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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풍경

새벽 풍경

: 황점숙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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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34g | 152*210*20mm
ISBN13 9791189052201
ISBN10 118905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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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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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를 미끄러져 가는 자동차의 소음이 잠시 잦아들면, 어느 순간 텅 빈 거리에서 비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골목에서 야광조끼 입은 미화원의 손놀림이 바쁘다. 어떤 날은 넓은 길을 쓸고 있고, 어느 날은 골목에서 허리를 굽혀 쓰레기를 쓸어 모은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이른 아침 노인 일자리에 나선 어르신들이 미화원의 일을 나눠 한다. 새벽부터 노란 조끼를 입고 모자를 푹 눌러쓴 노인들이 눈에 띄는데, 겨울 한 철은 이것도 예외다. 길거리에 늘어진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의 손길은 바쁘기만 하다. 아침 햇살이 떠오를 즈음 길거리는 정갈하게 행인들을 반긴다.

아직 셔터가 굳게 닫힌 상가 중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가게가 있다. 이른 아침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빵집이다. 이 집 앞을 지날 때면 식전인 내 입에 군침이 돈다. 마주하고 있는 떡집은 조용한 빵집에 도전장이라도 내는 듯 안개 같은 뿌연 김을 길게 내뿜는다. 내가 단골로 이용하는 떡집인데 주인이 30대 젊은이이다. 새벽잠을 떨치고 나와, 떡시루를 앉히는 생활력을 생각하니 떡 맛이 더 쫄깃하게 느껴져 불현듯 시장기가 돈다.

시내버스 정류장의 안내 화면은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든든하다. 내가 탈 차의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어둠에 싸인 주변을 둘러보면서 가쁜 숨도 고르고 서쪽으로 넘어가는 달도 바라본다. 처음에는 왠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경계를 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익숙하여 안 보이는 날이면 첫차를 놓치나 싶어서 은근히 걱정된다. 서쪽에 있는 달을 매일 볼 수 있는 겨울은 어둠과 함께 매서운 바람과 맞서며 첫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우두커니 먼발치를 보고 있을 때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승합차가 다시 한 번 내 앞에 와 선다. 정류장 옆에 설치된 보관함에 생활정보지를 넣고 또 바삐 골목으로 사라진다. 그쯤이면 골목에서 만난 미화원도 불룩해진 푸른색 쓰레기봉투를 들고 인도와 차도를 오르내리면서 비질을 하며 다가온다.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는 지인인 듯 반갑다.

찬바람을 몰고 달려와 멈춘 시내버스에 오르면 낯익은 모습들이 보인다. 함께 새벽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정류장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일방적인 안부를 챙기고 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승객이 있다. 나보다 한 정거장을 먼저 내리는 또래 같은 멋쟁이 아줌마. 여기에서 내리면 어디로 출근을 할까 참 궁금했다. 어느 날 눈에 띈 예쁜 들꽃의 이름이 궁금하여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면 이름을 알게 되듯이 사람도 그렇다. 생면부지의 사람이 기억에 담기면 머지않아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니 궁금증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시작인가 싶다. 어느 날 그녀를 반기는 승객이 있었는데 둘의 대화 내용으로 하는 일을 짐작했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시간을 달리는 그녀는 새벽마다 학생급식 준비를 위해 학교로 가는 중이었다.

내가 목적지에 내릴 즈음이면 하루를 일찍 여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 줄 아침 해가 동녘하늘에 힘차게 떠오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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