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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

바람은 갯벌에 눕지 않는다

시인동네 시인선-13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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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27*203*20mm
ISBN13 9791158964740
ISBN10 115896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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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많아서 좋다
햇볕에 시커멓게 그을린 어머니
눈이 한없이 빛나서 좋다
팥알이 붉어 나도록 키질하다
잠든 어머니 이마에
주름이 몰려가는 바람 서늘하다
팥꽃이 피던 날
더는 돌이킬 수 없이
노랗게 차던 밭둑으로
홀로 걸어오던 맨발이 또렷하다
가자, 가자
꽃처럼 잠기던 하늘
가을볕에 잘 익은
슬픈 것들이 많아서 좋다
이 땅에 태어나
밤이면 별을 보고 울 수 있어서
정말 좋다
--- 「가을별」중에서

처서가 지나고
아흔두 살의 집에 바람이 왔다

갯고랑 하얗게 꼬리치며
쌀바람이 왔다

간사지 벼꽃 뿌리며
무른 눈썹 헤치고 바람이 왔다

살아서 왔다
고맙게 왔다

징검돌 뒤집으며 가을비 타고
노두길이 왔다

족두리꽃 차일 치는 마당
찰랑찰랑 흔들며 벼슬이 왔다
--- 「쌀바람」중에서

울지 않는 바다에 누가 갈 수 있을까
누가
숭어 떼 푸른 비늘에 써놓은
아카시아 꿀 같은 시(詩) 먹을 수 있을까

갯벌에 머리 박던 새가
새벽 몰아올 때까지
밤새 던진 비에 쓰러진 갈대들이
천천히 일어서기까지
울지 않는 갯벌에 누가 갈 수 있을까

가끔은 타인처럼 산다

조금 더 가까우면 가까울 수 있다면
눈이 시리도록 출렁이는 이별

사람 마을에 해마다 그리움이고 싶다
--- 「갯벌 풍류 5」중에서

‘태산(太山)은 한 움큼 흙도 거부하지 않았다
대하(大河) 또한 한 방울 물도 거부하지 않았다’

사마천의 말처럼
흙도 물도 거부하지 않은 갯벌
숨이 터지길 고대하며 열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 만나
현묘(玄妙)하게 일어나는 노두길

저 징검돌
한 발 한 발 디디며 걸어온 길
당신의 기억이 가장 아팠다
--- 「시인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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