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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겠지만

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겠지만

: 과거이기만 한 이름들에 부치는 스무 통의 편지

스무편지-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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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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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4g | 112*205*9mm
ISBN13 9791196553876
ISBN10 1196553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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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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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세계에서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나의 어떤 날을 즐겁게 회상하는 이가, 한때 내 것이었던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요. 죽은 사람 얘기는 하는 게 아니라며 정색하는 어른들을 본 적 있어요. 사자(死者)의 흔적을 샅샅이 지워내려고 사진이건 물건이건 남김없이 모두 태워버리고요.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영영 죽는 것 같잖아요. 또렷이 존재했던 삶마저도 없어지는 것 같잖아요.
--- p.9, 「아버지께」 중에서

어떤 순간은 애초에 기대된 적도 없으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그럴 때가 있잖아. 별생각 없이 어디론가 가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반가운 걸 발견할 때. 익숙하든 낯설든 우연히 발견한 반가움은 마치 오래전부터 내가 기다려온 존재라는 착각이 들어. 언제든 결국에는 나를 만나기로 되어있었다고,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고.
--- p.15, 「혜진에게」 중에서

꿈에서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네가 저기 서 있어도 나는 너를 시영아, 부르지 않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상할 게 없지. 우리는 그랬으니까. 나의 꿈은 무의미해서 너의 출현에 특별한 사유를 붙일 수는 없지만, 네가 나오는 간밤에서 깨어나면 얼마간은 너를 생각해.
--- p.24, 「시영에게」 중에서

습관처럼 내뱉던 미안하다는 말 뒤에는, 작은 눈을 더 가느다랗게 만들어 살며시 웃던 표정 뒤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너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예민한 귀로 세상을 꼬박꼬박 들으면서도 입으로 내뱉기는 차마 쑥스러워서 손으로 무언갈 적고 있을까. 아직 시를 쓰고 있을까.
--- p.96, 「미현에게」 중에서

편지를 쓰기 전 너와 너의 집을 골똘히 떠올려봤어. 그랬더니 어떤 냄새가 나더라. 너에게서, 너의 집에서 나던 냄새가 훅 끼치는 거야. 네 나풀거리는 단발머리에서 나던 따뜻한 비린내가. 그 냄새에 내 기억을 실어 보낼게. 너 아닌 모든 것에게.
--- p.119, 「미경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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