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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인생

고요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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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134*200*20mm
ISBN13 9788998204761
ISBN10 899820476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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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너는 많은 욕심은 없었다. 좋은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책 읽으며 아주 고요한 삶을 영위하는 것, 엄마 돈을 몰래 훔쳐내는 아버지 없이, 단지 다르게 생겼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 때문에 따돌림 당하지 않고 교양 넘치는 식탁에서 따뜻한 밥을 먹는 것, 그 정도만 충족되면 더 바랄 게 없었다. (중략) 그래서 너는 네 현재의 삶에 자신이 붙었고 이상적인 가정의 친자녀와 진배없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네가 락스를 먹인 적 있는 연년생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의 네 인생은 누가 뭐라 해도 고요했다.
--- 「고요한 인생」 중에서

얘야. 나는 겁이 났다. 겁이 난다는 것은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이 있다는 얘기지. 잃을 것이 없는 사람한테 겁이란 있을 수 없을 테니까. 내게 소중한 것은 바로 너였다. 내 육신이 네게 거추장스런 존재가 될까 봐 나는 그것이 정말 겁이 났다. 너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떠났으며, 또한 네 기다림을 종식시켜주기 위해 돌아왔다. 다 너를 위해 그랬다.
--- 「아들」 중에서

언젠가는 도와야 해, 때가 되면 말이야. 우리 형제들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저러다 포기할 거야, 우리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헛된 소망을 단념하고 제 분수에 맞춰서 살 날이 올 거야, 제 팔자가 그런 걸 어떡해, 남들도 다 그렇게 사는데 저라고 못할 게 뭐람. 차마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내심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군요. 혹시 훗날 우리는, 우리를 마음 쓰이게 했던 어떤 인물 하나가 스스로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 홀가분하게 여기지나 않을까요. 그 생각을 하노라니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언니는 그녀 자신의 말처럼, 더 이상 죄 짓기 싫어서 이 세상을 하직했을 수도 있어요.
--- 「언니의 봄」 중에서

갑석은 송달수 씨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툭하면 소리 지르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송달수 씨가 싫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가장 혐오스러웠던 건 모친을 대하는 송달수 씨의 태도였다. 경제적 자립만이 집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겨서 송달수 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업계고교에 진학했다.
--- 「언더독」 중에서

“저는 크게 바라는 거 없어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 술이 용기를 부여해준 덕도 있지만 마음속 응어리를 털어놓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던 것이다. 아파트 벨을 눌러대는 낯선 방문객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찬란한 햇살 아래 드러누워 있는 자신이 싫었다. 아니 부끄러움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중략) 사내놈이 그러고 살고 싶으냐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이렇게라도 아내 옆에서 아이들 옆에서 살고 싶다. 살아내고 싶다. 눈물이, 투둑 떨어진다.
--- 「낮술」 중에서

결혼이야말로 최대의 희망이자 도피처였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기대와 상상과 희망을 갖게 만들었던지. 살아오는 동안 분에 넘치게 뭔가를 바란 적 없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 그것은 어린 시절부터 지녀온 명희의 소망이었다. 하지만 그, 대단치도 않은 바람조차 환상이었고 헛된 꿈이었음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은 지극히 짧았다. 잔인할 만큼이나.
--- 「아이 러브 유」 중에서

어쩌다 보니 아내도 얻지 못했고 따라서 귀여운 아이도 없다. 가족조차 만들지 못했는데 이제는 안부를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마저 없다! 이대로 변고가 생겨 죽는다 해도 쉬이 발견되지 못할 것이다. 남자도 한때는 친구가 있었으며 세상이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 업무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남자는 베란다에서도 자꾸만 전화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자신을 느껴야 했다. 벨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보면 전화기는 조용히 초기화면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진땀이 났다.
--- 「그 집 앞」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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