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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고구마처럼 살살 벗겨가며 읽으면 따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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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84쪽 | 240g | 127*188*8mm
ISBN13 9791189129620
ISBN10 1189129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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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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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밥을 먹기로 했다. 그것도 창원이 아닌 서울에서 말이다. 아버지는 내게 서울에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겼으니 목요일 저녁에 시간을 비워 놓으라 전화했다. 충격이었다. 남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일지 모르겠으나 내게 아버지의 연락은 특별했다.

나와 아버지의 사이는 어색하다. 서먹한 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나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없었다. 그냥 ‘무서운 사람’ 이였다. 매일 저녁 8시에는 아빠 숙제 검사시간이 있었다. 아빠 숙제란 매일 책을 읽은 후 적는 독후감 한 편과 그날의 일기를 적는 것이다. 지금도 책 한 권 읽으려면 한 달은 걸리는 내가 아빠 숙제를 제대로 했을 리 없었다. 간혹 엄마의 간절한 부탁으로 숙제를 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내 숙제는 언제나 틀린 글자와 악필로 도배되었기에 손바닥을 맞은 날이 맞지 않는 날보다 두 배는 많았다.

중학교 진학 후 아빠는 나에게 더 이상 매를 들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빠’라는 존재를 기억한다. 하지만 아빠는 무서웠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나에게 아빠는 넘어야 할 산이었다. 컴퓨터에 그 흔한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는 아빠의 게임 다운로드 금지라는 산을 넘어야 했고, 당시 유행하는 샤기컷이라는 헤어스타일을 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컷을 고집하는 아빠라는 산을 넘어야 했다. 그렇다고 아빠는 쉽게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이 아니었다. 몇 날 며칠을 힘들게 오르고 힘들어 눈물을 흘려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산이었다. 정석과 FM 스타일의 아빠는 변화와 도전의 대명사인 나와 항상 갈등이었다. 이는 자연스레 대학 진학 후에도 이어져 왔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이 왔다. 아버지가 서울로 출장을 온 것도 몇 달이 지난 후에 엄마한테 전해 들었었는데 아버지 번호로 직접 문자가 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달력에 ‘아버지와 저녁’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날이 된 아침, 나는 얼마 전에 산 ‘뉴 발란스’ 메이커 티와 바지를 세트로 챙겨 입고 고시원을 나왔다.

약속 시각은 오후 7시였다. 아버지는 회사 일을 끝내고, 나는 학교 수업과 학생회 회의를 끝내고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3시쯤 되었을까, 아버지에게 메시지가 한 통 왔다. 회사 일이 일찍 끝났는데 5시에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회의를 뺄 수 없었던 나는 일곱 시가 되어야 나갈 수 있다 답장했고, 당연히 아버지가 서울 구경도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다 오겠거니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아버지가 학교 앞에서 다섯 시부터 기다렸다는 사실을 엄마를 통해 들은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은 없었지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두 시간이나 차에서 기다린 아버지의 기분이 마냥 좋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문으로 향하는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내 머릿속은 갖가지 상념들로 가득 찼다. 학교 정문에 아버지 차가 보였다. 차 손잡이를 무겁게 열고 자리에 앉았다.

“왔나.” 아버지가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아버지의 기분은 괜찮아 보였다. 그러나 어색함은 여전했다. 간단한 안부 인사가 끝나자 차 안엔 다시 차가운 침묵이 흘렀다. 나는 재빨리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해 주위를 살폈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손목에 있는 시계를 발견했다. 무거운 시계는 불편하다며 항상 스포츠용 시계만 끼던 아버지가 나름 값비싸 보이는 메탈 시계를 끼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빠 시계 샀네요.”

“왜 좋아 보이나?”
그리고는 슬쩍 시계를 풀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껴봐라.”

역시 아버지의 손목은 컸다.

“커요.”라고 말하며 시계를 다시 풀려고 하는데
“시계방 가서 줄여서 니 써라.”라고 아버지가 말했다.

(...)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가는 차 안이었다. 나는 학교 앞에서 내려달라고 해 집에 걸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문득 지금 어디서 사냐고 물었다. 그리곤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다음에 오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한번 가보자고 하신다. 집에 아버지가 보면 안 될 것이 있어서가 아니다. 부끄러웠다. 지방 국립대학교에 진학하라고 했던 아버지에게 등록금만 내달라고 알아서 서울에서 잘 살겠다고 큰소리치며 상경한 내가 한 명도 들어가기 벅찬 고시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싫었다. 또 한편 집을 하나도 치우지 않고 온 터라 항상 집의 정리 정돈의 중요성을 말하는 아버지에게 혼나는 것이 싫기도 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했다. ‘아빠가 실망하면 어쩌지.’ ‘아, 집 안 치우고 나왔는데…….` 아버지의 차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차는 이미 고시원 건물 앞에 도착했고. 아버지와 나는 건물의 뒤로 돌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걸어간 후 그렇게 반지하의 작은 방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신발을 벗고 내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히 10초 후 방을 나왔다.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딱 10초 동안만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10초면 방을 다 살펴보기 충분했던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10초 이상 있기 싫은 방이었을까 아버지는 다시 신발을 챙겨 신고 문을 나섰다. 나는 아버지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걸었다. 계단의 절반쯤 지났을까 아버지는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나오지 마라”라고 말하며 지갑에서 십만 원을 꺼내 손에 쥐여 주셨다. 그리고 다시 차를 타고 갈 길을 가셨다.

나는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시계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예전의 무서운 아버지가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바라고 꿈꿔 왔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런데 슬펐다. 나는 아버지께 서울에 왔는데 내 집에서 자고 가세요 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고, 그렇다고 집에 온 아버지께 마시라고 줄 음료 한 잔도 없었다. 그냥 난 그렇게 아버지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시계만 보고 있었다.
--- p.17, 「아빠의 시계(성북구청 문예작품공모 수필 우수상 수상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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