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웅성거림과 뒤섞인 낮게 깔린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국주는 초조하게 손을 마주 잡았다 풀기를 반복했다. 화려하게 치장한 장식용 거울이 신부 대기실의 벽에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붙어 있었다. 다이아몬드 거울 속에는 어깨를 드러내는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국주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웨딩플래너는 그녀에게 약간의 다이어트를 권유했었다. 하지만 숨을 쉬는 것조차 깜빡 잊을 정도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결혼 준비에 이끌려 다니며 먹는 것조차 제재를 받아야 했다면, 그녀는 당장 하늘을 향해 스톱을 외친 후 아무도 행방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긴 머리를 몇 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땋아 올린 뒤 요즘 유행이라는 티아라를 머리에 씌웠다. 어떤 톱스타 여자 연예인이 결혼할 때 한국에 들여와 유행시킨 명품 다이아몬드 티아라의 유사품이었다. 새하얀 드레스는 어깨를 드러내 쇄골은 도드라지게, 가슴은 풍만하게, 허리는 잘록하게 보이게 해 주었고, 자락이 발아래로 풍성하게 내려와 10센티미터는 족히 될 듯한 통굽 구두를 가려 주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꾸벅꾸벅 졸면서 받은 신부 메이크업으로도 타고난 팔자 주름은 감출 수 없었지만 눈가에 몇 가닥 늘어지기 시작했던 잔주름은 감쪽같이 감춰져 있었다. 나쁘지 않아, 국주는 중얼거리며 거울 속의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순간 그녀의 눈빛에 당혹감이 어리더니, 여느 때의 버릇처럼 한쪽 눈썹이 가늘게 휘어졌다. 마치 완벽한 타인을 보듯 객관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울 속 여자를 찬찬히 뜯어보던 국주는 그녀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짧은 충격에 몸을 살짝 떨었다. 얼굴색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크림을 바른 어깨 위로 작은 소름들이 돋아났다. 그때 곧 결혼식이 시작될 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이 신부 대기실의 문을 뚫고 들려왔다.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하객들이 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 소리가 흡사 규칙 없이 행진하는 데모 군중들과 비슷했다.