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왜 넌 가끔 실수를 저지르면 안 되는 거니, 다른 사람들처럼?”
“왜냐하면 나는 마법사여야 하니까!”
할리아는 두 손을 허리춤에 올려놓았다.
“그렇다면 좋아, 위대한 마법사, 왜 내게 중요한 걸 말해주지 않는 거니? 우리가 어떻게 귀니아를 되찾을 수 있는가 같은 것 말이야. 귀니아가 안달복달하다 죽기 전에, 또는 나를 찾느라 사방팔방 다 뒤지고 다니기 전에 말이야.”
“음, 도약을 하면 모를까…….”
“싫어!”
“안 그러면 우리는 걸어야 해. 여기 이 다정한 친구와 함께 말이야.”
나는 삼각건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고는 손을 얼른 치웠다. 발톱 하나가 거의 나를 찌를 뻔했으니까.
옆쪽의 오래된 백향목으로 돌아서며, 나는 깊숙하게 홈이 파인 나무 둥치에 손을 올려놓았다. 달콤한 송진 냄새가 밀려왔다. 나무껍질 밑으로 송진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너를, 그리고 이곳을 도와줄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늙은 나무야. 하지만 시간이 없구나.”
내 머리 위의 나뭇가지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말라빠진 솔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나는 할리아를 흘끗 바라보았다. 할리아는 벌써 숲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비스듬하게 비추는 오후의 햇살이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다시 한 번 나무껍질에 손바닥을 꾹 누르며 속삭였다.
“언젠가, 아마, 다시 돌아올 거야.”
--- pp.71~72
“제발, 이제, 여름의 대지로 돌아가자. 우리 사슴 종족한테로, 귀니아한테로. 귀니아가 지금쯤 엄청 화가 나 있을 거야.”
나는 대답 대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늪지대로 시선을 돌렸다. 늪지는 지평선까지 쭉 펼쳐져 있었다. 내 생각을 읽고, 할리아가 고집을 부렸다.
“네가 도와줄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중에, 더 많은 걸 알고 나서 해도 되잖아? 우리 종족의 어른들이 늪지에 관한 뭔가 유용한 이야기를 네게 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카이르프레도 있잖아? 분명 카이르프레가 네게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야.”
나는 늪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렸다.
“카이르프레는 그럴 수 있을 거야, 맞는 말이야.”
“게다가, 젊은 매, 넌 저 늪지대에 들어갈 수 없어. 누구도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나는 할리아를 향해 느릿느릿 몸을 돌렸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저 늪지대에 끌리는 거지? 마치 내가 저기서 추방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도대체 저 늪지대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걸까?”
--- pp.106~107
고리는 내 몸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고리가 녹아들며 살갗을 통과해 갈비뼈 사이로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 리가 내 심장을 향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 힘을 끌어 모아 그것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기진맥진했기에, 더 이상 힘을 모을 수 없었다. 내가 느낀 마법이 무엇이든, 내가 주문으로 불러낸 바람보다 더 빨리 나에게서 즉각 빠져나갔다. 나는 움직이는 고리를 멈출 수 없었다. 그 속도를 줄일 수도 없었다. 나는 두려웠다. 그러는 내내, 나는 그것이 내 몸 안으로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할리아를 바라보았다. 할리아의 놀란 눈동자에 내 모습이 그대로 비쳤다.
“이게 뭔지 알아?”
“내 생각에…… 그건 우리 아버지가 ‘피의 올가미’라고 부르던 그것 같아.”
엑터는 내 가슴 위로 몸을 숙인 채, 숨죽였다. 진흙이 잔뜩 묻은 곱슬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피의 올가미. 그 단어만 듣고도 나는 공포가 밀려왔다. 나는 엉덩이 쪽으로 돌아간 가죽 주머니로 손을 뻗어 그걸 두드리며 말했다.
“내 치유의 약초가…… 도움이 될까?”
할리아가 고개를 기울였다.
“아니. 피의 올가미는, 일단 네 몸 안으로 들어가면 재빨리 움직여. 멈출 방법은 없어. 그것이 마침내 네 가슴 안쪽까지 들어가면, 네 심장을 감싸 단단히 조일 거야. 결국은…….”
할리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내 심장이…… 둘로 쪼개진다고?”
--- pp.158~159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는 할리아의 눈을, 그러고는 열쇠를 들여다보았다. 마침 내, 나는 내가 파괴해야 할 주문에 집중했다.
갑작스레, 나는 열쇠를 돌려 늪지 유령들을 겨누었다. 니뮤에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니뮤에가 뭔가를 더 하기 전에, 나는 열쇠를 돌렸다.
즉각, 새로운 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묵직한 쇠사슬이 끊어지며 땅에 쨍그랑 떨어지는 소리. 늪지 유령들이 환호하며 어른어른 춤을 추었다. 그 소리가 지옥에서 나오는 굉음을 꿀꺽 집어삼켰다. 동시에, 늪지 유령 중 일부가 활, 화살, 칼을 불꽃 속으로 내동댕이쳤다. 불꽃이 더 높이 솟구치며, 무기를 집어삼키면서 탁탁 식식 소리를 냈다. 그러는 사 이, 늪지 유령들이 물안개로 녹아들었다. 니뮤에의 주문에서 영원히 자유로워졌다. 니뮤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가 어떻게 감히? 나한테 아직 저것들이 필요하단 말이야! 난 저들 에 대해 더 많은 계획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 저것들은 자유롭게 떠돌아다녀, 내 힘을 갖고서!”
불현듯, 니뮤에의 분노가 사라졌다. 수수께끼 같은 미소가 얼굴 전체에 퍼졌다.
“일이 이렇게 되었군. 하지만 내 말 명심해, 애송이 마법사. 나를 해치려 하면, 너는 너 자신을 망치게 될 뿐이라고! 아, 그래! 네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지독하게 말이야.”
--- pp.223~224
“이런 말을 해서 애석하지만, 이제 자네가 가야 할 시간이네.”
나는 노인의 고뇌에 찬 이마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뭐가 잘못 됐나요?”
“할리아, 할리아가 위험해. 몹시 위험하다네.”
노인이 속삭였다. 노인은 움츠러들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럼 빨리 저를 돌려보내주세요.”
“노력해보겠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왜냐하면 그곳에 제때 가기 위해서는, 자네는 거울의 살아 있는 안개 속으로 다시 돌아가서, 거기서 무엇을 발견하든, 그것과 대결해야 하거든.”
노인이 앉아 있던 나무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오며 대답했다.
내 두 다리가 마치 너도밤나무처럼 바닥에 착 달라붙은 느낌이었다.
“안개라고요? 저는…… 저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그 얼굴들, 당신은 그 얼굴들이 어떤지 몰라요.”
“아, 나도 안다네.”
노인은 내 지팡이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지팡이가 내 옆으로 가까이 날아왔다. 망설이며 나는 지팡이를 움켜쥐고, 지팡이 끝을 돌바닥에 내려놓았다. 동시에, 내 그림자가 지팡이 그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기라도 한 듯 물러났다.
“그 얼굴들은, 이번에도 역시 무시무시할 걸세. 어쩌면, 훨씬 더 무시 무시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오직 자네만이, 그 얼굴들 사이에서 자네의 길을 찾을 수 있어. 오직 자네만이.”
--- pp.299~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