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00년경에 유클리드는 『원론(Elements)』이라는 제목을 가진, 기하학에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할 만한 글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우리가 학생 때 배웠던 기하학에 토대를 제공했지요. 예를 들어, 점과 선이 서로 교차하면서 형태를 빚어내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우리가 손바느질을 할 때에도 의식하진 못하지만 기하학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지런한 스트레이트 스티치를 따라 솔기나 진동선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실을 꿴 바늘이 천을 통과해 나오면 점들이 생겨나고, 이 점들이 연결되면서 선이 만들어지죠. 바느질에도 기하학이 깃들어 있는 셈입니다. 아니, 겁먹진 마세요. 이 책은 유클리드 『원론』이나 그의 기하학에 관한 논문이 전혀 아니니까요. 다만 바느질을 자아내는 기하학을 향한 저만의 러브레터랄까요.
---「시작에 앞서」중에서
어린 시절에 바느질과 자수를 접하면서 네모난 모양의 마분지 카드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마분지 카드에는 색색의 사진들과 인형, 꽃, 나무 같은 모양들 주위에 바느질을 할 수 있게 구멍이 뚫려 있었죠. … 몇 년 전에 문득, 마분지 카드와 비슷한 무언가를 사용해서 바느질을 보다 쉽게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 실린 스티치 도안들을 가만히 보면 그저 하나, 둘, 셋 혹은 넷 이상의 평행선들을 따라서 바늘땀의 형태가 반복된다는 걸 알 수 있죠. 등거리에 놓인 점들과 평행선들로 이루어진 도안을 따라 하다 보면 아주 복잡해 보이는 것들이 사실 ‘숫자로 하는 바느질’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CHAP.1 색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바느질과 자수」중에서
이 책에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스티치 카드 두 장이 들어 있습니다. 거기엔 스퀘어, 다이아몬드, 두 가지 직사각형, 더블 트라이앵글, 9점 스퀘어, 동심원형 등 일곱 가지 모양의 그리드가 담겨 있죠. 이 그리드들을 활용해서 바느질의 모양과 크기를 정할 수 있습니다. … 스티치 카드에 구멍을 내서 거기에 직접 바느질하며 연습할 수도 있고, 원단에 대고 옮겨 그려서 사용해도 좋습니다. 각 그리드는 스몰(점 간격 3mm), 미디엄(점 간격 6mm), 라지(점 간격 12mm), 이렇게 세 가지 비율로 담았습니다. 그러니 작품에 따라 맞는 크기를 골라 사용해주세요. 이 카드를 써서 새로운 스티치를 배우거나 좋아하던 스티치를 완벽하게 익혀보세요.
---「CHAP.1 색다른 방식으로 배우는 바느질과 자수」중에서
작업에 따라 적절한 바늘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바늘은 펜이나 연필과 비슷해요. 펜의 크기에 따라, 혹은 펜이냐 연필이냐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지듯이 바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늘의 사이즈와 형태를 바꾸면 바느질의 느낌도 달라집니다. 이제 코튼저지나 중간 무게의 직물 원단을 바느질할 때 많이 쓰는 바늘을 소개할게요. 작업에 따라 어떤 형태의 바늘이 적합한지는 이미 알고 있을 거예요. 또 비슷한 바늘이라도 제조업체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르지요. 우리의 경우, 일반적인 바느질이나 자수에는 밀리너(Milliner) 6호 바늘을 사용하지만 크레탄 스티치(82쪽)나 루프 스티치(53쪽)같이 정밀한 작업에는 9호를 씁니다. 자신의 손과 자수 스타일에 맞는 바늘을 발견하면 바로 쓸 수 있게 잘 정리해두세요. 특정 스타일에 적합한 바늘을 찾으면 메모해두고요. 작업하기 전에 원하는 대로 바느질이 되는지 자투리 원단에 테스트해보기 바랍니다.
---「CHAP.2 애정하는 바느질 도구」중에서
실에 바늘을 꿰었다면, 실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놓고 제조 과정에서 생긴 과도한 장력을 풀어줍니다. 이렇게 실을 문지르면 손가락의 천연기름이 코팅 작용을 해서 실이 더 부드러워져요. 마치 두 가닥의 실이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운동을 하는 셈이죠. 실을 공들여 길들일수록 바느질 작업도 더 수월해진답니다. 우린 이 과정을 ‘실 사랑하기(loving your thread)’라고 부릅니다. … 디자인 면에서도 매듭은 중요합니다. 여기엔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데이지(Daisy, 30쪽) 원단이나 오른쪽에 보이는 앨라배마 퍼(Alabama Fur) 원단과 같이 천의 앞면에서 장식 요소가 되는 매듭들입니다. 많은 매듭들이 한데 모이면 텍스처와 층위를 더해가며 또 다른 디자인 효과를 자아냅니다. 두 번째는 원단 뒷면에 자리하는 매듭들입니다. 이 매듭들은 깔끔한 마감 상태와 직결되고 스티치 작업이 단정해 보이도록 합니다.
---「CHAP.3 기본 스티치」중에서
스팽글은 모양이나 크기가 다양하고 색상도 다채롭습니다. 또 단독 스티치나 한 줄 혹은 여러 줄 스티치에 곁들일 수 있죠. 이 페이지에 스팽글을 부착하는 몇 가지 간단한 방법들이 있습니다. … 채우려는 공간에 따라 줄을 맞춰가며 순차적으로 스팽글을 붙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입니다. 다양한 크기의 스팽글을 조합하면 독특한 텍스처와 형태를 자아낼 수 있습니다. … 우리는 각종 스티치에 비즈와 스팽글을 더해서 아모르 비즈 장식을 넣곤 합니다. 목선이나 단 끝에 장식하면 특히 아름답죠. 아모르 비즈로 직선이나 곡선 형태를 채우기도 합니다.
---「CHAP.4 고급 스티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