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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전쟁

공주전쟁

정애녹 | 동아 | 2013년 06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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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128*188*30mm
ISBN13 9791155110300
ISBN10 1155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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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루에서 함께 근무하는 현석과 종훈이 그득그득 끓인 국밥들을 배달 차량에 싣는 동안 설은 희경의 만류를 무시한 채 집기 상자를 들어 날랐다. 그녀가 움직이는 동작에 시선 몇 개가 쏟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탄성도 이어졌다.
“대박! 저걸 여자 혼자 들어 올렸어! 진짜 대단하다!”
“우와. 누나, 짱!”
어이. 뭐 그리 경악스러운 표정들을. 죽을 만큼 무거운 것도 아니구만.
“종훈아, 암만 봐도 설이 누나 정체가 수상하지 않냐? 혹시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인간형 로봇 같은 거 아냐?”
“아니면 우리 안 보는 데서 막 초록색으로 변하면서 옷을 찢는 다든가…….”
“헐! 야, 그건 한 번 보고 싶다.”
다 들린다, 인마들아!
설은 서로 쑥덕거리며 큭큭 거리는 동갑내기의 두 철가방 녀석들을 가늘게 노려보았다.
“한현석, 박종훈. 니들이 22년의 인생이 너무 기이이이일게 느껴졌던 모양이구나. 더 이상 살기 싫은가보지?”
음산한 협박에 현석과 종훈이 꽁지 빠져라 봉고차로 도망 가버렸다. 물론 그 와중에도 둘은 여전히 킬킬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고 말았다.
다행히 늦지 않은 시간에 급식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모여든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설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설이 희경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 상태로 라면 이백 그릇도 턱없이 모자라겠는데요. 그리고 일손도 부족할 것 같고……”
뜻밖에도 되돌아오는 희경의 목소리는 일말의 불안감도 없이 여상스럽기만 했다.
“괜찮아. 박 집사님이 동지라고 팥죽 좀 넉넉히 쒀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그것까지 한 술씩 나눠 먹으면 충분할거야. 그리고 좀 있음 고양이 손도 올 거니까.”
응? 뭔 손?
“어이, 야! 설이야. 이리 좀 와 본나.”
멀찌감치에서 부르는 소리에 주의는 금방 흐트러졌다. 괄괄하면서도 묘하게 한 톤쯤은 높은 목소리만으로도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이 생활이 고작 10개월 남짓이긴 해도 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몇몇 분들과는 이미 안면을 트고 친해진지 오래다.
“승용 아저씨.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그녀의 인사를 들은 척 만 척 한 채, 승용은 대뜸 신문지 조각을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어이, 설아. 이거 답이 뭐다냐? 가로 12번.”
피식 웃으며 설은 승용이 내민 신문을 받아들었다.
지적 장애 3급인 한승용은 약간의 기벽이 있었다. 특히나 십자말풀이에는 강박적일 정도라 하나라도 빈 칸이 남아 있으면 거의 미칠 지경이 되곤 했다. 보통 사람들이야 스마트 폰 터치 몇 번으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요즘이었지만 노숙자 쉼터를 터전삼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혜택이 가당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분야와 종류를 막론한 퍼즐들에 척척 답을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도 당연히 드물고. 덕분에 전에는 승용이 퍼즐을 주워오면 주변 사람들이 더 진저리를 치고는 했었다고 한다. 답을 알아낼 때까지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까지 하도 들볶았기 때문에.
우연찮게 몇 번 막혀있던 퍼즐의 답을 알려준 후로, 요즘 승용은 아예 그녀를 자동 답안지쯤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료 급식 날이 되면 이렇게 벼르고 벼른 문제들을 싸들고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가로 12번이라, ‘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으로 사소한 일에 크게 성내어 덤비는…….’이거 견문발검이에요.”
“그, 그래? 견문발검? 그럼 이쪽 거에 세로 7번, 이건?”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이건 쉽네요. 제제에요.”
“세로 23번은?”
“음, ‘금융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력이 큰 예측 불가능한 사건. 예로 일본지진이나 중동 내전 같은…….’이건 경제용어에요. 블랙 스완이라고 하죠.”
승용은 고맙다는 대꾸조차 없이 약간 사시 기운이 있는 눈동자를 번뜩이며 냉큼 답을 받아 적었다. 오히려 곁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노숙자 동료 김명학이 고개를 흔들며 헛웃음을 흘렸다.
“야, 설이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어떻게 물어보는 것마다 한 번 망설이지도 않고 그렇게 척척 답이 튀어나와?”
불시의 질문에 가슴이 뜨끔 했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척 하며 발랄하게 대꾸했다.
“그러게요. 저도 누가 그걸 좀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완전히 농담인 것만은 아니지. 내 입에서 자동으로 튀어나가는 대답들에 가장 놀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니까!
“혹시 백설이 너 알고 보니까 천재, 뭐 그런 거 아냐?”
“에이, 설마요. 알고 보니 승용 아저씨보다 한술 더 뜨는 십자말풀이 오타쿠였다……. 뭐, 그런 거라면 또 몰라도.”
그녀의 너스레에 주위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왁자하게 웃었다. 그리고 설 역시도 함께 웃었다. 비록 같은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릇을 챙기는 척 사람들로부터 등을 돌린 순간, 그녀의 얼굴 위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거품처럼 사라졌다.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에 대한 질문도 십자말풀이처럼 척척 대답이 튀어나온다면 얼마나 좋아? 이름은? 나이는? 사는 곳이랑 하던 일은? 젠장!
본격적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한 인파들에 급식소는 금방 북적거리기 시작했고 설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쏟아지는 일거리들 덕분에 딴 생각에 빠질 틈이 없었던 것이다. 뇌리 속에 진득하게 들러붙으려는 상념들을 가뿐히 걷어 차주며 그녀는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아무리 머릴 쥐어뜯어봤자 나오지 않을 대답들로 고민하느니, 그 시간에 한 사람이라도 더 대접하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무리지어 앉은 사람들 중에 낯익은 몇몇 사람들은 백옥루 식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거나 친근하게 안부를 묻기도 했다. 조금 잔인한 현실이라면 무료 급식의 실세가 기수와 희경임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백석영, 닥터 백이라는 사실이었다.
“왜 오늘은 아들이랑 같이 안 왔어요? 그 잘생긴 의사 아들.”
‘잘생긴’이란 수식어에 희경의 입이 귀에 가서 걸렸다.
“아휴. 오늘 석영이는 못 와요. 오프를 맞추지 못해서.”
“그래요?”
“왜요.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다리를 쬐까 다쳐서 좀 봐 달라 할까 하고…….”
“그래요? 그럼 석영이 이번 주에 계속 낮 근무라고 했으니까 이따 퇴근길에 쉼터로 한 번 들르라고 하죠 뭐.”
“아, 아닙니다요. 그렇게 심하게 아프거나 한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심하지 않을 때 의사한테 보여야지요. 그러다 심해지면 늦는 거라니까요? 쉼터 들르는 게 먼 길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염려 말고 가서 기다리고 계세요. 다른 편찮으신 분들도 있으심 함께 부르시고요.”
“병원 일만으로도 피곤하실 의사 선생님을 괜히 제가……. 이거, 죄송해서 어쩝니까요?”
“죄송하실 거 하나도 없어요! 어차피 석영이 그 녀석, 아직 변변한 여자 친구 하나도 없어서요, 시간도 체력도 남아 돌 거예요. 쓸데없이 일찍 들어와서 지 동생들이랑 투닥 거리느니 보람찬 일이라도 더 하라고 하죠, 뭐.”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온 희경과 사람들의 대화에 설은 큭큭 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불쌍한 닥터 백에게 심심한 위로를. 자주 놀러오는 수정 친구들의 반응으로 보건데 석영이 꽤나 인기인인 것은 확실했다. 들리는 말로는 DS종합병원의 신랑후보 10위 안에 꼽히곤 한다나.
그런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모친으로부터 ‘애인도 못 만들고 동생들이나 괴롭히는’ 철부지 10대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귓가를 울리는 호탕한 희경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설은 생각을 바꾸었다.
아니지. 아줌마라면 눈앞에 당사자가 서 있다고 해도 똑같이 이야기 하셨을 걸? 암만 봐도 백옥루 최강의 능력자는 아줌마라니까.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생각대로 움직이시잖아?”
그 순간 거짓말처럼 눈에 들어온 광경에 그녀는 그만 히쭉 웃어버리고 말았다. 꽤나 심술이 붙은 볼을 부풀린 채 수정이 주섬주섬 앞치마를 챙겨 입는 중이었다.
“저기 산 증인이 있구만. 크흡!”
설은 비로소 ‘고양이 손’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희경을 향해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가 시선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태연한 미소로 희경이 대답했다.
“당장 튀어오지 않으면 다음 달 용돈 몽땅 삭감해버린다고 했거든. 그러니 지가 안 오고 배겨?”
“아하.”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열심히 웃음을 삼켜야 했다.
사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협박이다. 수정이 사회생활 몇 년 차인데! 비록 월급의 일부를 여전히 엄마에게 맡기고는 있지만 그래도 용돈 운운하는 협박에 굴할 레벨은 백만 년 전 쯤에 지난 것이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수정이 여기에 온 것은 자기 의지라는 이야기였다. 말로야 싫다고 티격태격 했지만 혼자만 놀러가는 게 꽤나 마음에 걸렸던 것이겠지.
그 생각을 증명하듯, 불퉁한 표정과는 다르게 국밥을 담아내는 수정의 손길에는 다정함과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하하하.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들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기수와 희경, 그리고 수정을 비롯해 자원봉사에 여념이 없는 백옥루 식구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이 그녀의 입가를 저절로 둥글게 휘게 했다.

이름 - 백 설.
눈 오는 날 백 씨 집안에 주워진 업둥이 막내 딸.
무식하게 힘이 세고, 요상한 것들을 많이 알고 있지만 정작 ‘나’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신원미상, 정체불명의 여성체.
뭐, 온통 물음표 투성이인 인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딱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그녀는 이 엉뚱하고 터프하면서, 다정하기 그지없는 백옥루 사람들이 너무나 좋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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