 전부 급히 처분해야 했어요. 압류 소문에 놀란 약국, 빵집, 정육점, 우유 가게에서 외상값 청구서를 들고 쳐들어왔거든요. …부인께 저의 진심 어린 애정의 인사를 전해주세요. 당신의 어린 천사들에게도, 가슴에 젖먹이를 안고 많은 눈물을 떨군 어미 한 명을 대신해 입맞춤을 전해주세요.
--- pp.94~96
“이보시오!” 문을 벌컥 열어젖힌 마르크스가 홀로 있던 빵모자에게 말했다. “얼마 안 가 철로가 끊길 거요! 서둘러요!” 놀랍게도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며 겨우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점심시간인데요.” 마르크스는 그 태만한 인간을, 다음으로는 창밖으로 닥쳐오는 파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p.156
“…저는 오직 투쟁만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모든 게 부질없어 보일 겁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변화는 일어날 겁니다. 잊지 마십시오. 투쟁은 그저 여러분의 행동이 아니라 여러분이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한 부분입니다. 만일 당신들이 투쟁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당신 노동자들이 그리고 오직 당신들만이 마침내 자기 노동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겁니다.”
--- p.213
단순히 원고를 끝내기만 하는 건 더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가 처한 곤경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은 사탄의 배꼽, 다른 말로 하자면 중력 없는 중심이었다. 그의 책은 지하세계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제시해야 했다. 동맹의 파열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방편으로. 그의 책은 그때까지 존재해왔던 모든 것, 즉 부르주아 정치경제 체제를 대상으로 급진적인 비판을 개진해야 했다. 그뿐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경제, 즉 프롤레타리아 경제와 그것을 운영할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류의 등장을 준비해야 했다.
예니도 지옥 같은 그 소리를 들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했다. 그렇지만 예니는 나서지 않았다. 그 괴물에 맞서거나 헬레네와 함께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서 예니는 알고 있었다. 대안은 없다는 걸. 그 모든 고통과 비탄에도, 그 아픔을 연장해서라도, 계속해서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걸.
--- pp.332~333
“아빠” 에드거가 애틋하게 불렀다. 아이는 신열이 있었고 여전히 침대 시트처럼 창백했다. 마르크스는 아들을 안았지만, 몸이 흠뻑 젖어있어서 곧 도로 내려놓았다. 예니와 딸들은 잠들어있었다. 그는 그들 곁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덜덜 떨면서 헐떡이고 김을 내뿜었다. 너무나 추워 아무것도-공포도, 고통도, 감정도-느낄 수가 없었다.
--- p.344
세계는 변화에 준비가 됐을까? 상관없었다. 그건 이미 거기 있었다. 그냥 전보다 더 많이. 골분쇄 공장은 여전히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었고, 더 많은 보트가 웨스트민스터 다리 부근의 좁은 구역을 차지하려고 경쟁했다. 더 많은 공장이 주황색 그을음을 대포처럼 쏘아 올렸고ㅡ그는 갑작스러운 포성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ㅡ더 많은 원재료가 완제품으로 제조되었다. 기본적으로, 전보다 더 많이.
--- p.420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순간 그는,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이 하고 있던 말과도 배치되었지만, 실은 자신이 그 이야기를 이미 천 번도 넘게 마음속으로 연습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르시겠어요?” 마르크스가 소리쳤다. “아버지를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니에요! 노동자들을 위해 썼어요. 혁명을 위해서요!”
--- p.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