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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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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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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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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7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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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8.4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9.3만자, 약 3.1만 단어, A4 약 58쪽?
ISBN13 9788963709857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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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추정경
울산에서 태어났다. 답답한 학교 안에서 책을 출구로 삼았고 그러다 소설 쓰기를 꿈꾸었다. 소설을 향한 완행버스의 여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하늘은 쓰지 않는 재주를 거두어 간다는 말에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처음 소설가를 꿈꾸었던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음 세대를 위한 글을 쓰는 것을 소명으로 삼았다. 수십 년을 자란 나무를 베어 그 종이를 취할 가치가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첫 장편소설 『내 이름은 망고』로 제4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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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적으로 내지른 내 주먹에 김하균의 몸이 휘청거리는 게 보였다. 휘청대던 녀석은 민석이 내민 다리에 걸려 뒤로 나동그라졌다. 그때 누군가가 김하균의 옆에 있던 책상을 치웠다. 하균의 주위에서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하나둘 치워져 가는 책걸상들은 묘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사전에 미리 논의를 한 행동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집단행동이었다. 무언가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 p.21

심호흡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다리 근처를 살피던 그때, 반대편 강둑 가까이에서 깜빡이는 오렌지색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마치 그 오렌지색 불빛이 내게 그곳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바다 요정 세이렌에게 홀린 듯 그 불빛을 향해 나아갔다. 곧 눈앞에 커다란 시멘트 기둥이 나타났다. 강물 속에 잠겨 있는 한강 교각의 아랫부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중앙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이 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만들어 놓은 듯 네모반듯한 모양의 완전한 직사각형 문이었다. --- pp.37-38

김하균이 왜 그토록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혔는지 그 깊숙한 속내를 알게 되면 그 폭력을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까 봐 거부감이 들었다. 어쨌든 김하균이란 녀석을 그렇고 그런 ‘나쁜 놈’으로 기억하는 편이 마음 편할 것 같았다. --- pp.105-106

녀석은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하루를 그쯤에서 끝내 주기를 바라기라도 하듯 일부러 그런 짓을 저질렀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다가온 불행을 일부러 벌집 쑤시듯 헤집고 터뜨려 끝을 보려고 했던 걸지도……. 녀석은 엄마가 내민 그 봉투를 집을 떠나라는 의미도 받아들였던 게 분명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결국 일기를 들여다보고 녀석의 진심을 알게 되어 버렸다. --- p.121

메시의 고함 소리에 벽이 흔들리며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사이 미노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벙커의 벽은 마치 살아 숨 쉬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벙커가 크게 휘청대는 그 순간 2층 해치까지 왈칵 강물이 솟구쳐 올랐다. 왈칵왈칵 피를 토하듯 해치가 강물을 뿜어 대자 벙커가 형체를 잃고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처가 난 벙커의 벽면이 꼭 사람의 생살같이 퉁퉁 부어오르며 벌겋게 피를 흘리는 광경을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 p.188

차가운 바람이 분다. 눈을 뜨자 드넓은 풀밭이 펼쳐졌다.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날것 그대로의 길이다. 낯선 이의 발걸음을 슬며시 붙잡으며 발목 위까지 긴 풀들이 차올라 있다. 바지의 아랫단이 촉촉이 젖어 들지만 괜찮다. 눈을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듬성듬성 풀을 뜯고 있는 말들, 그리고 두 뺨에 발갛게 익은 복숭아 한입씩을 붙여 놓은 듯한 순수한 아이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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