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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직 상점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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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31쪽 | 390g | 134*200*30mm
ISBN13 9791155420010
ISBN10 11554200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직원들의 복지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건강 증진과 직원 상호 간에 친목을 돈독케 하기 위해 야구부와 탁구부 등 운동부를 결성하고 상점 간 경기를 개최했으며, 사계절마다 전체 직원 야유회도 가졌다. 이런 일련의 활동들은 직원들을 더욱 단결시키고 사기 진작에도 숨은 동력이 되었을 뿐더러, 박승직상점의 경영 이념인 ‘더불어 살아가는’ 인화정신이 뿌리내리는 바탕이 되었다. 승직은 이렇듯 안으로 참신한 기풍을 진작시키는 한편, 직물류의 가격과 수요 공급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정보 수집에도 힘을 기울였다. 면직물의 한번 거래량이 적게는 1만 원(현재 약 12억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현재 약 120억 원)에 이르러, 단 한 번의 실수만으로도 치명적인 손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p.20

1896년 6월 그믐날, 그토록 열망하던 박승직상점을 종로 배오개(지금의 종로 4가)에 연 이래 남몰래 조바심치지 않은 날이라곤 없었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에 의해 두 차례나 숨통을 조여 왔던 고비는 실로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악귀처럼 결사적으로 밀려드는 일본 상권의 침탈로 말미암아 한인 포목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을 ‘박가분’으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이어 비겁하게 자행된 일본의 기습적인 화폐 개혁으로 수백 년 동안이나 전통적으로 널리 유통 되어오던 한인 상계의 어음 거래를 한낱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을 땐, 그리하여 자금난이라는 올가미에 걸려들어 신음하고 있을 땐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주식회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 p.55

창립 당시 기린맥주는 1주당 액면가 50원(현재 약 500만 원)의 기명식 주권 6만 주를 발행했다. 단 두 명에 불과한 조선인 주주였던 그와 김연수는 많지도 않은 각기 200주씩을 소유했다. “이건 아무래도 내게 필요치 않을 것 같네. 그러니 아우가 갖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아.” 돌아오는 길에 승직은 기린맥주 주식을 그만 김연수에게 건넸다. 김연수가 한사코 거절하였지만 끝내 가방 안에 넣어 주고는 말았다. 다만 일제의 통제경제 아래 전면적인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포목의 판매가 침체의 늪에 빠지자, 경영 정상화의 일환으로 박승직상점 안에 기린맥주 대리점을 개설해 맥주의 위탁판매를 개시했다. 이땐 맥주 또한 포목과 마찬가지로 전면적인 배급제였는데, 기린맥주로부터 주 2회 공급을 받아 당일로 접객 업소와 맥주 도매상으로 출고하고 있었다.
--- p.145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장터 바닥은 만날 싱숭생숭했다. 도처에서 힘찬 기운과 신명난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넉살좋은 인정마저 짐벙졌다. 승직은 그러한 장터 풍경이 못내 좋았었다. 언제 와보아도 싱싱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운 송파 장터야말로 고단하고 누추하기만 한 농사일을 잠시 잊고서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만날 그렇고 그런 농사일이 아닌 또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달랐다. 장사는 절대로 안 된다는 아버지의 성화에 신관 사또 민영완(명성황후의 일족)을 따라나선 열일곱 살의 승직은, 하루 중 대부분을 해남 관아에서 보내야 했다. 신관 사또를 그림자와도 같이 바짝 붙어 다녀야 하는 ‘책실冊室’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곳 해남에서 첫사랑인 쌀녀를 만나고, 3년의 책실 생활이 끝날 무렵 그토록 원하던 상인이 되고자 종로로 오면서 그녀와 이별을 한다. 헤어지기 전 쌀녀가 전해준 세 가지 말늧을 가슴에 새기고 상인 박승직은 험난한 조선상계에 첫 발을 들여놓게 된다.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가려했고, 자신만의 원칙과 나름의 상략으로 서서히 거상의 면모를 갖춰가던 1896년, 마침내 박승직상점을 개점하기에 이른다. 이 때 종로 거리에 상점 왕 김만봉, 국제적 상인 장대경을 만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경쟁, 격동의 역사 속에서 어려운 난관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지만, 일본의 거대 자본이 조선에 유입되고 상권 침탈이 집요해지면서 한인 상인들의 어려움은 극해 달하고, 박승직상점도 위기를 맞게 된다. 고비의 순간, 박승직은 첫 번째 말늧 ‘박가분’을 성공시키며, 종로의 거상으로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한다.
그러던 어느날 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쌀녀’의 예기치 못한 등장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세 사람(박승직, 김만봉, 장대경)의 서로 다른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조선상계의 전쟁 같은 경쟁이 시작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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