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태음조위탕: 태음인 한자의 기본방
[처방]
의이인, 건율 각 3돈
나복자 2돈
오미자, 맥문동, 석창포, 길경, 마황 각 1돈
오늘은 드디어 태음인 처방입니다. 태음인 처방집의 첫머리는 태음조위탕입니다. 첫 번째로 나온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태음조위탕은 쉽습니다. 태음인의 위장을 조절한다는 처방의 목표가 이름에 고스란히 나오잖아요. 병증론에서도 식후비만食後?滿에 쓴다, 즉 밥 먹고 속이 더부룩할 때 쓴다고 딱 밝혀놨습니다(8b-26).
그럼 끝? 어허, 임상이 그리 만만하던가요. 명의 소리를 들으려면 여기서 하나 더 알아야 할 포인트가 있지요. 바로 한자寒者에게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 처방에 들어 있는 약물의 성질은 온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자, 열자 많이 들어보셨죠? 한자, 열자에는 어느 정도 타고난다는 선천성이 내포되어 있어요. 무슨 말이냐? 날 때부터 체질이 구분되듯 한자, 열자도 타고나서 평생 잘 변하지 않는다는 개념이 들어 있다는 거죠. 그래서 한때 한태음인, 열태음인 이렇게 대놓고 부르기도 했지요. 암튼 이런 개념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요?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 병증론을 한열로 구분했지만 이 정도까지 생각한 건 아니거든요.
혹시 이현재라고 들어보셨나요? 한국의 사상의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1940년대부터 사상의학에 헌신했던 인물인데, 서울 한복판에서 “사상의학회”를 만들어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이 사상의학회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금의 “사상체질의학회”가 만들어지기도 했지요. 이 이현재의 사상론 중에 중요한 내용이 바로 한열을 엄격히 구분하여 임상에 적용한다는 점입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서 거의 변치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요. 여기서 부회장을 하며 열심히 사상의학 전파에 헌신한 인물이 권도원이라는 사실. 지금의 8체질의학이 사상의학에서 출발하여 선천적인 8체질을 말하게 된 뿌리도 알고 보면 이현재의 정신을 물려받은 거라 할 수 있어요.
암튼 이후로 북한(정확히는 연변)에서는 김구익이, 남한에서는 김주가 이러한 한자, 열자 개념을 열렬히 주창했습니다. 현재는 김주에게 배운 류주열이 대표 주자라 할 수 있겠지요? 지금도 많은 사상의들이 한자, 열자 개념을 추종하고 있는데요, 저도 그렇습니다. 물론 저는 선천성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경향성으로 파악해요.
우리가 이런 개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 처방이 한과 열의 개념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특히 앞으로 보시게 될 태음인 처방이 더욱 그렇습니다. 같은 병증에도 한, 열에 따라 처방을 따로 만들어놓았어요. 그러니 우리는 어떻게든 한열을 구분해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됩니다.
[한자寒者, 열자熱者란?]
체질이 타고나듯 내 몸의 한성, 열성도 타고나서 평생 잘 변치 않는다는 개념입니다. 1940년대 활발히 활동한 이현재가 적극적으로 주장했으며 이후 김구익, 김주, 류주열 등의 사상의가 계승하였습니다. 권도원의 8체질론 역시 이현재의 한자, 열자론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전설 따라 삼천리를 약간 했는데요, 그러면 한자, 열자를 어떻게 구분하느냐? 많은 임상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참 쉽지가 않아요. 어떤 분은 체질 구분하는 거보다 한열 구분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씀하실 정도니까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많이들 하시지만, 그게 막상 적용하기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임상에서 활용하는 팁을 말씀드릴게요. 안준철 원장님이 개발한 방법인데, 태음인의 경우 대변을 확인해봅니다. 대변을 하루라도 거른 적이 있다 그러면 열자로 본다는 거죠. 그런데 살면서 단 한 번도 대변을 거르지 않았다는 사람이 종종 있어요. 없을 거 같죠? 진짜 있습니다. 그것도 자주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거르긴커녕 오히려 두세 번도 본다고 푸념을 하세요. 이런 사람이 전형적인 태음인 한자에 속하지요.
[원포인트]
태음인의 경우 살면서 대변을 하루라도 거른 적이 있으면 열자, 없으면 한자로 봅니다.
물론 안 원장님의 방법은 100%짜리가 아니라 한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누가 임상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아서 공부하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사상임상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매우 쉽고 유용한 툴이 될 것입니다. 이런 내용이 마냥 안 원장님의 주장은 아니고요, 사실 동무공도 말씀하신 부분이에요. 태음인의 경우 대변으로 한열을 구분한 내용이 또렷이 남아 있지요(8a-9가 대표적). 변이 무르면 의이인, 건율을, 변이 되면 갈근을 쓰라고 했습니다.
[태음인 한자와 목음체질]
8체질에서 목음체질의 특징은 대장이 짧다는 건데요, 그래서 똥을 오래 보관하지 못하고 바로바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화장실에서 장을 비우고 온다는 거지요. 태음인 한자와 상당히 겹치지요? 참 재미있는 주제인데, 다음 기회에 함께 하겠습니다.
한자, 열자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태음조위탕을 좀 더 들여다보죠. 태음조위탕은 태음인 한자의 소화불량에 쓴다고 먼저 기억하시고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태음조위탕은 쓰기에 따라 광범위하게 응용할 수 있는데요, 태음인 한자의 기본방이라 할 만큼 용도가 많습니다. 질환에 따라 가감하면 다양한 병을 치료할 수 있어요. 이제마가 어떻게 썼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설사가 수십 일 그치지 않을 때 저근백피를 추가해서 썼고(8a-10) 열이 심하게 나고 설사하는 전염병에는 승마, 황금을 가해서 썼습니다(8b-12). 해수에도 썼는데(8b-28), 초기 감기에 기침 날 때 쓰는 게 아니라 감기 끝에 기침이 남았을 때 쓰면 잘 듣습니다. 이제마가 태음조위탕을 만든 이유는 표병(찬 기운에 노출되어 생긴 병)에 쓰기 위해서거든요. 그래서 소화와 무관한 약인 마황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비염이나 축농증에 가감해서 써보면 효과가 좋습니다.
[질문 있습니다]
Q. 사상문외한에게도 잘 읽힙니다. 감사합니다. 비염에는 어떻게 가미하는지 좀 일러주세요.
A. 비파엽, 포공영, 황금, 유근피, 창이자 등등의 비염 약물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가감을 잘하면 원방보다 확실히 더 우량한 효과가 나는데, 그런데도 우리가 가감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삑사리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나기 때문이지요. 안 원장님의 경우 비염에는 갈근 2돈, 승마 1돈을 가해서 씁니다. 삑사리가 거의 안 나는 안정적인 방식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처방의 특징]
변이 무를 때 쓰는 건율, 의이인을 중심으로 구성한 처방입니다.
[한 줄 적응증]
식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설사나 기침이 날 때 씁니다. 변이 무른 태음인 한자에게 사용합니다.
[활용 및 가감]
① 원지상은 “治黃疸, 傷寒時氣, 頭痛, 身痛, 無汗, 食滯?滿, 脚無力”이라 했습니다. 탈음脫陰에 민어교나 포를 가하면 화석조위탕이라 부릅니다. 해수에 마황 3돈을 가하면 마황조위탕이라 부릅니다. 설사에 저근피 2돈을 가하면 고기조위탕이라 부릅니다. 무한無汗에 승마, 백지를 가하면 승지조위탕이라 부릅니다. 대변불통, 열다섬어에 의이인, 건율을 빼고 건갈 5돈, 대황 3돈, 고본 2돈을 가하면 승기조위탕이라 부릅니다. 임부의 폐신허肺腎虛에 의이인, 나복자를 빼고 해송자 2돈을 가하면 경험조위탕이라 부릅니다. 무한, 한열에 승마, 황금을 가하면 승금조위탕이라 부릅니다. 풍증에 고본 대신 오미자를 쓰면 조위속명탕이라 부릅니다. 신양허손에 해송자 2돈을 가하면 신기조위탕이라 부릅니다.
② 홍순용은 동무공의 독창적 처방으로 특히 허증을 다스린다고 했습니다. 기성 처방 중 의이인을 사용한 처방은 있어도 건율을 사용한 처방은 없는데, 밤은 확실히 소음인이나 소양인에게 소화가 안 되지만 태음인에게는 소화가 잘되며 소아에게 삶아 먹이면 살이 찐다고 했습니다.
③ 김주는 기관지염, 과민성대장증후군 초증(방귀 냄새가 심하면 조리폐원탕), 소화불량(인담咽痰까지 생기면 조리폐원탕), 식체성 해수(혹가 마황 3돈), 위궤양, 주독, 장티푸스 초증(가 승마, 황금), 강도 등으로 심허(가 용안육 3돈) 등에 응용합니다.
④ 류주열은 감기로 입맛이 떨어졌을 때, 식곤증이 심한 경우, 식체성 해수 등에 응용한다고 했습니다.
--- p.162∼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