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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공화국

경쟁 공화국

: 믿을 건 나 하나뿐인 각자도생 시대, 잘 살기 경쟁만이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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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456g | 153*225*20mm
ISBN13 9788955866247
ISBN10 895586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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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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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게 상식이었다. … 하지만 이제는 무심코 기쁨을 나누었더니 시기하고 질투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게다가 슬프거나 아픈 일을 이야기하고 나면 주변으로부터 진정 공감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뭔가 모자라는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그 까닭은 ‘우리’가 사라지고 오로지 ‘나’만 남았기 때문이다. 제각기 자기 살길만 찾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 두레나 품앗이 등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잔치를 열며 더불어 살던, 물 좋고 인심 좋던 시절은 어디로 가고 각자도생만 남았는가?
--- p.21~22

결국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는 논리는 진정 자유로운 사람의 논리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 내지 ‘강제된 자유’를 내면화한 자들의 논리다. 진정 자유로운 사람의 논리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이다. 협동을 통해 상호 발전과 삶의 고양이 이뤄질 때,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가 제대로 발전한다. 이런 면에서 앞에서 말하는 ‘발전’이란 게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 p.49~50

우분투, 바로 이 원리다. 이 말은 아프리카의 반투족, 코사족, 줄루족 등 수백 개 부족이 쓰는 말이다. 한마디로 공동체 정신이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부족 마을 아이들은 ‘선착순 게임’을 그대로 하기보다는, 일단 그에 참여하되 그 원리를 자기들 방식으로 고양시켜 버렸다. 비록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강자가 정한 규칙을 따르는 척하며 그걸 자기들 방식으로 우회하는 것, 이걸 통해 강자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
--- p.72

요컨대 지구는 둥글지만 사회가 작동하는 구조는 피라미드인데, 아래쪽 사람들이 느끼는 열등감만이 아니라 위쪽 사람들이 느끼는 우월감도 경쟁이라는 구도 속에 정당화되고 만다. 여기서 역설적인 것은, 하층부만이 아니라 상층부조차 이 경쟁 구도가 만들어 내는 우열 의식으로 인해 인간성 소외가 일어나, 그 내면에서 심한 고통에 시달린다는 점! 이 역시, ‘인간 해방’이 필요한 이유다.
--- p.119

무엇이 문제인가? 결코 한국인들이 게으르거나 ‘멘탈’이 문제라서 그런 건 아니다. 정치경제적 사회구조가 문제다. 그것은 다시 말하지만 무한경쟁을 기본으로 하여 이윤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교육과 노동시장, 정치행정과 법제도 등은 모두 이 경쟁과 이윤의 자본 시스템을 뒷받침해 왔다.
--- p.149

원래 자본의 입장에서 경쟁이란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였다. 인간 입장에서 경쟁은 인간 ‘외적’인 것이었다. 그것도 외적 강제. 이 외적 강제가 인간 DNA 속으로 침투한 것, 이것이 경쟁의 내면화다. 그 결과 마치 경쟁이 인간 존재의 조건인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이제 경쟁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게 되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경쟁 메커니즘 안에서 부단히 위로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일 뿐. 그것도 타자를 발로 짓밟고 올라가건, 팔꿈치로 밀어제치면서 올라가건 상관없다. 목표는 오로지 꼭대기! 최소한 그 부근에라도 가야지만 살아남는다.
--- p.152

2018년에 나온 ‘서울대 학생복지 보고서’에 따르면, ‘목숨 걸고’ 들어간 서울대에서 그 재학생들은 2명 중 1명꼴로 우울증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SKY’에 다니는 학생들은 진정 행복하거나 눈에 빛이 날 듯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일반적인 기대를 배반한다. 자기 삶의 주인이 아니면 결국 병든다! 〈SKY 캐슬〉이 말하는 것이다. 실은 부모와 아이들이 ‘목숨’을 걸 때부터 불행은 예고된다. 왜냐하면 정작 걸어야 하는 것은 목숨이 아니라 자기만의 꿈이기 때문이다.
--- p.173

가치비판 학파의 입장 속에는 자본이 이윤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이 역설적으로 자본을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다는 통찰이 깃들어 있다. 왜냐하면 자본 간 경쟁에는 필연적으로 인사조직 혁신 및 기술혁신 경쟁이 포함되며, 이는 결국 상품생산에 들어가는 인간 노동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단위 상품당 포함되는 인간 노동의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자본의 가치 축적은 갈수록 한계에 봉착한다. 인간 노동에 기초한 경쟁과 이윤을 축으로 하는 자본의 시스템이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은 까닭이다.
--- p.204

만일 노동운동, 시민운동, 여성운동, 청년운동이 이 사회의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면, 현재 자본의 가치 범주(자본, 상품, 화폐, 노동)에 근거하여 작동하는 삶의 방식 전반에 ‘비상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일단 멈추어 서야 한다. 마치 노동 과정에서 옆 동료가 기계에 끼어 죽기 직전일 때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듯, 삶의 과정에서 사람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고통을 당하며 쓰레기(잉여)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일단 멈추고 다시 생각하자. 다시 논의하자. 어떻게 살아야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인지?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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