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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솔기는 여기

사랑의 솔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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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92g | 128*190*10mm
ISBN13 9788960906334
ISBN10 89609063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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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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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딘가에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이 너의 진정한 유언이다.
가족이나 연인이나 친구라는 존재도 훌륭하지만,
그건 제쳐두고, 네가 소중히 여기는 샴푸통이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큰 은행나무가,
죽은 너의 영혼을 감싸고,
그렇게 조개처럼 딱딱하게 닫힌다.
영원이 시작된다.
네가 눈을 깜박이듯, 매일 한순간 사랑했던 것들과 함께.
--- p.23 「진주의 시」중에서

우주의 끝에서 우리 집과 비슷한 조명기구가 자전하고 있다, 빛 주변에는, 먼지 같은 암석이 서로 부딪히며, 차차 커다란 별이 되어갔다. 우주 어딘가에 알몸의 지적 생물이 걸어 다니는 별이 있고, 그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어느 별에서는 인정해줄지도 모른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으리라. 우주의 끝에서는.
--- p.34 「방을 사다」중에서

당신이 태어난 의미를, 내가 만들 수 있을 리 만무하며, 이미 태어난 사람을 사랑하는 일 따위 불가능하다, 아침이 끝나고, 밤이 시작되는, 이 일련의 사건에 너의 이름을 장식하고 싶다.
--- p.49 「문학」중에서

아침에서는 빛의 냄새가 난다. 기껏 모아둔 것들이, 증발하여 세계의 모든 벽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산다는 게 모호해도 상관없잖아, 멋대로 아름답게 존재하는 풀과 구름이 있는데, 어째서 산다는 걸 기적이라 부르니.
--- p.54 「빛의 냄새」중에서

스쳐간 사람, 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사람, 같은 산소를 공유한 사람,
조금도 청결하지 않은 바다가, 산이, 햇살에 반짝여서,
우리는 덮어놓고 예쁘다고 중얼거린다.
괜찮아, 이 거리가 싫어도 살아갈 수 있어.
--- p.79 「언덕길의 시」중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한 광경은 모두 색을 띠고 있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하다못해, 녹아들고 싶다. 최악의 일과 너의 모든 상처에 녹아, 내가 살아날 때마다, 모조리 과거로 만들고 싶다.
--- p.84~85 「구형의 물체」중에서

방학이 되어 텅 빈 교실처럼 허전해진 그곳에, 작고 어린 새 한 마리 데려오는 기분으로, 당신은 서점에서 이 한 권의 시집을 손에 들었을까. 조용히 이 책을 집어 들고, 자기만의 외딴 방으로 돌아가는 당신에게. 우리의 소소하고 집요한 언어의 투쟁이, 마음속 횃불을 태우기 위한 장작이 되기를. 어쩌면 염증으로 벌어져 손상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상에, 한 뼘만큼의 사랑의 솔기가 되기를. 그리고 어느 계절이 좋은 밤에, 현실이든 꿈이든 그 어떤 곳에서, 시의 낭독으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를. 나는 바란다.
--- p.112 「옮긴이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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