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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니까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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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시인선-033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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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242g | 128*188*10mm
ISBN13 9788960215016
ISBN10 8960215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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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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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시집이다.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꺾어진다는 의미에서 111편의 시를 실었다.

이번 시집을 준비하면서 시에 대한 생각에 큰 변화가 있었다. 시인은 내가 아닌 ‘네(독자)가 먹을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시 쓰기에서 내가 중심이었다. 내 생각과 느낌 정서를 바탕으로 나를 위한 시 쓰기를 해왔다. 그렇게 나는 내가 차린 밥상을 나 혼자 먹고 치워버렸다. 그러던 것이 ‘너’에 대해 의식하게 되었고, 내가 차린 밥상을 먹어줄 사람이 내가 아닌 너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다.

시에 대한 안목이 트이면서 시의 길이 새롭게 열리고, 그러면서 내 시에 변화가 찾아왔다. 딱딱하게 굳었던 시가 말랑해지고 앞뒤 없이 내질렀던 시가 섬세해졌다. 자기만의 언어에 갇혀 있던 시가 소통의 물길을 트려 하고, 허공을 휘둘렀던 도끼날이 발 앞의 통나무를 바로 찍게 되었다. 무엇보다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 내가 쓰고 싶은 시를 쓰게 되었다.

이번 시집에서 드러내고자 한 주제는 ‘선의善意’이다. 크고 작은 사물은 물론 인간의 생명, 사회, 지구, 우주라는 광대한 공간마저 선의라는 궁극의 힘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 힘의 영향력으로 모든 사물이 제자리에 존재해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시를 쓰면서 줄곧 해왔다.

시를 다양하게 쓰려고 했다. 동시 같은 시, 짧고 명료한 선시 같은 시, 산문처럼 풀어쓴 시, 수채화처럼 맑은 시, 깃털 같은 연애시, 인생의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는 시 등. 그럼에도 한결같이 잃지 않으려 한 자세는 앞서 말한 나 혼자 먹고 치울 밥상이 아니라 네가 먹을 밥상을 차린다는 거였다. 읽어주신 당신의 가슴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시인의 말」중에서

오늘도 둥지를 틀도록

나무는 새에게 손가락 세 개를 내어주고

잠든 고양이 깨지 않도록

기척을 줄이며 어린아이가 발걸음을 걷는다

사람에게 선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선의가 악의보다 조금 더 많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

싸우지 않고 서로 잘되기를 바라는 것

마당에 참새들이 날아와 반짝거려 준다는 것

언제부터 나는 이런 선의 속에 살았나
--- 「선의善意」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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