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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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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시계공이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시계공이 아니다. 툭하면 연장을 내동댕이쳐 둔 채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오만상을 다 찡그려 보는 것이다. 항상 찡그린 얼굴만은 아니다. 더러는 미남으로 보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시계는 거울 속을 들여다보며 고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아버지는 연극 배우가 되고 싶은 거다. 어처구니없는 생각이다! 세상에는 시계를 고장 내놓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어서 아버지가 할 일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아버지 서랍 속에는 온갖 종류의 연장들이 가득 담겨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잘 해준다. 어머니는 자신이 요리를 잘 할 줄 모른다는 걸 인정한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완두콩 통조림을 아주 좋아하니까 문제 없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완두콩 위로 해가 지는 날이 많다. 아버지는 부족한 게 없을 만큼 행복하다. 그런데도 그게 아닌지 기어코 연극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인상을 쓰면서 표정을 짓는 게 우리들에겐 꽤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럴 때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그게 어디 점잖아 보이겠느냐고 어머니는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브장송에서 공부를 했고 졸업장도 받았다. --- pp.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