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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430g | 140*210*20mm
ISBN13 9788943103927
ISBN10 894310392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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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우영창
1956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났다. 배재고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해 경제 및 산업 분석에 지점 영업을 두루 거쳤다. 1985년 「판」과 계간 「현대시세계」 로 시 등단, 시집으로 「구미시 이번도로」「사실의 실체」가 있다. 2008년 제 1화 「문학의 문학」 장편 공모에 젊은 여성의 야심과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하늘다리」가 당선되었고 2010년에는 변두리 서민의 일장춘몽을 그린 「성자 셰익스피어」를 펴냈다. 장편동화로 「11번째 고양이」가 있다. 단문, 복문에 모두 능하며, 타고난 감성에 핵심을 파고드는 문장을 구사한다. '더 월'에서는 밀도 높은 문장과 과감한 묘사, 허를 지르는 유머에 산문과 시의 경계를 허무는 문체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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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번 돈으로 뭘 샀소?”
“리볼보.”
자전거가 출발했다. 햇살을 반사하는 은빛 바퀴살이 서서히 회전을 높이고 있다. 보랏빛 유니폼, 신경준은 앞에서 세 번째다. 결승 두 바퀴를 남기고 리드하던 유도원의 자전거가 옆으로 빠진다. 시작이다. 사람들이 모두 일어서 있다.
“그걸로 뭘 했소?”
용도를 묻기에 적기다. 베팅꾼들의 함성이 더 커졌다.
“뭘 하겠어요? 머리 아니면 심장이죠.”
거짓말, 권총 살인은 흔한 게 아니다. 여자 킬러는 시네마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없다.

- “여기 얼마에요?”
낭랑한 여자의 목소리에 시주는 고개를 들었다. 여자는 30대 후반으로 보였고 뒤에 40대 사내와 10살 가량 된 사내아이가 서 있었다. 시주는 주문 장부를 들여다보았다.
“이만 삼천 원입니다. 콜라 한 병은 뺐습니다.”
“어머, 고마워요. 지수야 맛있었지?”
“응.”
사내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봐, 돈이 이렇게 좋은 거야.”
여자가 남자를 돌아보며 말했다. 남자는 얼굴이 붉어진 채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의아한 얼굴이었다.

- “그 양반이 죽은 건 알고 있소?”
“국민의 사분의 일은 알고 있죠.”
“그가 그날 밤의 사건에 얼마나 흥미를 가졌던지 아예 탐정사무소를 차리려 했다는 것도 알고 있소?”
“탐정으로선 나이가 많지 않나요?”
“그는 법은 알아도 상식은 없는 인간이오. 엄청난 돈 냄새 앞에서 이성을 잃은 거지. 피 냄새를 맡은 굶주린 흡혈귀와 다를 바 없었다고 보면 되오. 그러니 심장이 지나치게 뛴 거요. 무료법률상담의 가면을 벗어던지자마자 해일처럼 밀려오는 행복감 속에서 세상을 뜬 거 아니겠소?”

- 전문가일수록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거리에서 반찬값을 흥정하다가 돌아서서 사람을 해치웠다. 그러곤 노모를 모시고 식당에 가거나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갔다. 특별한 경우지만 살인 후 여자가 되어 애교를 떠는 대가로 창녀에게 돈을 지불하는 대원이 있었다. 그는 남장한 창녀에게 뺨을 얻어맞고 눈물을 흘리면서 피로 물든 심장을 정화시켰다. 그와 한 조가 되어 일했을 때 소야는 흐느끼는 그를 가슴에 안았다.

- “우린 보다 큰 기업, 다국적 기업을 원하오. 최소한 10억 달러의 이익이 목표요. 이런 사소한 거래는 지나치게 번거롭고 신경을 분산시켜요. 이익이 난다 하더라도 기회를 놓친 대가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이오. 내 나이 50을 넘었소. 잔돈푼에 많은 시간을 낭비할 순 없소.”
피터 씨의 변덕은 예상한 바였다. 그것이 상대를 떠보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의 당초 꿈은 10억 달러 클럽 가입이 맞다. 그 당찬 꿈과 별개로 당면한 요구는 오늘 밤의 몇 시간이다.

- 기름에 초벌한 닭들이, 오후의 햇볕을 반사하는 철판에 2열로 깔려 있었다. 그렇게, 부분별로 뜯겨나가기 직전의, 기름칠된 통닭의 벌거벗은 육신이 내뿜는 통통한 슬픔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어떤 존재들은 죽음 후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두 다리를 조용히 든 채 또는 쓰러지면서 동료의 옆구리에 잘린 목을 기대고.
소야는 가게 안을 슬쩍 들여다봤지만 김시주의 흔적은 없었다. 여긴 이제 그의 일터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이 들이닥치면 끓는 닭기름이 통째로 바닥에 쏟아질 것이다.

- 피터 씨의 소망대로 20억 달러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본격 의논하는 건 모레쯤일 거다. 우리 측 제안은 과감하고 매혹적이다. 자금은 중국을 돌아 유가 선물시장을 거쳐 깨끗한 달러로 최종 협상장에 놓일 것이다. 지분 참여 성격을 띤 이 프로젝트로 피터 씨는 돈을, 우리는 돈과 돈 이상을 원한다. 이번 일이 브라질의 저 악명 높은 군수그룹의 레이다망에 포착되면, 그들은 날 땅에 파묻어 버리고 싶어 하겠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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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월]은 우리 문학이 비로소 세계적 시야와 문장을 확보했다는 걸 보여주는 쾌거다. 모든 종류의 ‘금지’를 금지하는 작가의 상상력은 본격소설과 장르소설의 칸막이를 해체하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괴물이 된 금융자본에 거침없이 도전하고 있다.
방현석 (소설가,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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